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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참하라 - 하 -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왕을 참하라] - 파격적인 역사서를 만나다.
이 책은 과장 하나도 안 보태고, 그간 내가 잡다하게 읽어왔던 역사서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책이다.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파격적일 줄은 예상을 못 했다. 두 권으로 된 [왕을 참하라]의 마지막 장을 막 덮고 난 지금, 숨이 차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하고 속이 시원하기도 한, 글재주 없는 나로서는 하여간이라고 정리할 수 밖에 없는, 하여간 복잡미묘한 심정이 되어버렸다. 얄팍한 독서이력이나마 다른 분야보단 그나마 역사책을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도 조선사. 그런데 글쓴이는 그간 내가 읽어왔던, 혹은 배워왔던 역사가 모두 "소설"이라고 단언해버린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필자가 직접 수많은 역사서를 섭렵하면서 비교해 보니, 거의 사실이 아니었다. 수많은 역사적 사실이 신화나 소설로 둔갑되어 있었다."(p5 머리말 中) 그리고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이 일부 독자들에게 충격이나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p9)고... 머리말을 읽으며 솔직히 피식~했었다. 뭐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고 자신의 글에 대해 이토록 자신감이 넘치며, 부작용까지 미리 알려주는 친절까지 베푸실까 싶어서.. ..
1권이 467쪽, 2권이 487쪽. 1000쪽 가까운 분량의 책을 읽으며 사실 여러 군데서 놀랐다. 글쓴이가 머리말에서 경고했듯이 이 책을 읽으며 "충격이나 거부감"을 종종 느껴야 했던 일부 독자 중의 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조선은 명나라가 망할 때쯤 같이 망했어야 할 나라다. 27명 조선의 왕 중에서 명군으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은 세종과 정조 뿐. 나머지는 요절 했거나 짧은 기간 재위했기에 별 볼 일 없었던 왕들이고, 밦값, 죽값을 겨우 한 왕들이 있었을 뿐인 한심한 나라 조선. "조선의 백성들은 왕조 내내 이렇게 인간 이하의 생활을 했던 것이다. 도대체 이런 놈의 나라가 왜 존재했어야 하는지 필자는 도저히 모르겠다."(1권 p336). 글쓴이의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런 정도가 아닐까... 존재의 의미가 없었던 나라. 조선 역사에 있었던 반란(?)들 중 하나라도 성공해서 뒤집어져버려야 했던 나라.
이 책의 글쓴이가 인식한 조선은 그런 나라였다.
글쓴이가 조선을 그렇게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개 같은"(? 이건 내 표현이 아니다. 이 책의 글쓴이의 표현이다.) 양반들이 지들 배를 채우기 위해서 대다수인 백성들을 짐승 취급했던 나라가 조선이다.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했던 나라가 조선이고, 비생산적이고 쓸데없는 당쟁으로 결국엔 나라를 말아먹은 나라가 조선이고, 제 정신 박힌 제대로 된 인간들이 뭔가 해 볼려고 하면 꺽어버리고 좌절하게 만들었던 나라가 조선이었다는... 그나마 조선사에서 밝은 순간이 있었다면 동서양 군주 중에서 가장 훌륭한(역시, 글쓴이의 표현이다.) 세종대와 천재들의 시대 정조 때 정도였달까.. "그간 조선사를 쓰면서 욕만 나오다가"(2권 152) 그나마 장복선이나 김만덕 같은 선한 사람들이 있어 독설을 내뱉는 글쓴이조차도 "눈물이 핑"(2권 152) 돌게 하는 그런 나라.
글쓴이의 경고대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종종 있긴 했지만, 사실 공감가는 부분도 여럿 있었다. 태어나고 보니, 서얼이라서 혹은 노비라서 품은 뜻이 크고, 그 뜻을 펼칠 재주도 있지만, 신분이라는 족쇄에 얽매여 살아야 했던 조선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오로지 탐욕이라는 큰 그릇을 채우는데 급급했던 조선 지배층의 대다수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역사책에서 한번도 접하지 못했던, "개 같은" 등의 표현이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책이긴 했지만, 1000쪽에 달하는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전혀 지겹지 않았던 건, 오히려 글쓴이의 그런 독설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글쓴이는 이 책 쓰고 나서 속이 시원했겠다, 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조선사를 둘러보며,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고 있으니....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나 역사는 보는 방향에 따라서 엄청난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게 했던 책. 글쓴이의 모든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힘들지만, 역사를 다른 방향에서 보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
*잘못 쓰인 글자들
1권 151쪽부터 이후 여러번 등장하는 세종의 비 심씨 "소현왕후"
1권 157쪽 "이양법"
1권 330쪽 "임껑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