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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 2003년 제3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시간에 대해 말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나는 김연수의 초기작품들을 좋아한다. 단편집 '스무살'에서 보여준 파릇파릇한 모습이 최근에 보여주는 세련미보다는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뭐 이런 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 나는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를 읽으며 내 어릴 적 동네를 떠올렸다. 이제는 십년이 지나지 않아도 강산은 휙휙 변해서, 그리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내 어릴 적 동네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었다. 나는 언젠가 그곳을 다시 그릴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자주 그 동네, 그 날들을 떠올린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자꾸 떠오르는 내 유년의 동네 때문에 읽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소설에 동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네에는 이웃이 있고 사람이 있다. 이 소설집을 읽으며 좋았던 것은 그 장소에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애절하게 담겨있다는 것이다. 애절하게, 나는 이런 표현 싫어하는데 때로는 이렇게 흔한 표현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도 있다.
특히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에서 아이의 수의를 짓는 여자에게 공양주 보살이 아프지 말아라,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뻔히 예상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울컥 가슴 속 무엇인가 치밀어오르게 만들었다. 동네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는 울컥한 무언가를 가슴에 꾹꾹 담고 사는 사람들.
그런 면에서 나는 김연수의 소설이 좋았다. 언젠가 나도 이렇게 내가 아이였을 때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