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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 - 소중한 것은 한 글자로 되어 있다
정철 지음, 어진선 그림 / 허밍버드 / 2014년 8월
평점 :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일상에서 가장 흔하며 가장 단순하고 평범하기 그지 없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한 글자의 존재들...
그들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단 하나의 음절로 소리내어 말할 뿐, 더는 소리 나지 않는 그 이상의 것들을 떠올리게 하면서 말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말장난을 끼워맞춘 것처럼 보이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래서 더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겨지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카피라이터답게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진실되게 짧은 문장을 구사한다.
함축적인 단어들이나 형식은 시의 그것과 흡사하지만, 시에는 없는 자유로움이 펼쳐져 있는 느낌이랄까...
숫자 8을 읽는 한글자로 '8(팔)'에 대해 풀어놓은 여덟글자가 마음을 주무르는 것 같다.
사랑을 여덞글자로 표현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여덞글자로 표현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일 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등지지 않는 것일 테다.
그리고 나는, 남편과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개의 글자를 책을 읽으면서 발견했다.
'여'
| | | | | | 드라마를 보는 남녀.
1편을 재미있게 본 남자는 여자와 함께 2편을 보고 싶어 하지만
1편을 재미있게 본 여자는 남자와 함께 1편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
남자는 진도. 여자는 농도.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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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 동안 [연애의 발견]이라는 드라마를 정말 재미있게 본방사수 해왔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나는 남편에게 이 드라마를 함께 보자고, 정말 좋은 작품이 오랜만에 지상파에서 나왔다고 설득했지만, 나의 등쌀에 못이겨 한 두편 보다 말고 남편은 이내 눈을 돌려버렸다.
이유인즉슨, 차라리 2시간 3시간짜리 영화라면 보겠단다. 소위 진도가 팍팍 나가고 짧은 시간안에 전체적인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런데 드라마는 기약이 없고 시간적으로 기다리며 곱씹어가며 보고 싶지가 않단다.
나는 봤던 편도 몇번을 반복해서 보면서 감상하는 편인데, 남편은 단거리 경주처럼 영화에 열광 한다.
이유 또한 명확하다. 드라마는 너무 길어서라고.
진도가 빨리 안빠지니까 기다리다 지치는 느낌이랄까...
나는 그 안에서 매 편마다 가슴에 남는 대사와 장면들을 곱씹어보고 사색해보는데 남편은 절대!! 그럴 수 없단다.
그러고보니, '여'에 담긴 저자의 짧은 몇개의 문장들이 제대로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다.
그동안은 정말 몰랐었다.
한 글자들로 인생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거라곤...
하고픈 말이 너무 많은데, 한 글자씩 담아 내기가 너무 갑갑하고 숨막히는 것 같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을 표현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도 욕심이 들어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게 한 페이지를 읽고 다음 페이지로 가는데 최소한 5분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라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외출 시 아끼듯 지니고 다니고픈 책을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