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
 『뇌 연구 최전선』을 예로 들면, 이 글을 쓰기 위해 대략 대형 책꽂이 1개 반 정도의 책을 읽었습니다. 다른 테마의 글을 쓸 때도, 큰 주제라면 대개 이 정도의 책을 읽습니다. 제 작업실에 있는 책꽂이는 한 단에 40권 정도의 책이 들어가는데, 이런 단이 7개 있으니 책꽂이 하나에 약 300권 정도의 책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책꽂이 1개 반 정도의 분량이라면 테마 하나에 약 50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는 셈입니다.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발췌하여 읽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여기에 잡지의 기사나 논문, 인터뷰 등의 자료도 활용하므로 입력과 출력의 비율은 낮게 잡아도 100대 1 정도 되지 않을까요?

2. 41
하나는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독서, 또 하나는 독서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독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목적으로서의 독서란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자 즐거움인 책읽기인데, 대표적인 예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단으로서의 독서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독서를 통해 책 속에 담겨 있는 지식이라든가 정보 혹은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요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 요리책을 보는 것을 들 수 있으며, 비즈니스 관련 서적, 자연과학 서적 등의 독서도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3. 42
젊은 시절에는 오직 목적으로서의 독서가 중심이어서 대학 시절에 수업도 빠지고 아침부터 잠까지 하루 종일 원하는 책만 읽었습니다. 당시 읽었던 책들 중 대부분은 문학 서적, 교양 서적이었습니다. 특히 문학 서적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구미 문학에 관해서는 당시 일본 독서광 100명 중 한 사람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읽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독서는 학창 시절에 한정된 것이었고, 이후에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한두 권 읽기도 하였습니다만, 학창 시절에 읽던 양에 비하면 아마 4%에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4. 44
그래서 월급의 대부분을 책 사는 데 쓰면서, 학창 시절에 문학 서적이나 교양 서적을 열심히 읽었던 것처럼 엄청난 양의 논픽션 서적을 탐독하였습니다. 이처럼 논픽션 서적을 탐독하면서 문학가의 상상력이라는 것이 살아 있는 현실과 비교할 때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학창 시절에 왜 그렇게 쓸데없는 책을 읽는 데 열중하였는지 도리어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건 한가운데로 직접 뛰어들어가 그 사건을 내 눈으로 직접 복, 생생하게 사건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직접 이야기를 나눌 때면, 활자화된 논픽션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하물며 빈약한 상상력의 산물인 픽션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전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눈앞에 살아 있는 생생한 현실의 거대함에 거의 압도당하여, 결국 저는 문학 작품을 읽지 않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가끔 문학 서적을 구입하기는 하지만 읽어보면 거의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것이 반복되니까 생쥐가 조건반사 하듯이 점점 문학 작품을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늘날의 문학 부진 현상의 근본 원인들, 독자가 문학 작품에서 멀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을 현대 문학 속에서 찾아 볼 수 없다는 데서 찾고 싶습니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독자가 문학 작품을 읽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이는 상황을 전혀 엉뚱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5. 58
'중앙공론'에 연재하고 있는『뇌사』를 쓰기 위해서 구입한 의학서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50만 엔을 가볍게 넘어 버리고, 한 권 한 권 쌓아 올리면 높이가 3~4m 정도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테마가 큰 일을 맡게 되면, 쌓아올렸을 때 보통 높이 3~4m 정도 되는 관련 자료를 읽는 습관을 가져왔습니다.
...
이처럼 큰 테마의 일뿐만 아니라 작은 테마의 일을 맡게 되더라도 서점에 가서 신간 서적을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전부 사 와서 읽어봅니다. 쌓아 올린 높이로 치면 1m 정도이며, 구입비로 6만엔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6. 59
어떤 분야든 최첨단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예를 들어 원수이학에 관한 것일 경우 대략 높이 1m에 구입비 5만 엔 정도의 자료를 읽으면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반복해 가는 가운데 커다란 재미와 즐거움을 느낍니다. 소설 종류는 읽을 틈도 없고 읽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는 어떤 영역에 좀더 깊이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지면, 그 일이 그다지 크게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맡아서, 그것을 구실로 관심이 가는 영역을 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합니다.

7. 65,66
어학을 배우려면 직접 가정교사를 고용하여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학을 배우려면 집중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1년 동안 하는것보다 매일 매일 한 달 동안 하는 편이 낫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체로 어학은 어학 이외의 다른 것을 모두 잊고, 오직 어학에만 정신을 집중하여 매달리는 방법을 택한다면 한 달 동안만 공부해도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8. 69,71
대부분의 분야에는 교과서적인 입문서로 정평이 나 있는 책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경제학 분야에서는 사무엘슨의 『경제학』을 들 수 있다.
이런 교과서적인 입문서를 세 권 정도 골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경향이 서로 다른 책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9. 98
그토록 기대하던 서고 겸 작업실이 마침내 만들어졌다. 집에서 가까운 10평 정도의 토지에 철근 4층 건물(지상3층,지하1층)의 빌딩을 신축하여 지하 1층은 서고로 꾸미고, 지상 1층과 3층은 작업실, 2층은 사무실로 꾸몄다. 각 방들은 약 7평 정도로 좁다. 그러나 공간을 철저하게 활용하였기 때문에 서가의 총 길이를 합치면 700m에 이르며, 약 35,000권 정도의 책을 꽂을수 있다.

10. 105,117,119,120

나의 비서 공모기
'연령,학력 불문,주부도 가능'

사람 됨됨이는 면접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자주 보는 TV 프로그램. 최근 본 TV 프로그램 중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 것.
*지금 두 시간과 2만 엔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잘 웃는가?
*최근 옆구리가 아플 정도로 웃은 일. 최근 정말 화났던 일.
*최근 운 일.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

처음 자기 소개를 하는 프리젠테이션에서 가장 돋보였다. 다른 지원자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이력서에 A4 용지 한 장 정도의 자기 소개서를 첨부하는 정도였는데, 사사키 씨는 자신이 직접 독자적인 서식을 만들어 8쪽에 이르는 경력 사항을 적어 보내왔다. 이런 독자적인 서식을 만들어 보내 온 사람이 몇 명 더 있었으나, 사사키 씨의 경우에는 내용이 아주 훌륭하였다. 간결하면서도 요점이 분명하여 읽으면서 재미가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모집 요강에 '연령,학력 불문'이라고 기재하였던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조건을 붙였다면 (고졸이었던) 사사키 씨는 분명 면접 대상에서 밀렸을 것이다.

11. 122,132,134,137,158,162,169

이 곳 다치바나 씨의 작업실, 일명 '고양이 빌딩'은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말 그대로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3만 권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이처럼 방대한 책을 읽음으로써 다치바나 씨는 폭 넓으면서도 철저하게 일을 하실 수 있는것 같습니다.

Q: '대문학'을 읽은 것이 나중에 다치바나 씨가 하시는 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A: 여러 가지 의미에서 영향을 주었습니다. 첫째, 글을 써서 생계를 꾸려 가는 직업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이미 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요. 글을 읽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으니 말입니다. 우선 제대로 된 소비자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생산자가 될 수 없습니다. 문학을 통해 정신 세계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래도 사물을 보는 눈이 사려 깊지 못합니다. 사물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식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문학이라는 세계는 처음 겉으로 나타난 것을 한 번 뒤집어 보면 다르게 보이고, 다시 그것을 뒤집어 보면 또 다르게 보이는 그런 세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표면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문학인 것입니다.

Q: '주간 문춘'에서 2년 반 정도 근무하신 뒤,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셨다고 들었습니다만.
A: 당시 여러 가지 이유로 일이 싫어졌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너무 바쁘다는 것이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 놓고 읽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 자신이 점점 바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대개의 경우 즐기면서 책을 읽을 때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일 때문에 필요해서 읽을 때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읽어 갑니다. 그러나 일만을 위해 책을 읽게 되면 좀처럼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무렵부터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있는데, 작업하던 일의 테마를 잠시 비켜 놓고 일을 핑계삼아 읽고 싶은 책을 읽는 방법입니다. 어떤 분야의 책이 읽고 싶어지면, 그 분야의 일을 맡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일거리를 맡게 되면 그와 관련된 책을 빠짐없이 구입하여 꼼꼼히 읽습니다.

Q: 다치바나 씨는 밑줄 친 부분을 전부 외워 버린다는 전설을 들었습니다만.
A: 그렇습니까?(웃음) 젊었을 때는 어느 책 몇 쪽에 어떤 내용이 있다는 것쯤은 잘 기억했죠.
Q: 다치바나 씨와 독서에 대해 함꼐 생각해 볼 때, 가장 큰 특징은 그 방대한 독서량이 현실 속의 힘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서가로 불리는 사람은 많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 속 지식만 커져 현실에 대한 적응력을 잃고 마는 사람도 많으니까 말입니다.
A: 일반적으로 독서가들은 대개 인문 계열의 교양 서적은 많이 읽지만 과학 서적, 기술 서적 등은 거의 읽지 않습니다. 한편, 과학 기술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은 일반 교양 서적을 거의 읽지 않습니다. C.P. 스노우가 말한 두 문화의 괴리는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의 소양을 가진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Q: 다치바나 씨의 책에는 매우 인상적인 수사법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만.
A: 바로 거기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습니다. 어떤 부분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 떠오를 때까지가 정말 힘듭니다. 저의 책을 막힘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궁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입니다. 원고를 집필하는 에너지의 3분의 1은 이처럼 좋은 표현을 찾는 데 소비하고 있습니다. 단 1,2분을 위해 몇 시간을 소비하는 셈입니다.

Q: 다치바나 다카시의 '마지막 한 권'은 과연 어떤 책이 될까요?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A: 오히려 심플한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은 어떤 사실을 말하기 위해 그것이 옳다는 논증을 전개하면서 집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책에는 그런 논증 없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단순한 제 생각만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같은 스타일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플라톤의 『대화편』같은 스타일도 좋을 것 같고요. 하지만 아직 먼이야기입니다.

12. 183
퇴사의 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할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내 경우, 하고 싶은 일이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보는 것뿐이다. "그 정도라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
학창 시절부터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책을 사는 데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을 책상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그 산을 점령해 갔고, 산을 다 점령하고 나면 또다시 서점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책을 구입하여 책상에 산을 만드는 일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13. 217
이렇게 글을 쓰는 목표는 책을 읽는 사람에게 그 책을 읽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하여, 서점의 판매대에서 그 책을 반견하였을때 펼쳐 보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그 책을 사야겠다는 기분까지는 들게 하지 못하더라도 그 책이 어떤 책인가를 알려 주어, 그 안에 실려 있는 정보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작은 지식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도 지적 우주를 확대해 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호라'하며 마음속에서 놀라움의 탄성을 지를 수 있게 하는 한 구절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14. 220
일반적으로 읽는 것 자체를 즐기기 위한 책은 속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천천히 읽어야 책 읽기를 좀더 오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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