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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 아저씨 - 걸어다니는 이야기 보따리
김선아 글, 정문주 그림, 안대회 바탕글.해설 / 장영(황제펭귄) / 2014년 7월
평점 :

어릴적 동화책을 너무 사랑해서 잠자리에서까지 책을 끼고 누우며 읽다가 잠들곤 했던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커다란 그림속 전기수 아저씨처럼 책을 품에 안으며 정말 좋아했었던...
소설이나 이야기책을 전기라고 하며 전기수는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뜻한다.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글을 모르는 가난한 백성들을 모아놓고 책을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 해서 이야기를 감칠맛나게 해주며 몇군데의 정해진 장소를 두고 시간차를 두어 옮겨다니며 사람들의 이목을 끊임없이 잡아끌던 전기수는 어쩌면 몰락한 양반가의 후손이거나, 글은 배웠으나 벼슬길이 신통치 않았던 선비들의 노후는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이책에서 영복이는 우연히 장터에서 전기수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그가 감칠맛나게 심청전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입을 다물어버릴때, 많은 사람들이 안달하며 돈을 던지고 빨리 그 뒷부분을 얘기해달라며 재촉할때 꼬마 영복이도 전기수 아저씨의 얘기에 푹 빠지게 되고, 이야기의 절정을 앞에 두고 전기수 아저씨는 또다시 입을 닫곤 내일 종루에 나오면 뒷이야기를 마저 해주겠노라며 자리를 뜨게 되는데....
영복이는 심청전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
전기수는 우리 독서문화의 의미있는 단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의 모습이 20세기 초반까지도 목격이 되었다고 하니, 점차적으로 책을 혼자서 읽는 방식으로 변화되어 가면서 점점 이 전기수도 모습을 감추게 된 것 같다.
(물론 전기수는 한 인물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절대 아님)
어릴적 텔레비전에서 본 80년대의 '아이스께기'아저씨처럼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져버린 하나의 옛것.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전기수 아저씨는 내가 기억하는 아이스께끼 아저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취학전 아동에게 부모가 읽어주기에도 좋을 것 같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에게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