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사람들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윤우섭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중 제일 처름 접한 책이다. 그의 명성과 걸맞는 묵직하고 의미심장한 주제를 다룬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중 인물들은 저마다 얽히고 설힌 인간세상에서 자기와 무관한듯 여겨지지만 필연성을 띄고 찾아온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재적인 슬픔과 직면하게 된다. 두 가족사에 얽힌 슬픈 증오를 풀어가는 중재자로서 작가 자신의 캐릭터를 주입시킨 바냐라는 청년을 통해서 아버지로부터 용서받지 못하는 옛애인 나타샤와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거리의 소녀 넬리가 묘하게 연결되는 그런 구조를 갖고 작가는 상처뿐인 인생과 그에 필요한 사랑의 용서를 인상깊게 말해주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특성을 갖고 전형적인 인물의 요소를 드러내면서 작품 전체를 떠받쳐 주고 있는데, 창작자로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위대함은 이런 독특한 인물들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게 할 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인물들이다. 그 중 넬리라는 어린 소녀는 이 소설의 갈등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증오를 품고 죽는 비운의 캐릭터인데 이 소녀야말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이 아닌가 싶다.

참 묘하게도 상처를 받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애인에게 상처를 받는 나타샤는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고, 딸에게 상처를 받는 아버지는 용서하지 않음을 통해 딸에게 상처를 돌려 주는 등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상호 관계 속에서 상처가 깊이 스며들어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렇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일방적으로 상처받고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원망과 증오를 품고 살아가니 참...

이 책은 이런 깊은 상처를 표면에 드러내면서 이면에서는 참된 용서가 무엇이며 그에 필요한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말해 주고 있다. 적어도 그런 문제를 독자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하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아버지와 딸의 상처를 푸는 역학을 한 넬리, 하지만 죽으면서까지 정작 자신의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그 소녀의 모습이 아직도 슬프게 느껴진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내가 사는 세상을 보니 상처뿐인 인간들로 가득차 있는 것 같다. 아, 이런 세상에서 참된 용서란 무엇일까? 또 어떻게하면 그런 용서와 사랑을 베풀면서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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