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8
이경화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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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고등학교 때보다 20살이 막 넘으면서 사춘기를 겪는 것 같다. 찬찬히 주위를 보면 현재 20대들은 거의 방황을 하고 있다. 어찌되었든 '정체성'에 휘둘리는 나이들이다. <나> 개인적인 분위기 탓도 있고 암울한 표지가 이상하게 연민을 일으켰다.

의심 반으로 표지를 살피니 '동성애' 주제,(뭐야? 참.. 동성애 열풍이라고 동성애 책이 나오는 거야? 참.) 앞날개를 읽으면 2003년 동성애자인권운동을 하고 죽었다는 육우당의 얘기.

정신이 아찔하다. 죽은 애는 나보다 어린 남학생, 고등학교 때 호기심인지 진짜인지 의심 반 궁금증 반이였던 동성애자 친구. 덩달아 머릿속에 떠올랐던 야오이 만화.

내가 몰랐던 일이 일어났었고, 나도 모를 호기심 때문에 책을 사서 읽었다.

주인공 현이는 고3. 유교의 못된 것만 다 물려 받은 것 같은 아빠는 엄마를 제 것인양 구속한다. 답답하고 욕나올 법한 아빠, 갇혀 사는 엄마, 그리고 자식. 어딘가 많이 보아온 얘기에 염증을 느낄 찰나 속 시원하게도 현이의 행동에 속이 시원했다. 어른 때문에 상처받고 있는 애가 아니라, 똑같이 상처를 받지만 능동적이고 부모를 미워하는 게 양심에 찔리면서도 한편으로 속 시원해 하는 현이.(정말 아이들은 이러니까.)

현은 게이다. 남자의 특성상 폭력과 조직력 권위적인 힘이 난무하는 남학교에서 자기의 성정체성을 보이는 건 현에게 죽어라라는 말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래서 현은 살고 싶어서 자기도 모르게 남자에게 눈길이 가고 자기도 모르게 남자와 손잡을 게 싫지 않았던 감정들을 억누르고 없애버리고 '남자답게' 굴기 위해 노력한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 같은 삶의 불편함.

-안타깝고 힘겨운 현을 보면서 나는 놀랐다. 머릿속에서는 '마음이 가는 동성애자'들을 이해한다고는 했지만 사실 내가 그런가?하는 반성, 사회라는 곳에서 사는 수많은 사람들때문에 이렇게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현을 보면서 문득 내가 사회가 무섭다는 생각.

아빠의 성폭행때문에 엄마가 임신을 하고, 커밍아웃을 한 상요라는 친구는 거의 지나가는 파리처럼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 편한 말투와 행동 때문에 상요는 자살을 한다.

-이 작가는 어찌나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쓰는지... 정말 사회에는 한번 잘못되면 모든 게 잘못된다. 작가의 작품대로 뻔하게 연달아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나는 그걸 책에서느 보기 싫었나 보다. 너무 사건이 드라마틱해 머리속에서는 싫다. 하지만 감정은 홀딱 빠져 지옥과 천국을 몇번이나 오가며 우리 삶의 한 단편을 속살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재밌다. 허나 더 재밌다고 말 할 수 있는 건 그래서 작품 또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암울하기만 하고 죽을 것 같은 우리의 삶을 가볍게 위로 솟아오르게 하는 힘.

임신한 엄마가 이혼한 바람에 '아빠'의 열할이 자기도 모르게 되어버린 남학생 현. 태어날 예쁜 동생에게 이름도 짓고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삶의 희망을 얻는다. 비록 우리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눌려 힘들지만 사회는 자기도 포함 되어 있는 곳. 현은 더 큰 시련이 올지 몰라도 당장에는 힘을 내고 수능을 보고 대학을 갈 생각으로 공부에 몰입하고 그리고 제 자신과 얘기를 나누고 화합을 한다. 자신을 인정하는 멋있는 아이 현, 이제는 내가 현 같은 아이를 인정해서 3년전 현과 같은 나이에 죽은 육우당 같은 아이들이 더이상 없기를 바란다. 우리 삶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하는 멋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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