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 - 왕을 꾸짖은 반골 선비들
정구선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요즘 역사서들, "발칙한" 것이 유행인가...? 요 몇 개월 사이 내가 읽은 역사책만 해도 제목에 "발칙한"이란 표현이 들어간 게 이 책까지 합치면 서너권쯤 되는 것 같다. "발칙한"이란 제목이 주는 참신함과 이목을 잡아끄는 효과 때문에 그런 제목을 쓰는 모양인데, 일괄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글쎄.. 내가 읽었던 "발칙한" 책들은 그닥 발칙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제목을 보며 기대했던 것에는 미치치 못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 또한 솔직히는 그렇다. "왕을 꾸짖은 조선의 미네르바!"라는 소개문구에 많이 혹했던 책이다. 제목 때문에, 혹은 소개 문구 때문에,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잔뜩 기대했던 사람은 나 뿐이려나... 이 책에 앞서 읽었던 엄청나게 파격적이고 독특하고 신랄한 문체를 가진 역사서 때문인지 이 책은 참 평범하게 느껴졌다. 자극적인 음식을 맛 보고 난 후 평소 먹던 밥이 평범하다 못해 맛없다고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이유랄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조선의 지식인"들은 "유일", "처사"로 불리우던 인물들이다. 이름이 귀에 익은 인물들도 몇몇 있었으나, 역사지식이 빈약한 나로선 이 책을 통해 그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된 인물들이 대다수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혼탁한 정치판에 끼어들려고 하기보단 학문의 즐거움과 청빈한 삶을 즐기다가 간 사람들. 시기적으로는 조선 중기 이후 중앙에서는 붕당과 당쟁, 사화로 정치판이 한참 시끄러울 때 즈음의 인물들이고, 윗대에서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되어 화를 당한 가문들의 자손이거나 정치에 염증을 느껴(?) 정치에는 뜻을 접었던 고고한 인물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글쓴이는 그러한 인물들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일괄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이 책에서 다루어진 대부분의 인물들은 대부분 명문대가의 훌륭한 집안 인물들로, 어려서부터 똑똑했고, 효성이 지극했으며, 형제간에 우애가 깊었던 인물들이다. 벼슬을 탐내지도 않았고, 부를 추구하지도 않았던 인물들. "식솔들이 배고픔에 울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p68)던 인물들이고, 그 학문의 높음을 알고 임금이 몇 번이나 벼슬을 내려 불렀지만 그 벼슬을 사양했던 인물들이고, 벼슬을 받았더라도 곧 사양하고 숨어버렸던 인물들.. 정치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상소를 통해 당대의 정치를 호되게 비판했던...

 

    "그는 당쟁을 비롯한 국정 혼란의 책임이 오로지 임금에게 있다고 강조하면서 감히 지엄한 군주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과연 오늘날 어느 관료가 대통령에게 이러한 직언을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통렬한 직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그가 관직이나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재야에 머물러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p139)

 

    성혼에 대한 글쓴이의 평가이다. 가치관의 차이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해 글쓴이와 달리 나는 그닥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혼자만 고고할 것이 아니라, 굶주려 가는 백성들, 혼탁한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어 그것을 개혁하려던 자들은 없었다! "관직이나 권력에 연연"했던 대부분의 관료들이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한 정치를 했을 때 고고한 그들은 무얼했나?! 책에 대한 불만은 아니련만 등장인물들이 하나 같이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서 뭔가 불만스럽게 읽혔던 책.

 

   역사도, 사람에 대한 평가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을 새삼스레 생각하게 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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