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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 - 인문학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라
한지우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 한지우
지음, 미디어숲, 2021
인문학과 기술은 경쟁 관계일까? 학교에서의 교과목은 문과와 이과로
나눌 수 있을지언정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문과와 이과, 인문학과 기술은 경계가 없다. ‘문송합니다’를 외치며 기술상위 시대를 외치지만, 인문학과 기술(응용과학)은
우열을 가리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경계가 없다. 인문학과 기술이 조화로운 삶이 조화로운 일상을 만든다고 믿는다. 자꾸
경계 짓고 우열을 가리려는 것은 어쩌면 경계를 넘나들지 못하는 전문가들의 변명이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이 초래할 미래에 대해 기술 전문가는 대체로 유토피아를 상상하고,
인문학자는 인간성 상실의 디스토피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일상에 스며든 미래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양 극단이 아니라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혼재된 사회일 것이다. 미소 냉전 시기
핵개발 경쟁이 본격화되자, 제3차 대전과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었다. 현재의 우리는 안전한 핵과 인류 공멸의 핵이라는 양 극단이 아닌 중간의 어디쯤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고 해서 두려워할 것도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산업 생산성 측면에서 ‘무용 계급’이 발생한다면 ‘나는 무용 계급이 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겠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인간이 ‘산업 생산성 측면’에서의
‘무용’하다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무용’한 것이 아님으로, 생산
수단으로서의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의 인간성, 자연의 일부로서의 생물성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이 자동차로 대체되었다고 해서 말이 없어지지 않았다. 이동
수단으로서의 말이 생명으로서의 말, 승마, 경마 등 레저
수단으로서의 말과 같이 수단이 바뀌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인간을 말에 빗대어 표현해서 그렇긴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생산수단으로서의 인간을 문화적 인간, 지적/영적 인간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노예노동에 기반한 자유
시민이 인간 중심의 사고를 촉발해 르네상스가 일어났듯이, 인공지능과 기계 노동에 기반한 신 인류는 산업
중심의 사회를 인간 중심의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믿는다.
<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는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이 촉발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그린 다양한 책을 요약 정리하고, 과거 인류 문명 진보의 역사를 조망함으로써 다가올 미래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저자는 ‘인공 지능에 대체’되는
‘무용 계급’이 되지 않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인문쟁이(Fuzzy)’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인문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과 기술이 융합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열위의 인문학 수준을 끌어올려 우위의 기술에 맞추어야 한다는 시각이 비치는 것은 내 안의 열등감이지 싶다.
한자어 위기(危機)는 위험한 상황을 말합니다. 그런데 글자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의외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위기의 위(危)는 ‘위험하다’, ‘위태롭다’라는 뜻을 담고 있고 기(機)는 ‘계기’, ‘기틀’, ‘실마리’를 뜻합니다. 중국어에서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뜻하는 말로 ‘위험을 기회로 전환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을 말하고 있죠.(45쪽)
미래학자 롤프 예센은 미래 사회의 성격을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합니다. 기술발전에 따른 위험성이 커지는 리스크 소사이어티, 지속가능한 그린
소사이어티, 꿈과 이야기를 파는 드림 소사이어티입니다.(48쪽)
21세기를 위협하는 리스크는(…) 단순히 인류를 위협하는 자연재해나 경제적인 위기가 아닙니다. 바로 초고난도의 과학기술입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초예측>이라는
책을 통해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은 ‘인공지능’과 그에 따른
‘격차’라고 보았습니다. 즉, 미래 사회의 격차는 인공지능에 의해 생긴다는 결론입니다.(…) 인간에게 닥칠 위기는 현실이 됩니다. 비관적으로 본다면 인공지능에 비견할만한 높은 기술능력을
가진 소수의 신인류와 그렇지 못한 무용 계급, 호모 사피엔스로 계층이 나뉠 수도 있습니다.(49~50쪽)
정보화 사회 이후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기업과 개인이 주목받는 새로운 사회가 열릴 것입니다.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호소하며 이야기와 화술, 꿈이 전면에 재등장하게 되지요.
롤프 옌센은 이런 사회를 ‘드림 소사이어티’라고
정의했습니다. 인간성의 영적 측면이 다시 복원되며 예술, 아름다움, 사랑, 상상력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시대를 말합니다. 드림 소사이어티로의 진입은 물질주의 시대에서 탈물질주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64쪽)
인공지능이 초래할 미래의 모습과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를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추천한다.
다만 ‘인공지능 시대에 기계가 노동을 대신해 주면 (…) 노동의 시간이
줄고 여가 활동을 할 시간이 주어지지만(…)
인간은
존재의 이유와 삶의 가치를 잃게 된다’(146쪽)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노동이 임금을 받는 일만을 뜻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것’을 뜻하니, 임금 노동만이 삶의 의미와
정체성, 소속감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산수단으로서의
인간 노동이 아닌 존재로서의 인간 노동,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 노동이라는 관점에서도 ‘삶의 의미와 정체성,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