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26
그 집에는, 다른 무엇보다 마치 인어와 같은-얼굴은 도다리고 몸은 사람인 주인 아줌마가 있었다. "회는 뭐로 하실래요?" "아...... 아나고." 나는 그 얼굴을 쳐다보면서 도다리가 아닌 아나고를 말할 수 있는 아버지의 정신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2. 61
프로야구 원년. 우리의 슈퍼스타즈는 마치 지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패배의 화신과도 같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오늘도 지고, 내일도 지고, 2연전을 했으니 하루를 푹 쉬고, 그 다음 날도 지는 것이다. 또 다르게는 일관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용의주도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겠으나, 더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주도면밀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고, 쉽게 말하자면 거의 진다고 할 수 있겠다.

3. 127
이것이 프로의 세계다. 평범하게 살면 치욕을 겪고, 꽤 노력을 해도 부끄럽긴 마찬가지고, 무진장,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해봐야 할 만큼 한 거고, 지랄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 '좀 하는데'라는 소리를 듣고,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의 노력을 해야 '잘하는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꽤 이상한 일이긴 해도 원래 프로의 세계는 이런 것이라고 하니까.

4. 130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을 담은 소년이 왜 전철 안에서 조롱을 받는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잠바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동창인 조부장에게 왜 굽실거려야 하는가.
삼류 대학을 나왔기 때문이다.
삼촌이 사는 남동구는 왜 개발이 되지 않는가?
소속구의 국회위원이 여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소속이 인간이 거주할 지층을 바꾸는 것이다.

5. 220
살아야 한다. 세상을 잘 살기 위해서는-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좋은 습관, 그리고 사는 건 원래 힘들고 재미없다는 사실에 대한 빠른 인식이 필요하다. 그 세 가지만 제대로 갖춘다면 누구나 이 세계에서-먹고, 살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물론이다.

6. 241
스텝 바이 스텝. 한 걸음씩 인생은 달라진다.
인생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고, 쉽다고 생각하면 쉽다.

7. 265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
근근이 먹고 사는

***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