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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바퀴! - 제1회 바람단편집 ㅣ 높새바람 11
최정금 외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바람의 아이들 책을 좋아해서 신간이 나오면 한 번은 보게된다.
표지가 특이하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데 바퀴가 징그럽기도 했다. 바람의 아이들 책을 볼 때마다 처음 듣는 사람들인데 또 신인들의 글이 모아진 단편집인듯 싶다. 예전 '팔봉이의 굉장한 날'에서 이렇게 여러 사람들 그리고 신인들의 글이 모아진 동화책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세월? 시간이 꽤 지난 요즈음 동화를 쓰려는 신인들은 어떤 이야기를 썼을지가 궁금해 책을 뒤적였다. 돈을 아끼기 위해 서점에서 우선 첫 작품 '개 죽음'을 읽었는데 가슴이 멍하고 답답했다.
시험을 치르는 날 하필 개가 사고를 당하는 사건을 맞게 되다니.... 나뿐만 아니라 시험을 보는 당사자는 짜증과 양심 사이에서 무진장 고민했을 것이다. 맞다. 주인공 애처럼 양심상 개를 구한다해도 개가 어떤 모습으로 사고를 당했을지.... 끔찍한 장면이라면 아마도 그 충격에 시험 공부한 것을 쌔까맣게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제목도 무서운 '개 죽음' 개가 죽는 게 아니라 내 숨통이 막혀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좋았다.
다른 작품... 고물성을 지켜라는 나는 그저 그랬지만... 고물성? 때문인가? 남자 조카들은 이 작품이 재밌다고 했다. ㅋ 책 읽기 싫은 조카 애는 중간 중간 삽인 된 그림을 보더니 맘에 드는 작품만 골라 있었다. '믿지 않겠지만'이 재밌다나. 조카는 눈물까지 찔끔했다. 좀체 책을 읽지 않는 조카여서 나도 읽어 봤다. 백혈병에 걸린 이모가 외계인이라 철썩같이 믿고 이모가 죽었어도 외계로 돌아간 줄 아는 조카.
차례로 읽고 싶었지만 욕심에 여러 조카들한테 읽으라 했고 그 바람에 차례 c이 읽어 나갔다. 단편 동화라서 가능 했던 일. 보잘 것 없는 '작은 집 이야기'에서 사람을 품고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집이 허물어 지는 과정에서 쓰라린 느낌을 받았고, '달려라, 바퀴!'에서 사람 뺨치게 귀엽고 낭만적인 바퀴를 만나 즐거웠다.
여러 사람이 쓴 글이라 분위기가 달라서 좋았다. 그래서 달랑 단편 동화 한 편 봐 놓고선 책을 다 읽은 듯 뿌듯해 하고 다른 조카들과 섞여 나름 제 소감을 유창하게 늘어 놓는 시간이 행복했다.(이 녀석 중에서 죽어도 책읽기 싫어하는 애가 있는데... ㅎㅎ 내가 독서지도사는 아니지만 자아도취에 빠져 이렇게 지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모처럼 조카들이 어떤 분위기의 작품을 좋아하는 지도 알았고 그것은 조카의 성격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읽은 작가의 말은 이제껏 정리가 되고 머릿속에 그려지고 웬지 잘 쓴 느낌이 들어도 머리로 썼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작품들은 가슴으로 쓴 것 같았다. 어딘가 살짝 귀엽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작가의 말에서도 역시... 그냥, 웬지 풍성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