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의 소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
티에리 르냉 지음, 조현실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얄팍한 책 이여서 금방 손에 잡힌다. 하지만 금방 손에서 뗄 수가 없다.

읽고 또 읽고 또 읽게 된다.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소녀의 성폭력’을 다루는 주제도 편치 않은데 작품의 배경과 대사와 묘사들은 자꾸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따뜻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오직 차가움, 쓸쓸함, 충돌 뿐.

힘겨움, 어두움의 힘을 지닌 이 말들을 감당하여야 하는 어린 소녀 사라.

소리가 없이 침묵으로 사라와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그 어떤 비명 소리보다

고통스럽고 답답하게 다가온다.


부유한 가정, 미술 선생님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사라.

자신의 두려움을 말하고 싶어도 전혀 말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지 않는 부모들. (사라의 부모들은 못 되어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부모들처럼 아이를 사랑하였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거다.)


이 이야기는 이미 앞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느 이야기나 다 그렇듯이,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안 끝날지도 모른다.


첫머리에 나온 말처럼 사라는 이미 성폭력의 아픔 경험을 가진 담임 선생님 때문에 겨우겨우 성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 아픔은 살아가는 내내 쉬이 아물 것 같지는 않다.

작가의 관심사는 아이들의 ‘성장’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꼭 이런 성장을 해야만 하는 걸까? 인정하기 싫지만 어른인 나는 이런 성장을 원하지 않는데도 지금 곳곳에서는 수많은 사라가 방구석에 처박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그 아이들의 아픔은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보일 수도 있다.


지금, 사라보다 더 심하게 곳곳에서 아동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는데....

내가 아는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정말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도 있는 상황에서 그 아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조금은 그 아이들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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