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부럽다..

허패의 집단 가출 - 허영만의 캐나다 여행 우보산행의 철학, 허영만의 이색여행 프로젝트 1 ㅣ 탐나는 캠핑 3
허영만 그림, 이남기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책 표지 맨 위에 보면 <허영만의 캐나다여행>이라고 쓰여 있길래, 만화가 허영만이 쓰신 책인 줄 알고 읽었다고 하면 글을 쓰신 분한테 죄송한 말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랬는데 어쩌랴.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허영만의 만화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 영화 <타짜>를 보았고, 거기에 까메오로 출연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고 위트가 넘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후에 우연한 기회에 <식객>이라는 시리즈 만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우와..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풀어낼 수 있는 분이구나 싶어서 관심이 많이 가던 차에 <허패의 집단 가출>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이 책을 읽게 됐다.

허영만의 이색여행 프로젝트1이라고 되어있는 걸 보면 분명 이 책은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인가 보다. 그 첫편은 캐나다.. 책을 읽기 전에 대충 나의 사전지식을 정리해본다. 캐.나.다..미국 위에 있는 나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유학을 많이 가고 있어 기러기아빠가 연상되는 나라. 영어를 쓰고.. 또...? 없다.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다시 한번 나의 무지를 책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은 만화가 허영만을 대장으로 하여,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단 소위 "허패"의 캐나다 여행기이다.  8명이나 되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산과 사람과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집단여행이었던 것 같다. 내가 기대했던 만화가 허영만이 직접 쓴 이야기가 아니라 약간은 실망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지만, 책을 보는 내내 같이 여행을 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해 준 이남기씨의 글솜씨도 너무 좋았다. 곁들여진 허화백님의 위트 넘치는 삽화도 너무 재미있었고, 만화<식객>의 취재팀장 이호준씨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이 있어 내가 마치 여행을 다녀온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식구의 식사를 해결해준 프로 스노보더 김은광씨의 요리 실력은 나도 숟가락을 들고 한 켠에 끼고 싶을 정도. 20여일의 캐나다 여행에서 만난 많은 이야기들. 밴쿠버에서 만난 한국전 참전용사의 이야기, 오소유스의 잉카입 와이너리는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별 백만개짜리 자연호텔에서의 유숙도 너무 부러웠고, 로키산을 오르는 경험도 로키에서의 승마도 너무 부러웠다. 책을 읽은 내내 "아 정말 좋겠다. 아.. 부럽다"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여유로운 그들의 여행이 얼마나 샘나고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허패에 가입(?)할 수 있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그들을 따라 나도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정도로 기분좋은 여행이었기에..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여유와 캐나다에 대한 조그마한 지식들이다. 책에는 간간히 캐나다의 문화와 역사와 현재의 사정에 대한 얘기가 간략히 메모되어 있기도 해서 꽤 유익한 책이기도 했다. 내 머리 속에는 캐나다가 기러기아빠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여유롭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나라, 그리고 꼭 한번 내 두 발을 디뎌보고 싶은 나라로 다시 입력되고 있다. 이 책 덕분에.. 다음엔 허패가 어디로 여행을 갈까..? 나도 따라가고 싶은데..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