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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극과 극 - 카피라이터 최현주의 상상충전 사진 읽기
최현주 지음 / 학고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 겸손한 지인은 "내가 사진을 잘 모르잖아"라는 말로 사진에 대한 오해와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사진보다 몇 배는 더 다양한 기법과 어려운 상징, 복잡한 미술사로 점철된 회화 앞에서도 "내가 그림을 잘 모르잖아"라고 쉽게 말하지는 않는데도 말이다. 한눈에 다 간파할 수 있는 이성보다 그렇지 않은 이성이 더 매력적이듯 한눈에 다 이해되지 않는 사진의 매력에 빠져보지 못한 사람들은, 어느 개그맨의 유형어를 빌리자면 '쪼금 불행한'거다.   -p.137~138  
   

 어떤 사진을 보고 그 의미가 쉽게 전달될 때가 있는가 하면,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때가 있고, 그렇게 해도 알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후자에 가까워질 때마다 사진도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출제자의 의도를 짚어보아야하는 난해한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책 속의 저 문구가 저에게 말을 거는 듯 했습니다. 한눈에 파악되지 않아서 매력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어보라고 말이지요.

이 책에는 국내외 유명사진작가의 사진 60여점의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사진의 극과 극'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여러 현대사진들이 함께 놓입니다. 그리고 저자가 새로운 관점에서 들려주며 사진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사진을 보면서 구도나 색채와 같은 외형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되는데, 그보다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주제와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작가의 활동과 생각에 초점을 맞추어 함께 걸어가고, 때로는 이 새대의 생활과 현상를 끌고 들어옵니다.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현재를 말하기도 하며,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 지금도 남아있는 전쟁의 흔적, 시대의 어두운 부분을 말할 때면 또 다른 생각에 함께 빠져들게 됩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은 찰나이지만, 그 사진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고 있더군요. 다른 사진이 하나의 주제로 묶어지기도 하고, 제각기의 개성도 발산하는 것을 보면서 현대 사진이 막연하게나마 가깝게 느껴집니다. 사진에서 출발한 오솔길을 걷다보면 예술 사진의 의미와 가치가 쉽고 재미있게 다가오고요.

책을 읽기 전까지는 책의 제목을 읽고서 현대 사진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을 제시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이의 사진을 읽을 수 있고, 그러한 시선을 내가 찍는 사진에 조금이나마 적용할 수 있는 기술과 같은 내용 말이지요. 그런데 그와는 다른 -그래서 조금은 실망도 하였지만-, 일상을 듬뿍 넣어 쉽게 이야기하는 구성도 재미있고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진을 보며, 더 나아가 예술 작품을 보면서 생각의 나들이를 떠나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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