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청춘, 그 설익음과 진지함에 대하여

망설임과 방황의 시간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많았다. 인내력 역시 부족했다. 참을 수 없는 일에는 폭발하고 말았다. 참기 어려운 일을 참고 살기보다는 남은 인생을 버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울타리에 무엇인가가 나를 팽팽히 묶어놓을라치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 모습을 감추고 싶어하는 성격 탓이기도 했다.

인생에서 가장 큰 회한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할 때 생긴다. 얼핏 보면 대단히 성공하고, 무척 행복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바라던 인생이 아니라면, 그 사람은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다. 또 이와는 반대로 비참한 인생으로 끝나버린다고 해도, 자신의 생각과 선택으로 초래된 결과라면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체념은 가능하리라.
육체는 젊지만 정신이 노화된 청년들은 모두 엇비슷할 정도의 행복한 인생을 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에게 또 다른 인생이 있지 않았을까 하며 도전과 가능성의 시기를 그냥 지나쳐왔음을 후회할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 길이 아니면 미련없이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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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무얼 바라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건지 반문해보면,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고 인간답게 사는 삶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잖아요. 저는 안락한 생활만을 원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나빠져도 굶어죽지만 않으면 되잖아요. 그렇다면 인간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생활이 뭐지요? 요즘 세상은 모두가 엘리트를 꿈꾸고 머리만 굴리면서 생활하는 걸 추구하잖아요. 하지만 인간이 정말로 인간답게 살수 있는 건 몸을 움직여서 일하고 무언가 구체적인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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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시절에 마르쿠제가 쓴 책을 읽었는데 요즘 다시 봤거든요. 옛날에는 어려워서 잘 몰랐던 부분이 이해가 되고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샜어요. 마르쿠제는 '노동 이외의 것에서 유토피아를 찾지 마라. 노동 속에서 유토피아를 찾아라'는 말을 했지요. 인내하면서 하는 노동은 소외된 노동이고 그 속에는 유토피아가 없어요. 그렇지만 놀이와 같은 노동이 있어요. 누군가에게 강요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로 하는 노동. 욕구를 억누르면서 하는 노동이 아닌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노동.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는 데서 기쁨을 얻는 노동. 놀이인지 노동인지 알 수 없는 자유로운 노동 속에 유토피아가 있다는 거지요. 그 책을 보면서 가슴이 시원해졌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싫은 일도 성실하게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본질적으로 제가 게으른 인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점이 콤플렉스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을 보고는 제가 옳다는 걸 확신했어요."

♣ 피아노보다 칼이 좋았다 - 후루카와 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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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이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회사 일을 한 뒤, 밤 9시까지 공장에 남아서 나이프를 만들었다. 공장장으로 일했기에 그런 작업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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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만들고 싶은 만큼 나이프를 만들라고 하셔서 직장을 옮겼어요. 마음대로 나이프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지만, 후루카와는 이전만큼 열중해서 나이프를 만들지는 못했다. 후지마이크로에 있었던 4년 동안 만든 나이프는 기껏해야 스무 자루 정도라고 한다. 1년에 다섯 자루를 만들 것이다. 옆에서 자극하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점, 새로운 철강재, 새로운 열처리법을 익히면서 기술의 한계에 부딪친 점이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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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에 빠져 이렇게 살아도 되나?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요. 하나는 나이프를 만드는 일 자체가 오묘하거든요. 아무도 없는 한밤중에 공장에서 혼자 칼을 갈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착 가라앉아서 마음이 어두워져요. 그게 싫었어요. 그런 기분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모자랐죠. 또 하나는 새 회사로 옮기면서 정신이 많이 해이해졌어요. 월급도 많이 오르고 근무 조건도 좋아지고 생활형편도 안정이 되니까 한눈팔 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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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오다처럼 나이프를 만들면서 살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옮긴 것인데, 이제는 나이프는 쳐다보지도 않고 노름에 미쳐 사는 자신이 한심했다.
"그래서 눈 딱 감고 회사를 그만둔 뒤, 나이프 만드는 데 내 자신을 걸어보기로 결심했어요. 그때가 스물여덟이었어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이 서른이 넘어서는 계획 없이 이리저리 직업을 바꾸며 방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른까지는 시행착오 시기이니 조금은 방황을 해도 되지 않을까? 앞으로 2년. 2년동안 나이프에 내 인생을 걸어서, 진정 내 일이 될 수 있을지 시험해보자고 생각했지요."

나이프를 만들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없었던 거네요?
"일단 저금을 깨가며 사는 수밖에 없었어요. 저금이라 해봤자 100만엔 정도였지요. 그래서 생활수준을 낮췄어요. 처음에는 나이프 만드는 것만으론 생활이 안 돼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회사를 떠나 혼자 일하면서 깨달은 것은 조직에 빌붙지 않고 혼자 일해서 벌어먹는다는 것이 굉장히 힘든 거구나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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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카와는 인생을 선택해야 할 순간에 이르면 항상 쉬운 길이 아닌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
"글쎄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걸어왔네요. 나이프를 만드는 것도 그렇고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는데, 쉽게 하는건 싫었어요. 쉬운 건 항상 타협을 불러오거든요. 타협이 싫어요."
타협하지 않는 인생이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즐거움은 많은것 같다.

♣ 미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 무라사키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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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타로를 앞에 앉혀놓고 이렇게 설득을 한 것이다.
"원숭이 재주는 앞으로 점점 더 발달할 것이다. 네가 후계자 1호가 되면 이 세상에서 제일인자가 되는 셈이다. 어떤 세계에서든 최고가 되는 게 가장 좋다. 그렇지만 이건 모험이기도 하다. 잘못하면 실패로 끝나버리고 평생 네 무대를 잃을수도 있다. 그렇지만 남자라면 한번 도전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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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고통임을 깨달은 순간 강해졌다
83
"가금 이토록 젊은 나이에 아민큼 성공해서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갖다니, 과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너무 잘나가니까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항상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서 도전하고 있어요."

♣ 고기의 신이 되다 - 모리야스 츠네요시
105
한평생 이 일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고기에 관한 책은 다 봤다.

♣ 카메라를 본 순간 빠져들다 - 미야자키 마나부
122
미야자키는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밤하늘을 나는 날다람쥐의 사진을 찍어서 <아사히카메라> 월간 콘테스트에 응모했는데 5위에 입선한다. 이를 계기로 자신감이 붙어서 더욱 열심히 카메라에 빠져들었다.
124
"산길을 걷는데 전에는 피로라는 걸 전혀 몰랐거든요. 그런데 쉬 피로해지고 끈기도 없어지고 기력이 점점 떨어졌어요. 너무 이상해서 의사를 찾아갔더니 신장과 간이 굉장히 안 좋다면서 즉시 입원하라고 하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병이라곤 몰랐거든요. 건강에는 남들보다 자신이 있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 놀랐어요. 밤에 밤도 잘 못 자고 무리해서 계속 산길을 걸어서 그런 것 같았는데, 간이 나빠져서 기력이 떨어진다고 하니 자꾸 우울해지더라고요.
125

사진을 찍으면서 자신의 인생은 카메라와 동물을 빼놓고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동물사진 작가'가 직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살아갈 방향은 이것밖에 없었다. 건강을 헤쳐가며 들로 산으로 걸으며 사진을 계속 찍었다.
"사진만으로는 벌어먹을 수도 없고, 정규직으로 입사할 만큼 건강하지도 않았죠. 하긴 취직을 하면 아무 때나 사진을 찍을 수 없을것 같아서, 그 다음에는 무조건 아르바이트만 했어요. 정말 이것저것 많이 해봤죠. 트럭 모는 일, 주유소 일, 버스 차장, 전기 공사 케이블 설치, 막노동도 했지요. 결국 결혼할 때까지는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했어요. 스물다섯 살에 결혼을 했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5년간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았어요. ... 이제는 사진만 찍어도 먹고살 수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힘든 시기를 보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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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제 솜씨를 시험해보려고 <아사히카메라 연감>에 사진을 보내 응모를 했어요. 매년 화제가 된 사진을 모아서 만드는 책인데, 선정 작품 외에 프로,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일반 부문에서 세 작품의 신작 사진을 실어주거든요. 그런데 입선이 됐어요. 전국에서 단 세 사람뿐이라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죠.

♣ 매가 낫지, 여자보다 훨씬 낫지 - 마츠바라 히데토시
163
"저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거든요. 라디오를 듣거나 책을 보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일도 없어서 돈 쓸데가 없어요. 자급자족을 하면 돈이 없어도 의외로 풍요롭게 살수가 있어요. 실제로 생활해보면서 이것이 진정 인간다운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옛날부터 이런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사는 걸 동경했거든요. 지금 생활은 거의 제가 꿈꾸던 것에 가깝게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죠."
164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확실했어요. 좋아하는 거라면 어떤 일이라도 참고 했지만, 싫어하는 일은 잠시도 못 참는 성격이었어요. 좋아하는 게 뭐였냐고요? 자연이죠.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애들하고 노는 시간보다 새나 동물과 노는 시간이 많았어요. 자라면서 제 생활을 생각해보니 자연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확신이 들었죠. 넥타이를 매야 하는 월급쟁이 생활은 정말로 싫었고, 죽을 때까지 넥타이는 안 매고 살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 사랑에 취하고 와인에 취하고 - 다사키 신야
189
다사키는 1년 동안 여행자금을 저축했다. 그동안 모은 60만 엔에 부모님 원조 30만 엔을 합친 90만 엔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되도록 절약해서 오랫동안 머무를 작정이었다.
192
"처음에는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어요. 어느 누구와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하는 생활이었잖아요. 외로웠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포도밭 사이 오솔길을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다녔죠."
195
보르도의 친구들이 너무 그리웠다. 되도록 빨리 프랑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번 더 저금을 해야 했다. 낮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밤에는 고급 프랑스 요리점에서 웨이터로 일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하며 다달이 10만 엔씩 저금을 했다.

♣ 처음부터 색에 끌린 것은 아니다 - 도미타 준
그저 세월이 가는 대로 질질 끌려서 살아가기만 했다.
내가 진정 스스로 살아갈 길을 잡고 싶었다......
232
오로지 책만 봤어요. 그것도 소설만요. 도스토에프스키나 오에 겐자부로를 좋아했어요. 문학 청년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문제는 제가 문학재능이 없거든요. 거걸 진작에 알았기 때문에 문학을 하겠다는 마음 같은 건 품지 않았어요.

♣ 소리를 만드는 아티스트로 거듭나다 - 요시노 긴지
261
"하루하루가 새로운 발견이었고 너무나 재미있어서 어쩔 줄을 몰랐죠. 날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더구나 월급까지 받으니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269
"물론 회사의 발령 지시대로 다른 부서에서 얌전히 일을 하면 그곳에 남아 있을 수는 있었곘죠.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려고만 했다면 그런 선택도 했을 거예요. 결국 제가 뭘 위해 사느냐는 문제에 이르게 되더라고요. 제 음악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어도 언젠가는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 그만뒀죠. 구체적인 계획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태평양 한가운데에 고무보트를 탄 채 내버려진 것 같긴 했죠."
270
"하루에 두세 편을 녹음했으니 꽤 수입이 괜찮았어요. 그렇지만 마음은 황폐해졌죠. 돼지같이 꽥꽥거리며 돈만 쫓아가는 제 자신이 비참했어요. 거리를 걷다보면 저를 뺀 모든 사람들이 자신감에 찬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어요. 열심히 일한 덕분에 1년 뒤에는 100만 엔을 모을 수 있어죠. 그때 문득, 이 돈으로 앞트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짓을 하면 정말 질질 끌려가는 20대를 보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결심을 고쳐먹고 이걸 전부 써버리자고 마음먹었죠."

♣ 에필로그
청춘, 수수께끼 같은 공백시대

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볍게 떠도는 대세순응주의자가 너무도 많다.
인간도 사회도 너무 가벼워져서 적당주의에 물들어가는 것 같다.

물론 구카이는 그 항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살아서 일본에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은 전혀 없었다. 당나라에 유학을 간다고 해서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이국 땅에서 목숨을 거둘 가능성도 컸다.
항구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미지의 바다를 앞에 두고 구카이는 불안했을 것이다. 출범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지만 구카이는 배를 타고 떠났다. 분명 '수수게끼의 공백시대'가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을 것이다. 자신감이 있었기에 그는 자신을 내걸 수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에게 걸었던 것이다. 앞으로 자신이 개척해 나아가야 할 상황에 모든 것을 맡긴 것이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추구하기 위한 강한 의지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단련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의지가 강하면 자연히 출범을 결의할 날이 찾아온다.

♣ 번역을 마치고
역자의 직업상 많은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꺼내보인 고민거리 가운데 가장 자주 말하는 건 "이 일을 하고 싶은데, 과연 이 일을 해도 될 것이냐, 전망이 있겠느냐"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역자의 대답은 늘 똑같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조차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런 축복을 그냥 외면하고 지나갈 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아무리 겸손한 표정을 보이고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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