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 수상록 - 혜원교양사상 6
몽테뉴 지음 / 혜원출판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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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와 그에 대한 전기를 읽고, 그의 인간에 대한 사상이 형성되는데 있어서 몽테뉴의 수상록이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알게 되었다. 이전부터 몽테뉴의 수상록하면 세계적인 고전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관심을 갖고 읽게 된 것이 바로 이런 계기였다.

작가들의 계보를 따라 그물망식으로, 또는 연대기적 방법으로 책들을 읽어나가는 것이 필요함을 배우게 된다. 파스칼과 몽테뉴는 서로 신앙적인 완전한 일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서로의 사상에 있어서 인간의 불완전한 모순적 상태에 대해서는 공감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종교개혁 과정의 혁명적 과도기 가운데 본성적인 평화주의자로서 몽테뉴는 혁명이 가져다 준 분열의 참상을 바라보면서 그 시간 중에 하나 둘씩 써 내려간 짧은 글들을 수상록에 담아 출판하게 되었다. 스스로 철학자임을 자부하지는 않지만 그가 쓴 수상록은 수필식 철학 논고라고 볼 수 있을 만큼 그 내용과 사상에 있어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글을 씀에 있어 자신은 난삽하기 이를데 없는 글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묵직한 격언의 형태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인용한 고대의 철학자들의 글들 또한 수상록에 담긴 보배로운 글귀들이라고 볼 수 있다. 키케로와 세네카, 그리고 호라티우스의 글들과 고대 왕들의 일화가 가득한 글 속에서 매우 교훈적인 가르침이 듬북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있는 글이다.

피상적인 생각으로 가득찬 나의 가벼운 사고방식의 한계를 깨달으며 나는 과연 무엇을 알고 있는 존재인가를 의심해 본다. 스토아적 금욕주의와 온건한 회의론을 거쳐 에피쿠로스의 자연주의의 방향으로 나아간 몽테뉴는 그의 글 속에서 이런 사상을 펴 내려가고 있는데, 어느 하나 가벼이 취급할 수 없는 것이다.

1580년대에 쓰여진 이 글이 오늘을 사는 나에게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사고의 깊이에 있을 것이다. 사물과 현상 하나 하나를 관찰하고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파헤쳐나가는 작가의 수고때문일 것이다.

다시금 내 사고의 피상성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나도 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글을 써내려갈만큼 성숙한 인간이 되기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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