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만 더 -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마지막 행동
스티븐 C. 런딘, 카 헤이저먼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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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읽은 자기계발서.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책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읽기 전엔 "내가 미쳐 몰랐던 나를 변화시켜줄 어떤 방법"이 이 책에는 있는 걸까 하고 기대를 하지만, 읽고 나서도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아직 성장의 준비가 덜 된 것인지, 아니면 책에 나오는 좋은 충고들을 직접 실행에 옮길 실천력의 부족 탓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는 잘 읽지 않게 된다.

   

   [한걸음만 더]라는 자기계발서류의 책 한 권을 읽었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최근 몇 년동안 스스로 생각에는 "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결과들은 변함없이 지루한 그리고 자꾸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상이었다.  내 삶에 뭔가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내가 내밀지 않았던(혹은 못했던) 한 걸음 저 건너편에 있었던 걸까.? 그 의문을 이 책을 통해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자기계발서는 또 처음이다.(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보지 못했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그간 내가 읽었던 몇몇권의 자기계발서가 "성공"한 화자가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식의 충고묶음집이었다면, 이 책[한걸음만 더]에서는 직접적인 조언을 삼가고 있다. 대신 한 편의 소설 혹은 수필처럼 가상의(?) 주인공인 제약회사 영업사원 짐을 등장시키고 있다. 대학졸업 후 바로 회사에 취직한 그는 우수사원으로 몇 차례 뽑힐 만큼 열심히 일해왔고, 입사 후 휴가는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을만큼 일에만 매진했던 사람.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으로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던 그는 어머니가 좋아했던 영국으로 휴가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정신적인 멘토라 할 만한 "신사모자"와 "쥐잡이"라는 거리공연가를 만나 그들이 들려주는 조언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게 된다는 이야기가 주 내용. 그들이 짐에게 들려주는 조언은, (내가 제대로 파악한 건지 모르겠다만) 자신의 일에 매몰되지 말라는 것,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여유를 가지면서 일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거리공연가처럼 자신의 공간(피치)를 확보하고, 사람들이 말하는 "위기"의 순간을 오히려 활용해 기회를 만들 수 있으며, 그런 위기들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험, 즉 사전의 준비 역시 필요하다는... 뭐 대략 그런 것인 듯 하다. 음. 어쩌면 너무 평범한 결론이다.  (내가 이 책의 핵심을 놓친 것일 수도 있다.)

 

  음..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저자들이 들려주는 좋은 충고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그 실천력이 아닐까..?! 좋은 책, 제대로 이해 못 한 것 같아 아쉽지만, 책은 일회용이 아니니까 언젠가 이 책이 내게 절실해질 날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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듕귁과 오렌지 : 고운기의 유유자적 역사 산책
고운기 지음 / 샘터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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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새삼  책에 대한 나의 평가가 지극히 편파적이고 극단적이기까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성에 덜 차는 책은, 그 한 권의 책이 내 손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거쳤는가는 무시해버리고, "이것도 책이라고 만들었소?"하는 무례한 표현을 직격탄으로 날리기도 하고, 또 이 책 [듕귁과 오뤤지]처럼 내 입맛에 맞다 싶으면 "이런 책 또 만들어주세요~" 라고 저자에게 메일이라도 보내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나를 보자면 말이다. 그래도 내 식대로 말하련다.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이므로.

 

    이 책, 내겐 썩 괜찮은 책이었다. 재미와 지식을 함께 주는 책이랄까..?  글쓴이와의 대화가 유쾌한데다가 그가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들이 귀담아둘만한 것들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여기서 내가 쓰는 역사 이야기는 무슨 거창한 역사의식을 담은 본격적인 논문이 아니다.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을 재현하려고 그 현장으로 달려가, 마치 중계방송 하듯 가볍게 쓴 것이다.  한 장면 한 장면 재미있게 읽으며, 역사 속의 지혜를 빌려 본다거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참고할 거리들로 채워져 있다."(p5)는 글쓴이의 말마따나 이 책이 주는 재미는 경박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곱씹으며 고민해야할만큼 무겁지도 않았다. 

 

    월간[샘터]에 실었던 글들을 묶은 이 책에는, 역사 속 사건과 인물들의 짤막한 이야기와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혹은 거꾸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비슷한 맥락의 역사적 사건들을 회상하기도 한다.  한번도 직접 뵌 적이 없는 글쓴이에 대한 내 느낌은 이렇다. 아는 것 많고, 그렇다고 그 앎을 가지고 가르치려들지 않지만 듣다보면 자연스레 "아~!"하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낼 줄 아는 아저씨 혹은 할아버지 같은 느낌?!

 

    [삼국유사]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으신 듯, 일연과 삼국유사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번 등장하지만 남북국시대로부터 고려, 조선,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건,인물들과 그걸 바라보는 글쓴이의 견해가 함께 실려있다.  내 짧은 소견으론 미쳐 보지 못했던 사건의 이면을 지식인의 눈을 통해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역사 속 인물`사건을 통해 한번 더 생각할꺼리를 던져 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인 듯 하다.

    "역사는 정녕 역사가의 책상에서만 놀 일이 아니다."(p5) 그래. 이렇게 무겁지 않고 재미있는 역사이야기가, 알아듣기 힘든 두꺼운 책들에 실린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삶의 "참고자료"(p5) 되는 거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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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기행 1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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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이 인간에게 흥미를 잃었다는 것은 '쇠약'해졌음을 뜻한다."(2권 p300)

책에는 나의 어설픈 글솜씨로는 흉내조차내기 힘든 시적이고, 감상적이고, 그러면서도  감정의 과잉이란 생각은 절대로 들지 않는 명문장들이 참 많다. 그런데 그 많은 문장들 속에서 왜 이 한 문장이 더 도드라져보이는 것일까?

가을이다. 가을의 분위기만으로도, 그리고 감당해내기 힘든 짐들로 약간은 힘든 가을이다. 그래서일까...?  나도 어디론가 떠나야 할 때일까..?  글쓴이가 여행을 떠날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 역시 많이 쇠약해졌다. 하지만 "현실"이란 핑계가 내 발목을 붙잡고 있다.  글쓴이의 자유로운 영혼이, 그리고 그렇게 떠날 수 있음이 너무너무 부러워서 스스로가 더욱 초라해지는 순간이다.

 

    [동양기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성격을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 내가 정의하기 힘들까봐 옮긴이가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기행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진집도 아니다. 후지와라 신야로 불리는 인간이 동양의 여러 거리에서, 그 길 위에서 자신의 실체를 찾아 헤매는 방랑의 기록이다."(2권 p303)라고.. 내 손에 쥐어진 아담한 사이즈의 두 권의 책이 한 인간의 "방랑의 기록"이었단다. 누구의 방랑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부러움의 기억으로 전달될 수도 있음이 새삼스럽다.

 

   책에는 사진이 여럿 실려 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어둡다. 그리고 무겁다.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흐릿하고, 지저분하고, 칙칙한 냄새가 날 것 같고, 덕지덕지 때자국이 묻어날 것만 같은 풍경들이다. 책을 읽어나가는 내 기분이 그랬기 때문일까 때로는 몽환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만약 이 책의 글쓴이가, 그러니까 동양의 "누추한" 거리를 두 발로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쓴 글쓴이가 서양인이었다면, 나는 몇번이고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의 글과 사진을 통해 보여진 동양의 풍경이 나의 치부로 생각되었나...동양인의 하나일뿐 동양인의 대표는 아니건만 나는 과대망상 환자인가보다..

     눅눅함. 습기. 비린내. 그런 것들이 배어나오는 동양의 풍경..? 하지만 그것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 냄새. 그 사람냄새 때문인지 참을 수 없을만큼 역하지는 않았다.

 

    내가 글쓴이가 되어 여행이라도 하는 듯이 어떤 곳에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기도 했고, 어떤 곳에서는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기도 했다.

   터키의 "먹어치우는 여자"(1권 p65)들, 그녀들이 먹어치우는 이상한 음식들, 그리고 글쓴이가 "양이라는 동물을 극단적으로 혐오하게"(p73) 된 사건. 그리고 그가 한장의 사진을 통해 추적(?)해 나가는 트랜스젠더 창녀의 이야기 때문에 터키는 우울했다. 히말라야의 외딴 사원에서 글쓴이가 보낸 스무날 하고도 하루의 날, 음식이라 불리우기 힘든 음식들로 허기를 메우는 승려들. 글쓴이에겐 채 한달이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아직도 그렇게 생을 이어나갈 그 사원의 승려들의 삶은 "왜? 무엇 때문에..?"라는 속된 질문을 자꾸 던지게 했다. 인도의 거지들에겐 애증이 교차한다.  홍콩에서 만난 어느 형제의 이야기는, 그리고 서울에서 만난 늙은 창녀의 이야기는 삶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힘든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케 한다.

 

   참. 중요한 이야기를 빠뜨렸다. 글쓴이가 그 여러 나라를 여행했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근 30년 전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실린 여러 나라의 모습은 현재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 책은 여행보다는 좀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공감할 부분이 많다. 글쓴이의 글이, 사진이, 그리고 여행이 마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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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 -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상현 지음 / 세종연구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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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책일꺼라는 예상을 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한편으론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나 내가 소화시키기엔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제목에서부터 만만찮은 분위기를 풍기건만 스스로의 독서능력을 오판한 결과로 지난 일주일간 이 책을 붙잡고 힘들어했다. 각주가 붙은 책, 더군다나 대학출판사에 펴낸 학술적인 냄새가 술술 풍기는 책이기에 지레 겁을 먹고 "어렵겠구나...그렇군, 역시 어렵구나." 하는 색안경을 끼고 책을 봤기 때문일까..

 

   어려웠다는 타령 그만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책의 저자는 오랜 기간 역사강의를 해 오신 교수님. 저자가 1993년에 출간한 [역사로의 입문]이라는 책을, 2002년에 수정`가필하여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으로 다시 펴냈고, 절판된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을 수정보완해서 올해 [다시 쓰는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이란 제목으로 펴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구성은  1부 역사란 무엇인가와 2부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두 부분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1부 역사란 무엇인가 부분은 그나마 쉽게 읽힌다. 역사수업시간 첫머리에 나오던 "역사를 보는 관점"에 대한 설명과 통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무슨 과목이건 간에 첫장만큼은 (반복의 효과 때문인지...?) 쉽게 느껴지지 않던가..? 역사학 개론 혹은 사학사 첫머리에 한번쯤은 들어보고 넘어왔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수많은 학자들의 논의가 소개되고 있다. 더불어 오랜 기간 역사를 공부하고 강의해온 저자 나름의 역사를 보는 관점도 소개되고 있다. 

 

   솔직히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고, 기본 역사이론서를 몇 권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렇게 어려울 이유는 없다. 오히려 사학사 기본 입문서로 읽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기도 하다. 역사에 대한 별지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도, 1부를 읽으면서는 "아,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새로운 관점의 발견을 즐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랜 강의의 내공인지 글쓴이는 쉬운 비유와 설명으로 이야기를 깔끔하게 풀어내고 있어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양사학사상의 여러 역사관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2부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부분은 다소 어려웠다. 저자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비코와 볼테르와 헤르더가 역사를 보는 관점, 슈팽글러와 토인비의 역사관, 칸트와 헤겔과 마르크스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기본지식이 없이는 쉽게 다가서기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으므로..

 

  그들과 대화하려면 나의 기본지식이 좀더 두터워져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한 책.  저자의 "지식의 즐거움"을 같이 만끽하고 싶어서 펴든 책이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부족한 역량을 원망해야 했던 책.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려면 공부 좀 더 하고 다시 펴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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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아고라 - 조선을 뜨겁게 달군 격론의 순간들!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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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심한 편견과 무지의 소치라는 것을 알지만 왕조국가라면 왠지 변화없고 활력도 없고 정체된 모습이 먼저 연상된다. 왕이 "죽어라"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것 같은 신하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같은 말들을 늘어놓으며 고개를 조아리느라 왕과는 눈맞춤조차 못하는 신하들을 상대로 일방통행적인 명령만을 늘어놓았을 것 같은 왕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까...?

 

   역사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조선에도 치열한 논쟁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주워들어 알고는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식민사관은 그 이후 거의 한 세기라는 오랜 시간이 지나간 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이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그런 뉘앙스가 풍기는 교과서로 역사를 배웠기 때문일까..(내 무식함에 대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조상들은  그저 끼리끼리 모여서 붕당을 만들고 상대편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당파성"을 가진 모양인지 소모성 논쟁으로 시간을 보낸 한심한 인물들이었다.....? 조선시대의 여러 논쟁에 관해서는 토론의 이미지가 아니라 니전투구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나의 무지와 잘못된 식민사관으로부터의 영향받음을 반성한다. 반성해야겠다.  그래서 이 책 [조선아고라]가 더욱 고맙다. 조선시대 토론의 모습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서 잘못된 나의 역사인식을 반성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조선시대의 논쟁은 (세번째와 네번째의 예송논쟁은 시기를 달리하고 있지만 같은 주제이므로 하나로 묶고) 네 가지이다.  태조와 태종에 걸친 "한성천도논쟁"과 세종 대의 "공법실시논쟁", 현종 대의 "1,2차 예송논쟁", 정조 때의 "문체반정논쟁".   각각의 논쟁에 대해, 글쓴이는 본격적인 논쟁으로 들어가기 전에  관련 기록에 의거한 "일지"와 논쟁에 참여했던 "주요인물"에 관한 간략한 설명, "들어가는 글"로 논쟁의 요점과 대강의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본론부분을 읽는데 길잡이 역할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론에서는 논쟁의 배경과 과정에 대해 실록 등의 자료를 통해 논쟁 참가자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각각의 논쟁에 관한 이야기를 지켜보며 든 생각은 그 시대에도  일방통행만이 아니라 좀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토론과 합의를 위한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 보기에 참으로 흐뭇했다는 것. 한성천도논쟁은 오랜 토론의 과정에 비한다면, 동전던지기라는 다소 황당해보이는 행위를 통해 결정을 내리고 말았지만 논쟁 자체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종 대의 공법시행에 관한 "오랜" 논쟁을 지켜보노라면, 세종은 "노력형" 성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머리 속에 그려졌던 예송논쟁에 관해서는 상대에게 딴지를 걸기 위한 말싸움이 아니라, 당대 정권의 정통성과 관련한 그 당시로 보자면 꽤나 심각한 문제였음을 생각케 한다. 정조의 문체반정에 관해서는 논쟁이라기보다 정조의 일방적인 "명령'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다.

 

   논쟁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글쓴이의 글쓰기 방식이 무척 유쾌해 지루함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기존에 읽었던 역사서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바로보는 글쓴이의 역사보기도 재미있었다. 글쓴이의 안경을 통해 치열했던 조선의 논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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