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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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평점 :
철학이 어렵다는 생각을 버려라.....?!
철학책을 한 권 읽었다. 사실 제목에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이 책을 철학책으로 분류하긴 하지만, 철학이라는 용어가 주는 무거움과 고상함은 덜어버린 책이다. 제목과 내용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유쾌하다. 그리고 잡다한 일상과는 희미한 점선 정도로만 연결되곤 하던 철학이라는 주제를, 굵직한 실선으로 연결하고 있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사상사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었다. "철학"이란 제목이 붙은 책들도 양손가락을 합친 수보다는 적지 않을 정도로는 읽었다. 하지만 어려웠다. 아무리 "쉽게" 썼다고들 외쳐도 이해력의 부족인지 어딘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들이었다.
이 책의 글쓴이는 헤겔의 [정신현상학] 중의 한 문장을 읽다가 이런 생각을 했단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두뇌활동이 정지되는 것 같았다. 모르는 외국어를 읽은 느낌이었다. 아니 외계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 - 중략 - 나를 더욱 절망하게 만든 점은 이 한 문장만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헤겔의 글뿐만 아니라 철학책 속의 거의 모든 문장이 이런 식이었다."는....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철학전공자가 아닌 내가 읽었던 책들은 헤겔의 [정신현상학] 따위의 거창한 책들이 아니라, "~를 위한 서양철학사" 따위의 철학 입문서에 불과한 책들이었음에도 말이다.
글쓴이는 황상윤. "중앙대학교에서 '철학의 이해'라는 교양수업을 3년동안 강의하기도 했다."(책 앞날개)는 젊은(1970년생) 철학교수님이다. 전체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뭐랄까...? "어느 젊은 철학자의 세상보기"랄까... 철학전공자라는 그에게 점을 볼 줄 아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인간, 과학, 자살, 노동, 정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들을 철학이라는 안경을 통해 쳐다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 이야기도 하고,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이야기 하느냐에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 거창하지 않게 하지만 자신이 하고픈 말은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유명한 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사상을 간략하게나마 알게 되는 재미도 있는 책이고..
타인의 가치관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라는 생각, 이 책을 읽으며 했다. 철학책은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일 것 같다. 다만, 미국의 부시대통령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흔히들 극우로 분류되는 정치적 성향을 지닌 사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나폴레옹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아야 할 점은 바로 운명보다 중요한 것은 주체의 의지라는 것이다. 손금의 끊어진 부분을 칼로 베는 결연한 의지가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자신의 삶과 운명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p37) 이 말은 깊이 새겨둬야겠다. 내 삶, 내 운명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글쓴이를 통해, 나폴레옹을 통해 다시금 일깨우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