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 사기본기 1 ㅣ 사기 완역본 시리즈 (알마)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 알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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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길을 홀로 걷기란 힘든 법이다. 어느 길로 가야 목적지에 안전하고도 빨리 다다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더러 책 속에서도 길을 잃어버리곤 한다. 아무리 살펴봐도 고개만 가로젓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글쓴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글쓴이가 가리키는 달은 쳐다보지 못하고 손가락 끝만 쳐다보게 될 경우가 더러 있는 것이다. 소위 고전이라고들 말하는, 그런 책들 속에서 나는 길을 자주 잃어버렸다. 난해하고 어렵고,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건지 헷갈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 읽은 이 책 [완역 사기 본기1] 속에서는 다행히도 덜 헤맸다. 좋은 길동무를 만난 덕분이다.

 

  사마천의 "[사기] 본기"를 김영수라는 길라잡이의 소개로 읽었다. 사실 김영수 교수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두어해 전에 읽었던 한 권의 책 덕분이었다. 교육방송에서 진행했던 강의를 책으로 엮은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의 삶과 [사기]에 대한 강의를 글로 묶은 책이었는데, 그때까지 내가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마천과 [사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할 수 있었던 책이었기에... 그 이후에는 일부러 "김영수"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책을 일부러 몇 권 찾아읽어봤다.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 그리고 얼마전에 읽은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등의 책은 역사를 통해 삶을 성찰해볼 수 있는 좋은 책들이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던 책이었다. 중국사 전반에 깊은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지만, 특히나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가히 광적(?)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표현이 너무 무례하다면, 진부하지만 정중한 표현으로 바꿔야겠다. 사마천과 [사기]에 대해서는 첫 손가락에 꼽을만큼 깊은 연구를 해오신 분인 것 같다고... 그가 써 온 사마천과 [사기]관련 저서를 몇몇권이나마 읽어본 나 역시, 이제는 사마천과 [사기]를 "김영수"라는 이름을 떼어놓고 떠올리기는 힘들 것 같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책이 바로 이 책 [완역 사기]이다. 아직은 1권만 나온 상태인 것 같은데, 책 뒷날개에 실린 소개글을 보자면 사마천의 사기를 총15권으로 펴낼 계획인가 보다. 대단한 열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은 1권은 [사기] 본기의 첫 번째 번역 편으로, 사기[본기] 의 총 12편의 본기 중, 권1 오제본기로부터 권5 진본기까지가 수록되어 있는 책이다. 사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치고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책을 한 두 권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으리라.. 나 역시 그간 [사기]관련 서적을 여러권 읽어봤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사기]"열전"의 번역본이거나 "열전"을 각색한 책이 대부분이었지, [사기] 본기를 읽어볼 생각은 못했었다. 막상 "본기"를 읽어보니, 옮긴이가 사마천과 [사기]에 대해 그토록 극찬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러니까 "열전"만을 읽어서는 [사기]를 제대로 읽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했다. "<사기>의 다섯체제는 긴밀하게 얽혀 있다. 마치 수만 개의 퍼즐 조각을 맞추듯 곳곳에 서로 관련된 사건이나 인물들의 행적을 정교하게 배치하였가. 이 때문에 도저히 한 눈을 팔 수가 없다"(p103~4)

 

  [사기]완역본의 시작인 1권은 "사마천 연보"로 시작된다. 사마천의 생애와 그 시대적 배경을 연대순으로 나열해 사마천의 생과 [사기]라는 "절대역사서"(옮긴이가 <사기>를 표현한 말이다.)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역자서문에 이은, "보임안서"라는 사마천의 편지글과 체제상으로는 [사기]의 맨 마지막에 해당하는 "권130 태사공자서"를 옮긴이는 이 책의 서문으로 삼고 있다. 이어서는 각 권의 "본기"에 대해서는 옮긴이의 "해제"를 통해 글의 구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고, 이어서는 "한국어 번역문", 그리고 끝에는 각 권에서 다루어진 "주요사건"에 대한 정리, "관련 인명, 지명"에 대한 설명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 중간중간에는 옮긴이가 답사를 통해 확인하고 수집한 관련 사진들이 실려 있는 식이고... 사마천이라는 인물도 대단하지만, 옮긴이 김영수 교수의 열정도 너무나 대단해 책을 읽으며 여러번 감탄했다.

 

   갑골문과 관련 유적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전설로 여겨졌던 황제시대의 역사와 하`은`주 시대의 중국 역사를 이 책을 통해서 읽을 수 있었다. 중국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역사를 읽을 때도 종종 인용되곤 하는 고사를 사마천의 글로 읽으며, "짝퉁"이 아닌 "명품"을 보는 뿌듯함 같은 게 느껴졌달까... 태평성대의 전형으로 알려진 요순의 통치와 관련한 부분은 특히 더 흥미롭게 읽었다. "요는 "천하가 손해를 보면서 한 사람을 이롭게 할 수는 결코 없다."며 끝내 순에게 천하를 넘겨주었다."(p214)는 선양의 모습 위로, 우리 역사상 최고 권력자들의 권력을 탐하던 모습이 겹쳐보이는 씁쓸함이란.. 그리고 2천여년 전의 사람의 의식이라고는 믿기 힘든, 사마천의 진보된 역사관 역시 놀라움이었다. "사마천은 표상이 아닌 사실을 중시하였는데, 항우와 여후가 본기에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이다."(p174) 아. 그렇구나..

 

   사마천과 [사기]. 그리고 옮긴이 김영수 교수의 열정까지 묻어나는 책이다. 그간 "열전"에만 치우쳐졌던 [사기]라는 책 전체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다. 대단히 훌륭하지만, 2천여년전의 사람이 쓴 글이라 거리감이 느껴지는 책이었는데, "김영수"라는 안경을 통해 들여다보니 제대로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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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 예술가들의 사생활 -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앤디 워홀까지
엘리자베스 런데이 지음, 최재경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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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최고의 즐거움을 체험한다. 바로 살바도르 달리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이다. 나는 깜짝 놀라서 이렇게 자문한다. 이 살바도르 달리는 오늘 또 어떤 경이로운 일을 벌일 것인가?"(p344)  살바도르 달리가 했다는 이 "명언"인지 망언인지를 몇 번이나 되뇌여봤다. "살바도르 달리" 대신 내 이름을 넣어서 소리내어 읽어도 봤다. 아.. 이건 자신에 대한, 자신의 삶에 대한 최고의 예찬이 아니던가. 이 오만한 사내가 이런 오만한 "명언"을 남겼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야 알게 되었고, 이 이상한 사내의 특이한 콧수염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러나 이 범상치 않은 사내의 작품은 이미 초등학교 때 미술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는데, 화가의 이름은 몰랐어도,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무언지는 몰랐어도 그 작품은 너무나 특별하고도 강한 인상으로 머리 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작품의 제목도 이제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기억의 고집". 흐물거리는 시계. 그림이라면 "사진 같은 그림"이 잘 그려진 것이라고 생각했던(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내 예술관에 돌멩이 하나를 던져주었던 그림.. 시계가 어떻게 이렇게 흐물거릴 수 있지. 어떻게 그림을 이렇게 그릴 수 있는 걸까.. 하는 놀라움을 선사했던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고집"이었다.

 

   나는 예술 분야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예술에 대한 심미안은 아마도 타고나는 것인가 보다. 타고나지 못한 예술에 대한 감각을 보충해보고 싶어서 관련 서적을 찾아서 종종 읽어보곤 하지만, 그럴수록 어렵다. 외계어를 읽고 있는 듯한 낯섬이랄까.. 매번 벽 같은 게 느껴졌는데, 이 책은 그나마 그런 느낌이 덜했다. [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 예술가들의 사생활].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은 "사생활"이란 낱말 때문이었다. 고고한 예술가들의 접근하기 어려운 작품세계에 대한 수준높은 담론이 아니라, 그들의 인간적인 측면을 훔쳐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었으리라..

 

   글쓴이는 "엘리자베스 런데이." "미술과 건축, 도시설계, 음악, 문학 전문 작가"라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글쓰기를 하는... 이 책에서 글쓴이는 "얀 반에이크"로부터 "앤디워홀"에 이르기까지 서른여명의 미술가들의 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술사에 관한 책, 혹은 미술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을 종종 읽어봤지만, 작품활동에 대한 설명과 시대적 배경, 작품에 대한 설명을 내가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해두고 있는 책이 상당수였다. 컬러판으로 실린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으로, 그 어려운 단어들을 이해한 듯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책앞날개에서 글쓴이가 자신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글만큼이나 쉬운 단어들로 예술가들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적었다. 다행히도..

 

   예술가들이라고 해서, 작품 밖의 일상생활까지 "예술적인 것"은 아니었나보다. 불행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로 널리 알려진 반 고흐. 반 고흐보다 더 불행했던 뭉크. 뭉크의 "절규"는 과장되고 희화화된 패러디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 작품이 실제로 뭉크가 처했던 절망스런 삶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멋진 조각상의 대명사인 "다비드상"을 통해서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미켈란젤로를 상상할 수 없었는데, 그가 잘 씻지 않았을 뿐더라 감정과잉이었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 없다. 카라바조의 살인이나 호퍼의 가정폭력, 잭슨 폴록의 알콜 중독과 비극적인 죽음 역시 예상 밖의 일이라 놀라웠다. 글 첫머리에서 인용했던 명언을 남긴 살바도르 달리의 기행은, 예술가들이 가진 괴짜 근성으로나 이해가 가능할 것 같다.  아... 이 상식밖의 사람들의 행적이란... 시대를 무시하고 이 책에 실린 예술가들을 한 자리에다 모아두면 엄청난 참극이 벌어지거나 각본이 필요없는 난리법석의 시트콤이 완성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며 책을 읽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에서 언급된 많은 "작품"들이 책에 실려있지 않았던 것. 책 말미에 "위대한 예술가들의 대표작"이 실려있긴 하지만 글쓴이가 언급한 상당수의 작품은 누락되어 있어 일일이 찾아보는 불편함이 있었떤 책이었다. 그러나 글쓴이의 말대로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시는 미술작품들을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감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p9)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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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 사진과 카메라 ㅣ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 1
서지원 지음, 조현숙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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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전화의 보급과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요즘은 사진과 카메라가 "일상생활"이다. 특별한 일을 기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을 찍던 때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닌데 말이다. 온갖 걸 다 찍어댈 뿐만 아니라 쉽게 찍고 쉽게 없앨 수 있는 사진. 지금은 그렇다. 사진 찍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오히려 함부로 찍어대는 사진 때문에 초상권 침해나 사생활 유출이 염려스러운 때다.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뭐 이런 시대착오적인 제목의 책이 다 있나(!) 싶었다. 이 책은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꿈꾸는 사람들"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책의 첫번째 책이다. 독특한 제목도 흥미를 끌었지만 개화기의 조선에 새로운 서양의 문물이 처음 들어왔을 때 그것들을 낯설어했을 혹은 신기해했을, 때로는 거부감을 가지기도 했을 당시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아 무척 기다려지기도 한 책이다. 책 뒷날개에 실린 이 시리즈의 제목들 대부분에서 그런 느낌이 배어난다. 근대의학과 병원을 다룬 2권의 제목은 "우두를 맞으면 소처럼 변한다고?"이고 전기와 전구를 다룬 3권의 제목은 "마귀가 건청궁에 불을 밝혔구먼!"이다. 재미있는 제목 때문에라도 펼쳐보고 싶은 책일 것 같다.

 

  이 책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는 1883년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촬영국"을 세웠던 황철을 중심으로, 개화기의 사진과 관련한 사건들을 동화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황철"이라는 이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봤다. 황철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에 사진을 처음으로 들여왔다고 할 수 있는 이들 김규진, 김용원, 지운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황철이지만, 이 책의 화자는 가상의 인물인 길삼식이라는 소년이다. 삼식이는 할아버지의 놀음과 지주의 횡포로 집안이 기울어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한양을 떠도는 거지가 된 녀석이다. 그러니까 그 즈음의 하층민을 대표할만한 소년이랄까.. 글쓴이는 "나는 이 책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머리글 中)고 말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최초로 사진기가 들어왔을 때 "보통 사람들"의 반응과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마법상자"라고 불린 사진기. "마법상자에 그림자만 잡혀도 그 사람은 일 년 안에 죽고, 집을 비추면 그 집안은 일년 안에 망하고, 나무를 비추면 일년 안에 시들어 바짝 말라 죽는다는"(p31) 그 무시무시한 물건은 아이들을 삶아서 가루로 만들어 넣어서 만든단다. 당시 사진기에 대한 공포(?!)의 정도를 짐작케한다. 그러나 그 사진기가 사람을 죽게 하는 것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사람을 죽여서 만든 가루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사람들.. 초기 개화파에 대한 반발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사진에 대한 공포감이 점차 묽어져가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말미에는 "황철의 사진학교"라는 장을 마련해 "사진의 역사", "최초의 사진사들", "황실의 사진 촬영", "우리 조상들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지금 우리에겐 전혀 공포스럽지도 신기하지도 않은 일상이 되어버린 사진이지만,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사진이 들어왔던 때의 재미있는 사연들이 소개된 책이다. 개화기의 신문물을 통해 당시 민중들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교육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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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
김용택.박완서.이순원 외 지음 / 더숲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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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는 사람들의 반성문을 읽다..

어느새 12월이라는 말만큼 식상한 표현이 또 있겠냐만은, 것보다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기에 쓴다. 어느 새 12월이다. 벌써... 이왕 식상하게 쓰는 것 좀더 식상하게 써 보자면.. 그렇다. 뭐 이렇다 할만하게 해 놓은 일은 하나도 없는데, 하릴없이 나이만 또 한살 느는 게 부담스러운 12월이다. 대체 뭘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해마다 그렇건만 올해는 더 그렇다. 한번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차분히 계획할 수 있는", 그런 다소 뻔한 일이 필요한 시점 12월.

 

  다소 뻔한 제목의 책을 한 권 읽었다. [반성]. 2010년 12월 1일이라는 다소 뻔한 시점에, 다소 뻔한 제목으로 1판 1쇄를 발행한 책 [반성]. 다른 사람들은, 이 시점에서 어떤 "반성"을 할까 궁금해서 펴든 책이다. 이렇게 "뻔하다"는 말을 자주 써서 책을 만든 사람들을 식상한 사람들로 평가절하하고픈 결심 따위는 하지 않았음은 밝혀두어야 오해를 사지 않을 것 같다. 책을 펴든 시점의 내 기분이 그랬다는 것일 뿐. [반성]이라는 시의적절한 제목에 끌렸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을 펴든 결정적인 이유는, "김용택, 박완서, 안도현, 이순원 외 지음"이라는 글쓴이들의 이름값 때문이다. 이렇게 유명하신 분들의 글을 한 권의 책에서 한꺼번에 만나기도 힘들거니와, 그간 나의 얄팍한 독서이력에서나마 감동을 준 글들을 쓰신 분들의 이름이었으므로....

 

   헝클어진 머리, 아마도 예닐곱살 정도로 짐작되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의 사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배가 지나온 자리에 일고 있는 파문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표지의 흑백사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20명의 글쓴이들이 쓴 반성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반성문이래서 이 분들이 뭘 잘못해서 쓴 것이라기보다는 마음 속에 "짐"으로 남아있는 것들에 대한 "반성"과 지난 삶에 대한 고백이라고 해야할까나... 한 권의 책으로 묶여있을 뿐, 살아온 내력도 다르고 반성의 주제도 다르지만, 책 표지 속의 물결마냥 잔잔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글들이라는 생각, 책을 덮으면서 했다.

 

   남의 반성문을 읽으면서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글을 읽으면서 자주, "아, 맞아. 나도 이랬어."하며 나를 뒤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족이기 때문일까. 이 책에 실린 글 중 상당부분은 가족에게 상처준 것에 대한 반성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상처,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준 상처. 나 역시 부모님께 잘못한 일이 많았지만, 그 잘못을 잘못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 많다는 것, 새삼스레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해 놓은 것 없이 맞이하는 12월에 대한, 그러니까 내 생활에 대한 반성도 해 보게 된다.  

 

   어쩜 반성문조차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감가는 글들이 많았고, 이름난 문인들의 글이라 그런지 짧은 글에서 삶의 깊이가 배어나는 듯했다. 마음 한켠에 돌멩이를 던진 듯  내 마음 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덜 후회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일기를 쓰며 잘한 일 못한 일을 매일 돌아보던 때처럼, 그렇게 짧은 간격으로 내 삶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작은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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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을까? - 아르키다모스 vs 페리클레스 ㅣ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6
육혜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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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남들 읽는, 평균 정도치의 책은 읽는 것 같은데,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그게 늘 후회스럽다. 내가 세상을 보고 사고하는 폭이 좁은 이유가 순전히, 어려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의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땐 그 후회스러움이 배가 된다. 이런 책들을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때늦은 아쉬움 때문일까...
 

  이번에 읽은 책은 자음과 모음에서 시리즈물로 출간하고 있는 역사공화국 법정 시리즈 중에서, 세계사법정의 여섯번째 책 [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을까? / 아르키다모스 VS 페리클레스]이다. 예전에 tv에서  역사상의 라이벌을  가상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소개하는 역사프로그램을 즐겨본 기억이 있다. 가끔 공개된 역사수업에서 모의재판이나 가상극화형식의 토론을 본 기억도 있고.. 역사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므로 당시 인물의 입장이 되어 역사적인 상황을 이해해보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한 권밖에는 못 읽어봤지만 이 시리즈물이 청소년들에게는 꽤나 재미있게 역사를 보고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해주는 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을까"라는 제목으로 스파르타의 국왕이었던 아르키다모스가 아테네의 정치인이었던 페리클레스를 상대로 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아테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 졌다는 사실보다 이 책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우리가 스파르타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개선이다. 그러니까 아르키다모스가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조국 스파르타의 진정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p14), "스파르타식 완벽학습"등의 "혹독한 군대식 교육으로 악명을 떨친 나라로만 기억하고 있"(p15)는 것이다. 스파르타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반면 아테네에 대해서는 현대민주정치의 표본으로 이상화해서 생각하고 있으나 아르키다모스에 의하면 그것은 두 폴리스에 대한 왜곡된 이해일 뿐이라는 것. 3차례에 걸친 재판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 그리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한 이야기까지가 실감나게 소개되고 있다. "재판 첫째날"에는 두 폴리스가 속했던 당시의 그리스에 대한 소개와 아네테와 스파르타라는 폴리스에 대한 설명, 그리고 두 폴리스의 정치체제였던 민주정과 과두정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재판 둘째날"에서는 페르시아전쟁 후 그리스의 패권을 장악했던 아테네가 델로스동맹의 맹주로 떠오른 이야기, 그리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에 대한 양측의 공방이 이어진다. "재판 세째날"에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전쟁에서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패배하게 된 과정과 이유, 그리고 이후의 그리스 사회에 대한 이야기까지가 소개되고 있다. 재판의 과정에서는 크세노폰, 솔론, 플루타르코스, 니키아스, 알키비아데스, 리쿠르고스, 리산드로스 등의 증인이 등장해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한다.

 

   하나의 잘 짜여진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어 좋았다. 각주를 통해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설명은 역사적 상황을 수월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요소였다. "교과서에는"이란 코너를 통해 교과서로 대변되는 일반적인 역사이해의 관점과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상황을 비교해보게 함으로써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의 실제인물의 입장이 되어 역사를 이해해보는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어렸을 때 이런 책을 많이 접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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