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어판 서문
베르메르의 작품들이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그 속에는 이야기와 인물들, 일상 생활의 세세한 부분들이 담겨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글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던 '간결하고 분명하게 세상을 보는' 베르메르의 방식이었다. 베르메르는 '적을수록 더 낫다'는 것을 내게 가르쳤다. 그 이후 나는 이 미학의 원리를 연습해오고 있다.
...
작가로서의 나의 기본적인 목표는 독자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계속 책장을 넘기도록 늦게까지 잡아두는 그런 좋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2. 271
나는 뛰기 시작했다. 아우더랑언데이크 가를 달려 내려가 다리를 건너 시장 광장으로 들어섰다.
오직 도둑과 아이들만 뛰는 법이다.
광장 중앙에 이르러, 나는 팔각형 별자리가 있는 원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별이 가리키는 각각의 방향, 어느 쪽으로던 나는 갈 수 있었다.
부모님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피터를 찾아가서 결혼에 동의한다고 할 수도 있다.
반 라위번의 저택으로 갈 수도 있다. 이 사람은 아마 미소로 나를 맞이할 것이다.
반 레이원후크를 찾아가서 동정을 구할 수도 있다.
로테르담으로 가서 동생을 찾아볼 수도 있다.
멀리 어딘가로 그저 떠날 수도 있다.
파펜후크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교회로 가서 하느님께 길을 알려달라고 기도를 드릴 수도 있다.
빙글빙글 원 안을 돌면서 나는 생각했다.
결심을 했을 때, 나는 알았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별의 한 꼭지점에 주의 깊게 발을 딛고, 그 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는 어김없이 걸어갔다.

3. 284
"그래, 인생이란 한바탕 연극과 같은 거야. 자네도 오래 살다보면 놀랄 일 따위는 없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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