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시작시인선 47
박진성 지음 / 천년의시작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인지 이 시집을 처음 펼쳐든 것은 병원에서였다. 생각보다 긴 대기시간에 지루해하다 가방에 있는 책 중에 하나 집어든 것이 바로 박진성의 시집 '목숨'이었다. 병원 대기실에서 펼쳐든 시집은 내 엉덩이를 썩 불편하게 했다. 

'목숨'이라는 제목으로 쓰인 시들과 '반 고흐'를 생각케 하는 시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삶이나 병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이리저리 보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더 눈에 띄었다. 피상적인 '삶'이나 '병'이 아니라 '내 삶'이고 '내 병'이다. 

동백 신전 

동백은 봄의 중심으로 지면서 빛을 뿜어낸다 목이 잘리고서도 꼿꼿하게 제 몸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랑이다 파르테논도 동백꽃이다 낡은 육신으로 낡은 시간 버티면서 이천오백 년 동안 제 몸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먼 데서부터 소식 전해오겠는가 붉은 혀 같은 동백꽃잎 바닥에 떨어지면 내 입에 넣고 싶다 내 몸 속 붉은 피에 불지르고 싶다 다 타버리고 나서도 어느 날 내가 유적처럼 남아 이 자리에서 꽃 한 송이 밀어내면 그게 내 사랑이다 피 흘리며 목숨 꺾여도 봄볕에 달아오르는 내 전 생애다  

어쨋든 좋았던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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