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보아도 좋아 고래책빵 동시집 15
이경희 지음, 윤지경 그림 / 고래책빵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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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시는 '어렵다' 혹은 '잘 모르겠다' 와 같은 단어들과 어울리는 문학이었다. 국어 시간에 접했던 시는 시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거나 작가의 의도를 밝혀내는 것으로 보냈던 대상으로 감상보다는 취조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다.

그에 반해 동시는 마음에 들었다. 어린이가 직접 짓거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지은 시였기에 작가의 마음이 있는 그대로 투영되니 감상하면서 편안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라만 보아도 좋아>는 특허청 공무원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님의 동시집으로 올해 퇴임하면서 낸 동시집이라고 한다. (책 마지막에 작가님의 반전 이력을 엿볼 수 있다.)

공무원이라는 단어의 이미지와 달리 동시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곱다. 아이의 순수함과 맑은 마음이 느껴지는 시어들이 영롱한 구슬 목걸이처럼 반짝이며 엮여 있다.

앵두 한 알 따서

입속에다 넣었더니

두 눈이 감긴다

달콤새콤한 그 맛

내 입으로 쏟아진다. (동시 '앵두' 중 일부 발췌)

그림 하나 없는 동시였는데 머릿속에 온통 빨갛게 잘 익은 앵두들이 떠다녔고 마치 내가 먹은 것 마냥 앵두 향이 입안 가득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내 마음 어디에'나 '겨울 바다' 등 동시와 함께 그려진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은 동시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가족이나 친구, 아기를 노래한 동시에서는 따스함과 포근함이 느껴졌다. 자주 등장한 '영주'와 아들 이름으로 나온 '준호'는 작가님의 가족이나 친척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일상적인 단어와 사건을 배경으로 지어진 동시집이라 그런지 제목 그대로 '바라만 보아도 좋아'지는 동시집이다. 힘들고 지친 일상에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거나 순수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이 동시집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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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파랑
정이담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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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1. 파란 빛깔이나 물감

2. 잔물결과 큰 물결 (네이버 국어사전)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파랑을 느낄 수 있는 책 <불온한 파랑>.

수학 여행 중 가라앉은 배의 실종자를 찾다가 숨진 잠수사의 딸 은하와 그 실종자의 동생 해수는 장례식장 이후에 대학 룸메이트로 재회한다. 비뚤어진 사람들의 멸시와 편견 속에 마음 속 깊이 갇혀있는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를 의지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다 둘은 우연히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만한 어떤 물질을 발견하게 되는데 과연 은하와 해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작가님의 전작 '괴물 장미'가 뱀파이어가 나오는 판타지 사랑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우주가 첨가된 SF 사랑 이야기다. 여기서의 사랑은 흔히 볼 수 있는 남녀간의 연애를 다룬 사랑이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사랑을 뜻한다. 여기에 실제 이야기인 세월호 참사, 어떤 특정되는 인물의 등장 등 현실감을 더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불온한 현재를 반영하고 있다. 미학의 절정이 느껴지는 문체와 은유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짙게 하여 은하와 해수의 고통과 삶의 아픔이 더욱 쓰라리게 한다. 겉표지의 푸른 빛과 반짝이는 별들에 잘 어울리는 우아한 몸짓으로 유영하는 귀신고래의 아름다움에 첫눈에 빠지고 만 것처럼 불온하지만 결코 불온하지 않은 파랑 속에 충분히 빠져들고야마는 매혹적인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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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를 잊은 그대에게 - 소외받은 이를 향한 공감·연민·실천
최충언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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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해 땅에 내려오신 천사가 틀림없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 버린 성냥팔이 소녀의 이야기는 170여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자선 병원인 구호병원의 외과 의사, 달동네의 개업의, 무료 진료소 의사로 활동하는 의사 선생님이자 작가님은 그동안 만났던 노숙자, 의료 빈민, 도시 빈민, 이주 노동자, 장애인 등 우리 시대의 성냥팔이 소녀들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어내었다. 제목과 표지는 너무나 낭만적이고 따스한데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고 냉정했다.

암 덩어리가 직장을 막아서 인공항문이 필요한 노숙자, 돈이 없어 수술을 하지 못하는 가난한 알코올 중독 환자, 조카가 채무 문제로 잠시 맡긴 돈 때문에 기초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된 할아버지, 뇌사 상태에 빠져 고향에 가기 어려운 필리핀 여성, 식사를 하러 들어온 가게에서 쫓겨난 장애인 등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가슴이 아리면서도 내 밥상에 숟가락 하나를 더 올려놓지 않았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의료 개혁이나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위한 실질적 제도 운영 등 국가적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작가님의 마음을 닮기를 희망한다. 본문에 자주 등장하는 '바자울'이라는 단어가 계속 마음에 맴돈다. 나부터 부끄러움에서 머물지 않고 누군가의 바자울이 되길 다짐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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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
전은수 지음 / 달꽃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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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손의 세계 + 이별 설명서.

<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라는 제목이 가져온 충격이란 실로 대단했다. 제목으로만으로도 작품 하나가 완성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아침드라마 같은 막장이 아닌 잔잔한 에세이였다는 것이 반전이었지만 여운은 충격적인 반전소설보다 더욱 오래도록 남았다.

작가님은 열 두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그 뒤 할머니 손에 자랐다. 누구보다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누구보다 할머니와 많이 싸웠던 작가님은 할머니가 두 번째 엄마였던 것이다. 우리가 엄마와 잘 지내지만 주구장창 싸웠던 것 처럼.

책의 전반부는 할머니와 두 고모와 갔던 해외 여행 이야기다. 남동생이 있는 캐나다와 휴양지인 코타키나발루에서 네 명의 여자들이 울고 웃었던 소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달빛처럼 은은하게 펼쳐진다.

책의 후반부는 엄마와의 이별 후 상실감에 젖어있었던 작가님의 마음을 통해 이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이야기다. 나보다 훠~얼씬 젊은(어린?) 작가지만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나보다 더 연륜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할머님과 두 고모님의 인터뷰도 무척 재미있었다. 작가님의 여행기 두 편을 봤을 뿐이었지만 그들의 말투가 음성지원되고 따스한 정이 느껴졌다.

인생도 여행같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다음에 갈 곳을 정하고 그 설렘에 살아가는 것.

평생에 걸쳐 한창때의 인생을 살아감이 틀림없다(본문 78쪽)는 작가님의 말처럼 오늘 하루도 여행온 것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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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드는 밀리터리 세계 종이로 만드는 시리즈
사이언 아담스 지음, 박지웅 옮김, 백 오브 배저스 페이퍼 엔지니어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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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보여줬을 때의 환성과 반짝이는 눈빛을 담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초특급으로 환영받았던 책인 <종이로 만드는 밀리터리 세계>는 책과 풀만 있으면 눈앞에 각종 밀리터리 탈것을 보여주는 마법같은 만들기 책이다. 세계 최초의 전차부터 최신 스텔스 구축함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 존재했던 밀덕이라면 혹은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다양한 밀리터리 탈것들의 모형이 가득하다. (난 밀덕은 아니다.)

표지에 적혀있는 '2권의 책이 1권에' 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펼쳐보니 윗부분에는 밀리터리 탈것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고 아랫부분에는 밀리터리 탈것 25개의 3D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조립도면이 있었다.

밀리터리 탈것의 도면이 생각보다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되어 있어 고증도 많이 하고, 접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뇌도 많이 했으리라 생각된다.

설명서는 맨 뒤에 한꺼번에 실려있어 도면을 뜯어낸 뒤(가위도 필요없다!) 설명서를 보며 만들면 어느새 완성된 탈것을 만날 수 있었다. 접은 선을 미리 접고 같은 색깔의 점끼리 풀로 붙이면 되는 구조라 설명서 없이도 만들 수 있지만 설명서를 보면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으니 설명서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종이 질이 약간 두껍고 좋아서 풀로도 잘 붙지만 작은 조각들은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서(우리 아이들이 탈것으로 전쟁놀이를 해서 그럴수도 있겠다.) 테이프의 힘을 조금 이용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어른들의 도움을 아주 약간 필요로 하는 정도의 난이도를 갖고 있어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멋진 작품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미취학 아이라면 어른들이 좀 도와주면 될 것 같다.)

코로나 19 사태로 집 안에만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책을 선물해줄 수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하다. 아이들이 눈 뜨면 책을 찾고 눈 감기 전에 내일 뭐할지 정한다. 하루에 하나씩만 만들기로 했다. 안 정하면 하루종일 이것만 만들려고 할 것 같아서...(이 책이 나오기까지 힘써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올 겨울은 이 책과 함께 보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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