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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 여행자 오소희 산문집
오소희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은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던 여행작가인 오소희님이 쓰신 에세이인데요.
코로나19로 여행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집에 머물며 써내려 간 에세이라고합니다.
집을 그저 머무리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 곳곳을 여행하며, 해외여행에서 경험했던 추억들을 오버랩시키며 전개가 되는 형식인데요.
집이라는 일상에서도 여행이라는 특별한 선물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작가님의 글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부러움'이었던 것 같아요.
똑같이 집에 머물지만 그 안에서 느끼고, 깨닫는 것들이 다르다는 점들이요.
저는 워낙 집순이라 여행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 집에 있는 순간을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요.
그렇다고 집에 머무는 일상의 순간을 작가님처럼 특별히 여겨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매일 매일 마주하는 공간이기에 그 어떤 자각도 없이 살아온 날들이 대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의 첫 글인 커튼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작가님은 2년에 한번씩 이사를 15년간 다니셨다고해요.
그래서 결혼을 하고 20년동안은 커튼은 불필요한 사치처럼 느껴져 욕심을 내지도, 갖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으셨고요.
그렇게 2020년 자기만의 집을 지으며 창문이란 창문에 실용성도 없는 쉬폰커튼을 모두 달아버리셨다고하는데요.
하루의 시작을 커튼을 열고, 하루의 마무리를 커튼을 닫는 그 과정이 전혀 귀찮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20년을 기다렸다 소유한 커튼은 귀하게 여겨지니까요.
누군가 보기에는 작가님의 취향을 가득 담은 집을 직접 지어 그 행복이 찾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님은 작은 빌라에 살던 때를 추억하며 얘기해요.
'결핍은 다만 해석으로부터 오는 거였다.
풍요도 다만 해석으로부터 오는 거였다.'
작은 빌라에 살 때 작은 뒷마당에 벤치도 놓고, 꽃도 심고, 조약돌도 깔며 아무나 못 누리는 행운을 차지한 기분으로 살으셨다고 해요.
지금 내가 머무는 자리에서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끼고 최선을 다했기에 여행에서도 깨닫는게 많으셨던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계세요?
'특별한 행복'은 여행으로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여행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을 만나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낡고 오래된 공간이지만 내가 머무르는 이 공간에서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분명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을 깨닫게 되실거예요.
저도 그 순간들을 천천히 느끼며 마음에 담을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감사한 책이었습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