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7
남이 보는 '자기'와 내가 보는 '자기'는 다르다. 그 괴리감이 느껴지는 경계는 선이 아니라 지대에 가깝다. 일종의 '중간지대'라고 할까. 중간지대는 내면의 자기와 외면의 자기가 일치하지 않아서 생기는 갈등의 소용돌이 영역인데, 그 소용돌이 영역에서 심리적으로 어떤 대처를 하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느낌과 태도가 결정된다.
2. 28
미국의 연구자들은 동일한 물리적 자극에 대한 통증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그동안 의료계의 통념은 그것이 심리적 요인에 의한 차이일 것이라는 쪽이었는데, 실험을 해보니 동일한 자극에도 어떤 이들이 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것은 뇌의 특정 부분이 남들보다 더 활성화되기 때문이었다. 같은 자극에 대해 유별나게 더 큰 통증을 호소한다고 엄살쟁이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실험의 결론이다. 모든 인간은 개별적,주관적 존재인 것이다.
3. 29
인간의 기억은 우월한 쪽으로 흡수된다. 과거는 찬란했으나 현재가 보잘것없는 사람은 과거 쪽으로, 과거에 비해 현재가 월등한 사람의 과거는 화려한 현재를 돋보이게 하는 장식용으로만 가능하다.
4. 41
박찬욱
박찬욱은 특정한 무엇에 빠지거나 뭐 하나만을 고집해서 생기는 '빛과 그림자'가 거의 없는 스타일이다.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어도 적어도 '꼴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전감 혹은 안정감, 그것은 그의 영화관과는 무관하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하는 느낌이다.
"평론가보다 자기 영화를 더 잘 평론할 수 있는 사람, 일단 글을 썼다 하면 기자, 평론가들이 펜을 꺾고 싶게 만드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루하루가 더럽게 즐거워서 영원히 이 일이 안 끝나기를 바랄" 정도로 영화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박찬욱
5. 63
'감이 없다'는 게 별거 아니다. 다른 현실이란 있을 수 없고 내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것만 현실이라고 우기다 보면 필연적으로 현실감각을 잃게 된다. 현실감각을 유지하려면 타인의 행위 뒤의 동기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현상적 시각이 필요하다. 내가 보고 싶은 상황만 보지 말고 나와 타인의 전체적 현실을 동시에 인식해야 한다.
6. 79
이창동
"사물의 반응이나 언어에 무디어지는 게 두려워 삶을 흔들어놓고 싶어" 마흔이 넘어 소설가에서 영화감독으로 직업을 바꾸었다는 사람
7. 104
박근혜
부성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성의 첫번째 특징은 극도의 자기절제를 보인다는 것이다. 분석심라학에서는 이런 여성의 삶을 "특수요원 훈련받듯 사는 삶"으로 묘사한다. 이들은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부름'을 받았다고 느끼며 그에 부응하기 위해서 극단의 의지를 발휘한다.
개인적인 삶에서 최종의 목표가 '자기를 완전히 이기고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박근혜.
8. 126
철사장은 중국 무술에 있어 최고의 파괴력 및 살상력을 발휘하는 최강의 장법을 가리킨다. 철사장의 연공에 힘써 고도의 경지에 이른 고수는 타격시 일체의 외상을 남기지 않고 적의 내부 또는 내장만을 상하게 하여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철사장 숙련자의 일격은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중상을 가하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어서 전수자가 극히 제한되어왔다고 한다.
9. 143
심은하
그녀는 <8월의 크리스마스>로 영화를 이해하게 됐고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10. 188
인간은 원래 과거에 겪은 쓰라린 일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더 잘 회상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과거의 괴롭고 쓰라렸던 일들이 지금의 행복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믿는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쓰라린 과거를 딛고 일어섰다고 믿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11. 199
불문학자인 김화영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 출판사들이 우리 작가의 작품 중에서 번역출판하길 원하는 첫째 조건은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작품이란다.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은 삶의 근원적 딜레마를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12. 209
현대인이 많이 겪는 노이로제 중에 '공황장애-panic disorder'라는 질병이 있다. 공황장애는 에고 없이 극심한 불안이 온몸을 뒤덮듯 나타나는 병이다. 운전중이나 대화 도중, 또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에 바로 그 자리에서 곧 죽을 것만 같은 불안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임상적으로 그 불안의 강도는 사형집행 직전의 사형수가 경험하는 불안감의 서너 배가 된다고 할 정도다.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심의 근원은 불안이 엄습하는 그 순간에 내 몸과 내 정신이 나의 컨트롤밖에 있다는 느낌, 즉 자기통제력을 상실했다는 느낌에서 기인한다. 그것이 불안을 공포로까지 몰아가는 것이다.
13. 218
나훈아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의지에 비해 '이상적 자기'가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으면 강박증 환자가 되기 쉽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그 목표가 매우 낮다. 나훈아는 '이상적 자기'를 거의 천상의 수준에 올려놓고도 그에 준하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나 의지를 두루 가진 특별한 사람처럼 보인다.
14. 264
손석희
아나운서 손석희는 군더더기가 없는 살마이다. 그의 멘트는 목표물을 향해 공중에서 일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매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간략하고 정확하다. "말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 중 손석희처럼 언어의 절제미를 보여주는 사람도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의 절제된 이미지와 깔끔한 진행, 그가 지닌 합리성과 논리적 비판.
15. 278
심리학자들의 의견에 의하면 사람들은 좋은 경험과 연합되어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나쁜 경험과 연합되어 있는 사람들을 싫어한다고 한다. 이 원리에 따르면 처음에는 아무런 좋고 싫은 감정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상황과 지속적으로 짝지어질 경우 그 상황에 맞는 감정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어떤 살마을 볼 때마다 즐거운 일이 생긴다면 처음에는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없었지만 그 사람은 즐거움과 연합되어 좋게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합은 대개 의식적이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16. 285
존재성이 있는 사람이라야 타인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은 '존재성'에 있으며, 존재성이란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상대의 존재도 그만큼 명백해지게 하는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재성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만 일어난다.
17. 289
김대중
김대중의 장점은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글을 잘 쓴다는 것이다. 김대중의 글은 모든 문장이 주제를 향해서 일사불란하게 집중한다.
18. 318
김훈
김훈은 글쓰는 일은 영원히 '일인 대 만인의 싸움'이라고 단언한다.
"무리를 아늑해 하지 않으며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인간의 숙명.
"나는 '대답이 없다'라고 글을 쓰다가 '대답은 없다'라고 써야 되는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밤을 새워요. 둘은 전혀 다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