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간들

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7월

이 책은 가족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더 깊이 들어간다면, 죽음과 삶 그사이의 간극 모두를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과 삶, 죽음 이 세개의 키워드가 핵심이 되어 꼼꼼하고 치밀하게 심리를 그려내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가 죽었다. 어느날 갑자기...

예고되지 않은 갑작스런 죽음을 마주해야 할때, 우리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아직 겪어보지 못한 과정이고, 최대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슬픔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것 같다.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이 불러일으킨 마음의 혼란을 벗어나보고자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엄마의 죽음을 견뎌내기 위한 심적 치유를 갈망했던 것 같다.

작품속 엄마의 나이는 불과 몇년 후 내엄마의 나이가 될것이다. 

엄마의 죽음에 대해 생각도 하기 싫지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만에 하나 언제든 닥칠지도 모를 엄마와의 이별에 대해 반강제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의 복잡했던 내면의 심리를 따라가며 나또한 그녀가 되어 슬픔을 견뎌내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맞으며, 받아들이고 이후 남은 가족의 삶을 죽음과 연결상태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게끔 한다. 

삶과 죽음은 하나의 연결고리 선상에 있다는 듯이.

그리고 작가의 죽음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소설 전체를 아울러 흐르고 있다. 

죽음을 기억해야만 하고 동시에 삶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소중한 이의 죽음과 그 죽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속에서 가족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평범한 삶과 평범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진중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렇듯 평범하게 누군가를 잃어버렸거나 그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나처럼 언젠가는 사랑하는 부모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될 것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 모든 평범한 우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전기수 아저씨

전기수 아저씨 - 걸어다니는 이야기 보따리
김선아 글, 정문주 그림, 안대회 바탕글.해설 / 장영(황제펭귄) / 2014년 7월

어릴적 동화책을 너무 사랑해서 잠자리에서까지 책을 끼고 누우며 읽다가 잠들곤 했던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커다란 그림속 전기수 아저씨처럼 책을 품에 안으며 정말 좋아했었던...

소설이나 이야기책을 전기라고 하며 전기수는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뜻한다.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글을 모르는 가난한 백성들을 모아놓고 책을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 해서 이야기를 감칠맛나게 해주며 몇군데의 정해진 장소를 두고 시간차를 두어 옮겨다니며 사람들의 이목을 끊임없이 잡아끌던 전기수는 어쩌면 몰락한 양반가의 후손이거나, 글은 배웠으나 벼슬길이 신통치 않았던 선비들의 노후는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이책에서 영복이는 우연히 장터에서 전기수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그가 감칠맛나게 심청전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입을 다물어버릴때, 많은 사람들이 안달하며 돈을 던지고 빨리 그 뒷부분을 얘기해달라며 재촉할때 꼬마 영복이도 전기수 아저씨의 얘기에 푹 빠지게 되고, 이야기의 절정을 앞에 두고 전기수 아저씨는 또다시 입을 닫곤 내일 종루에 나오면 뒷이야기를 마저 해주겠노라며 자리를 뜨게 되는데....

영복이는 심청전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

전기수는 우리 독서문화의 의미있는 단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의 모습이 20세기 초반까지도 목격이 되었다고 하니, 점차적으로 책을 혼자서 읽는 방식으로 변화되어 가면서 점점 이 전기수도 모습을 감추게 된 것 같다.

(물론 전기수는 한 인물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절대 아님)

어릴적 텔레비전에서 본 80년대의 '아이스께기'아저씨처럼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져버린 하나의 옛것.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전기수 아저씨는 내가 기억하는 아이스께끼 아저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취학전 아동에게 부모가 읽어주기에도 좋을 것 같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에게도 추천한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 때때로 외로워지는 당신에게 보내는 따스한 공감 메시지
다츠키 하야코 지음, 김지연 옮김 / 테이크원 / 2014년 5월

매일 출근길에 하는 생각... 휴일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출근하기가 정말 싫다는..

그러나 막상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면 막상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는 하야코의 말에 공감이 간다.

여자나이 서른 여섯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속 문화에도 확실한 노처녀로 대접받는다.

서른 여섯 싱글이 벼랑 끝에 서 있는 걸로 보이는... 참 불편한 시선들...

하야코의 생각과 일상을 통해 나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를 미약하게나마 살짝... 느껴볼 수 있었다. 

이십대 후반에 결혼이 빨리 하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지는 그녀의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우리의 결혼에 대한 태도와는 조금 온도차가 있는듯 했다.

서른여섯의 하야코는 결혼에 대해 급한 생각은 없어보이나 주변에서 가족과 동료 지인들이 그녀를 결혼동맹이나 맞선 중개업체로 등떠밀어 결혼을 종용하고 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와 함께 하고 싶어 결혼을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따금 주변의 이런 등쌀에 그녀도 흔들리는것 같다.

맞선이나 소개팅, 단체미팅등 다양한 형태의 만남들을 통해 그녀는 수없이 다양한 남자들을 마주치게 된다.

되도록이면 많은 남자를 만나보고 결혼하기를 권하고 싶은데 그녀는 지금까지 충실히 잘 따라주고 있는 것 같다.

하야코와 비슷한 또래의 삶을 살고 있는 나는 결혼을 한 주부이지만 그녀의 생각들을 읽을 때마다 결혼전 내가 느꼈던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해 공감이 가기도 했다.

이 책은 정말 제목 그대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물음표 그자체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방법이나 노하우 이런 것들을 기대하면 곤란하고, 그냥 우리 만화 영심이가 꿈과 사랑을 좇듯이 소녀감성을 간직하고 있었다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의 하야코는 어쩌면 영심이의 20년후와 좀 비슷할 것 같다.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며, 가벼이 공감할 수 있는 편안하게 볼만한 책으로 생각된다.

20대,30대의 결혼을 앞두거나 싱글이거나 또는 연애를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여자들만의 감성 일기정도의 의미로 가벼이 추천하고 싶다.

허스토리

허스토리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4년 7월

[조이럭클럽]을 혹시 알고 있는지? 

나는 [허스토리]를 읽고 [조이럭클럽] 그녀들의 서글픈 삶이 생각이 났다. 

[바보엄마]라는 작품을 드라마로 봤었는데, 그 원작의 작가 '최문정'의 신작이어서 내심 기대가 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가족에 대한 뜨겁고 뭉클한 사랑이 늘 중심뼈대에 자리해 있는것 같다. 

[허스토리]는 불행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네 자매의 뜨거운 우애와 가족애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짜임새는 일본소설 [빙점]의 그것처럼 오밀조밀하면서 치밀하게 잘 구성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속도감도 빨랐다.

한 여자 혜인, 어릴적부터 그녀만을 바라보며 사랑해온 남자 경훈,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경훈의 가장 친구인 희성. 

경훈은 자신이 사랑하는 혜인이 자신의 가장 친구와 결혼 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지만 여전히 그 사랑을 멈출수가 없다.

시험관 시술 끝에 네쌍둥이를 임신하게 된 혜인은 희성이 미국에서 갑작스런 의문사를 당한 충격으로 그녀 역시 출산도중 세상을 떠나고 만다. 

긴급수술로 네쌍둥이는 무사히 생명을 건졌지만 이 네자매의 운명은 생각지 못한 운명으로 갈라지게 되는데...

성은(이지), 베스, 조, 히미코(앤젤) 이 네자매중 성은은 경훈이 맡아 키우게 되고, 베스와 조는 미국 부유한 정치가문으로 입양되며 히미코는 일본으로 입양이 된다.

늘 엄마의 차가운 눈빛과 냉대에 가슴 졸이며 자라는 성은, 양아버지의 매일밤 방문으로 끔찍한 고통을 겪는 베스, 야쿠자가문의 아들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입양되어진 히미코 이들 각자는 파란만장하고 기구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네자매의 굴곡진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에 대한 의미, 정의, 입양제도의 슬픈 이면에 감추어진 끔찍한 가정폭력, 성폭력, 살인등의 키워드가 작품속에 아프게 녹아 있다.

오래전 고 최진실 주연의 해외입양아의 사연을 그린 영화가 생각난다. 해외입양 또한 가족의 부재로 인해 해체된 그 결과물로 봐야 하는데 이 네 쌍둥이 자매들의 삶이 각자의 처해진 입양환경에 의해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각양각색의 삶을 살게 되는지 또한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허스토리]도 드라마나 영화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보엄마]보다 더 흡입력 있게 다가왔고, 더 진한 가족애가 슬프게 느껴졌으며 작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여자들의 굴곡진 삶을 밀도있게 그려낸 [조이럭클럽]보다 더 여성으로서의 삶이 처절했고 그것이 매우 아프게 다가왔다.

허스토리... 그녀의 역사, 이야기... 

여기, 이 네 자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말고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검은 수도사

검은 수도사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우선 나는 검은 수도사 1권을 읽지 않았고, 2권을 먼저 읽게 되었다. 

종교가 가톨릭인 탓에 중세 서양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가톨릭과 그 역사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되는 불편함을 가지고 

내종교와 관련된 책들은 가리지 않고 찾아서 읽는 편이다. 

물론 이 [검은 수도사]도 가톨릭이라는 하나의 종교와 십자군 전쟁의 이면과 템플기사단의 존재에 대해 그 연결고리를 지어 보여주고 있기에 

이전에 즐겨 읽었던 다빈치코드나 천사와 악마처럼 나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켜 읽게 되었다.

1660년 알프스 산자락의 어느 마을, 한 신부가 의문의 독살된 채 발견이 된다. 

온몸에 마비를 일으키는 경련으로 고통스러운 중에 있는 힘을 모아 그는 수수께끼같은 암시를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사형집행인과 그의 딸, 젊은 의사, 신부의 누이동생은 함께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모험을 감행한다. 

그들의 수수께끼의 실체에 접근해갈수록 기독교역사의 어두운 면을 담은 십자군 전쟁과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의 존재를 찾아낼 단서를 찾게 된다. 

그런데 이 보물의 존재를 찾는 그들 외에 검은 수도복을 쓴 한 미스터리한 집단이 그들의 뒤를 쫓는다.  

작가 올리퍼 푀치는 이 사형집행인 집안의 후손이며 자신의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소설 주인공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의 후손인 것이다.

사실 수도원이라는 배경과 수도원을 둘러싸고 있는 마을전체에 대한 분위기가 종교와 맞물려 특유의 폐쇄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양역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가톨릭이라는 종교는 중세소설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소재인데, 

내가 믿는 종교에 관한 각종 영성서적이나 종교관련 책들을 골고루 읽다 보면, 

이런 알려지지 않은 서양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에도 큰 관심이 가는건 어쩔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책들 중에서도 단연 검은 수도사는 이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찾기에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면서 

여타의 소설들보다 더 모험적이고, 스릴이 넘치며 조금도 지루하지 않을만큼 재미있는 필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연작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다음 시리즈가 더 기대되는 바이다.

인상적인 점은 소설의 중심 배경인 숀가우를 지도로 첨부해놓았고, 소설내내 그 마을을 샅샅이 다니며 나또한 그곳에 직접 존재하는 느낌을 받을정도로 생생하게 써놓았으며 

이 바바리아 주의 수도원과 성당, 폭포등의 아름다운 곳들에 대한 설명을 안내서처럼 친절하게 곁들여주었다는 것이다. 

이곳들이 작가의 다음소설에도 연이어 등장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이책은 종교를 떠나 중세서양의 역사와 그와 관련된 소설분야에 흥미를 갖고 찾는 독자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