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4
몇 초 후, 조무래기의 손가락 사이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피를 흘리는 인간의 반응에는 두 가지의 전형적인 형태가 있다. 전의를 상실하든가 아니면 반대로 흥분하여 전의가 고조되든가.

2. 65
칼국수처럼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3. 99
아버지가 말했다.
"이런 어둠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어둠을 모르는 인간이 빛의 밝음을 얘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네가 좋아하는 니체가 말했어.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도록 나락을 들여보다 보면 나락 또한 내 쪽을 들여다보는 법'이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조심하라구."

4. 198
"알았어, 그런데 설녀하고는 어떻게 돼가고 있어?"
"녹아서 없어져버렸어."
"끝난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지."

5. 222
"노 소이 코레아노, 니 소이 하포네스 조 소이 데사라이가도(나는 조선 사람도 일본 사람도 아닌, 떠다니는 일개 부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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