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목민심서
정약용 지음, 이지영 옮김 / 사군자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배지에서 보낸 18년 간의 긴 세월 동안 심신을 수련한 결과로써 세상에 내 놓은 다산 정약용의 걸작 <목민심서>는 그의 나이 57세에 완성된 것이기에 또한 완성도가 높은 글이라 할 수 있다.

<목민심서>는 그야말로 박학다식한 다산의 학문적 실력과 현실 정치와 경제 제도 개혁에 대한 불붙는 의지, 그리고 힘없이 권련에 희생되어 살아가고 있는 백성들에 대한 따뜻한 심정이 한데 녹아져 있는 책이기 때문에 더욱 감동적이다. 또한 2세기 가량의 긴 시간적 공백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정치지도자들과 목회자들에게도 감명을 줄 만한 적용점들이 풍부한 책이기도 하다.

맹자는 평륙에 갔을 때에 목민하는 것을 가축에 기르는 것에 비유했다고 한다. 이에 다산은 "백성을 기르는 것을 일러 목(牧)이라 한 것은 예성현들께서 남기신 뜻이다."라고 말하였다. 목민관, 곧 지방 행정관인 수령은 그렇기 때문에 백성을 잘 돌보아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이런 자신의 본분대로 행치 않고 오히려 백성을 괴롭히고 그들이 치는 양들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탐욕스럽게 먹어치우는 야만적인 목민관, 정치인, 더 나아가 종교지도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이들은 다시 한 번 다산의 말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성현들의 가르침에는 본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사도가 만 백성들을 가르쳐 각각 수신(修身)하도록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태학에서 국자들을 가르쳐 각각 수신하여 치민(治民)하게 하는 것인데, 치민이란 곧 목민인 것이다. 그렇다면 군자가 배워야 할 것은 수신이 반이요, 반은 목민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치인들과 각종 공무들 담당하는 자들은 절반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탐욕에만 눈이 멀어 있으니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기본적 자격조건이 설령 갖추어 져 있다 하더라도 백성을 기르는 목민관은 더 높은 윤리 도덕적 덕목을 지니고 있어야 하기에 그만큼 어려우며 누가나 선뜻 나설만한 자리가 아니다. 다산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록 덕망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위엄이 없으면 하기 어렵고, 비록 하고 싶은 뜻이 있다 하더라도 밝지 못하면 하지 못한다. 무릇 그런 능력이 없는 자가 목민관이 되면 백성들은 그 해(害)를 입어 곤궁하고 고통스럽게 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소명(召命)이 이런 것이다. 그건 단지 윤리 도덕적 기준에서 만이 아니라 교회를 기르는 목회자는 하늘의 부름, 하나님의 부름을 입은 자라야 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점에서 다산의 목민관(觀)은 기독교적 소명관(觀)과 통하는 바가 있다.

이렇게 높은 부름에 응하여 나온 사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해야만 한다. <목민심서>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인데, 어떻게 하면 목민관으로서의 자질을 수련하고 목민관이 해야 할 일을 잘 할 수 있을지를 이 책에서 가르쳐 주고 있다. <목민심서>의 구조가 전체 12편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중 4편(부임, 율기, 봉공, 애민)은 목민관의 기본 자세에 대한 가르침을, 다음 6편(이전, 호전, 예전, 병전, 형전, 공전)은 목민관의 구체적인 실천 정책에 대한 가르침을, 나머지 2편(진황, 해관)은 흉년에 백성을 구제하는 문제와, 벼슬살이를 물러날 때의 마음가짐과 처심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것은 목민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고, 이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본 책은 이 중 6전에 해당되는 내용을 제외하고 엮었는데, 결국 목민관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한 부분만을 실은 셈이다.

하룻밤에 읽을 만한 분량이긴 하나, 그 내용상 하룻밤에 읽어 치울 책은 아니다. 이 나라를 생각하고, 청지인들을 생각하고, 목회자들을 생각하고, 또 나를 되돌아 볼 때 참으로 반성할 것이 많기에 어찌 하룻밤 독서로 끝낼 수 있겠는가? 나라의 큰 일을 하는 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 누군가를 돌보며 다르려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숙지해야 할 이 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마음에 깊이 새겨본다.

"사람으로서 두려워 할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백성과 하늘과 자기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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