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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동거하는 고양이 페리다 

"키우는" 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건 페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까봐서다. (사실 페리도 내가 자기를 키운다고 생각하지 않을거다. 자기가 나랑 살아주는거라고 생각하는거 같다.)

이녀석 자존심이 엄청 강하다. 누가 여자 아니랄까봐 자기 꾸미는대도 엄청난 시간을 보내고 (고양이들은 원래 그루밍하는 시간이 길지만 페리는 다른고양이 두배쯤한다) 똥꼬털에 떵이라도 뭍어 잘라버리면 한 삼일쯤 나를 원망한다.

마치 미용실가서 머리 맘에 안든다고 미용사한테 깽판치는 아가씨처럼 말이다..ㅡㅡ;

페리의 품종은 터키쉬앙고라 하지만 품종 고양이라고 돈 100만원 주고 샾에서 데려온건 아니다.

나는 가난하기 때문에 데려올 능력도 안되고 고양이를 딱히 좋아하는것도 아니었으니까....

페리는 "냥이네" 라는 까페에 입양글이 올라와있던 아이였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 몇번씩이나 입양글이 올라왔지만 페리가 갈 곳은 없었다. 난 페리 사진을 보자마자 입양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메일을 보내고 나선 후회가 되기도 했다. 잘 키울수 있을까....귀찮지는 않을까......그런데 돌보고 있던 사람에게서 페리를 만나보러 오라는 메일이왔다.

페리를 처음 만난날 사뿐사뿐 사람을 보고도 "너 따윈 관심없어" 하는 표정으로 걸어오는 페리를 보니 너무 황홀해서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마구 뽀뽀를 해주고 싶었다. 두 발로 나를 밀어내는 녀석을 보니 더더욱 사랑받고 싶어져 내가 마구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 페리는 관심도 없었지만.....

그 다음주 부터 페리는 우리집에 오게 되었고 내가 느낀건 동물이나 사람이나 여자는 내숭 100단이라는거!

그 우아하던 눈빛과 몸동작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잘때도 우아하게 엎드려 자던 녀석이 나한테 이제 잘보일거 없다 싶었는지 배를 드러내고 코를골며 자기 일쑤.

나를 밀어내던 그 앙증맞고 하얗던 발은 모래 때문에 시커멓게 변하고, 불러도 쳐다 보지도 않던 녀석이 내가 흔드는 장난감 소리에 튕기지도 않고 나에게 우다다다 달려오며, 혼자서 쥐돌이 던져놓고 혼자 숨어있다 달려가서 잡아오는 왕따 놀이도 즐긴다.

그래도 난 내숭떠는 페리보다 지금의 페리가 더 좋다.  왜냐하면 도도한 페리는 나와 같은 신분이 아닌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페리도 나도 남 앞에서  내숭떠는 게으르고 지저분한 엽기걸~ㅋㅋ

언니랑 오래오래 살자 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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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4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꾸욱 2005-08-0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알라딘에도 냥이네 분들이~^^ 넘 반가워요
역시 우리 페리는 스타기질이~넘 유명해요~!!
제 서재에 처음 답글 남기신 분이니 뭔가 상을 드려야 할텐데~
자주 자주 놀러와 주세용~~~

비로그인 2005-08-0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명록에 글까지 남겨주셨네요^^ 에릭이랑 가인이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에릭이는 지금 캣사운드님이 데리고 계세요. 제 아이 둘은 사랑이님 통해 데려온 애들입니다ㅏ.^^ 자주 놀러올께요, 염장샷 많이 올려주세요. ㅎㅎ

panda78 2005-08-0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파란 눈동자! 아주 예쁜 냥이군요. ^^ 폭신폭신해 보이는 저 발 한번 만져보고 싶어요. ^^

꾸욱 2005-08-0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감사합니다~(저한테 예쁘다고 한 것도 아닌데 기뻐요)
저 발이 사실 맞으면 무지 아퍼요~가끔 발톱꺼내면 무시무시한 무기로 변신하기도 한답니다.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나도 님 서재에 놀러가 봐야지~~~

밍밍님-앞으로 자주자주 올릴게요. 밍밍님도 조폭냥이 두녀석이랑 멍멍이들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자주자주 보러 갈게요
 
바우돌리노 -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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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첫 리뷰가 바우돌리노일까? 최근에 읽은 책이 이것밖에 없어서다. 움베르토 에코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건 사실 그렇게 즐겁진 않다. 일단은, 중세 기독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에 술술 읽히지가 않는다.

움베르토 에코를 알게 된 건 사실 책 때문이 아니라 내가 열렬히 싸랑했던 크리스찬 슬레이터 (이름도 멋있다....냥~)가 나오는 "장미의 이름"이란 영화를 보고 나서다. 영화 자체도 잼나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추리물! 영화를 보고 움베르토 에코에 대한 환상이 점점 커져갔다. 또 그는 기호학에도 일가견이 있다한다. 기호학이라니...뭔가 있어보인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 바우돌리노이다.( 물론 장미의 이름도 읽었죠~그러나 영화의 후광을 입고 나에게 선택된 녀석이라 제외) 먼저 와 닿은건 "대중적"이라는 책 소개였다. 대중적=재미 라고 생각한 나는 얼마나 잼날까 두근두근하며 책을 펼쳤으나

아......한 서른 페이지 읽으니 졸리기 시작했다. 프리드리히라는 사람이 언제적 왕이었지? 이름은 들어본거 같은데.... 그렇게 잘나가던 넘이었나? 고등학교 세계사 책을 다시 찾아봐야 하나? 읽을까 말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주인공 바우돌리는 언어와 이야기 지어내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는 총각으로 왕의 총애를 입고 존재하지도 않는 요한 사제의 왕국을 찾아 신기하고 잼나는 모험을 하는게 대강의 줄거리이다.  상권에서는 상당히 이야기가 늘어진다.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이야기는 니케타스에게 바우돌리노가 자신의 모험을 얘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바우돌리노가 왕후가 자기를 사랑했다는둥 자신이 고향을 구했다는둥 얘기하는데 니케타스는 맘속으로 "저 새끼 완전 구라쟁이잖아" 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사실 책의 지루함보다 바우돌리노 자랑질이 연타로 이어지는게 더 짜증이 났다. (난 잘난척하는거 듣는게 젤 싫다. 비록 허구의 인물이더라도.....)

번역도 맘에 안드는데 몇몇 부분은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되었고, 원작에선 사투리로 이야기를 전개한 부분이 있다 했는데 (바우돌리노가 촌놈인지라 처음에 사투리를 썼을듯)표준어로만 번역을 해 놓으니 사투리 부분은 그냥 사투리라 생각하고 읽어야 했다.

우리나라 충청도 사투리나 경상도 사투리를 이용해서 번역을 해도 좋았을거 같다.(가만 생각해 보니 바우돌리노가 로버트 할리나 미즈노 교수 이미지로 굳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할수도 있겠다.ㅡㅡ;) 

하지만!! 거기서 포기하면 안된다. 하권에선 왕국을 찾아 가는길에 온갖 이상한 부족을 만나고 왕의 죽음을 둘러싼 판타스틱 미스테리 스릴러와 보물을 냉큼 훔쳐 달아난 놈이 누군지 궁금하게하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상권에서 워낙에 지루하게 해 놔서 그런지 하권가면 갑자기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어쩌면 기대치를 낮춰놓고 하권에서 만회하려는 에코의 음모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ㅋㅋ 어쨌든 하권은 잼나니 한번 읽어볼만하다. 하지만 하권을 읽기 위해선 지루한 상권도 읽어야 하니 좀 그렇다.

상권을 읽고나면 조금만 잼나는 책을 봐도 엄청 재미있게 느껴지니  지금 읽는 책이 재미없는 사람에게 강추하고 싶다.

덧붙임-그나마 에코 특유의 "방대한 지식 늘어놓기" 는 좀 덜하다. 그래서 대중적이라고 그러나?

              어쨌든 에코는 잘난척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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