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너에게
벌리 도허티 지음, 장영희 옮김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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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충분히 어른들 못지않을 만큼 사랑의 감정을 나눌 수 있다. 감정을 가진 남자와 여자이니까.
그런데도 어른들은 학생이니까 사랑이라는 말을 들이대길 싫어한다.
사랑이라는 말로 시작하여 결혼을 하고 몸을 부비는 수많은 연인들, 부부들. 정말 순전히 사랑하여 책 속의 주인공 헬렌과 크리스는 자신들도 모르게 사랑을 나눈다.
학생이기에 조심히 그리고 경계하였건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끌린 단 한번의 섹스.
두 인물에게는 10달 후 ‘대학’이라는 캠퍼스의 자유와 낭만이 가득 기다리고 있는데...'임신‘ 앞에 헐렌의 앞날은 맹인이 되어버린다. 자신의 앞날은 둘째 치고서라도 헬렌이 겪는 마음고생 앞에서는 그저 그의 이야기를 읽을 수밖에 없는 독자여서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부모님의 보호를 받기에 헬렌의 생각들은 또 한번 부모님이라는 여과지를 거쳐야 한다. 결론은 단 하나, 달갑지 않게 뱃속에 자리 잡은 존재를 아무도 모르게 없애 버리는 것뿐. 어떻게든 유산을 시키려고 뱃속의 아기에게 '나는 네게 이런 짓까지 했어. 이제 내 안에서 떠나 주겠니?‘라는 헬렌.
헬렌의 저 한 마디를 지금 수많은 청소년 아이들은 조용히 혼자서 내뱉고 있을 것이다.
듣기로는 아이들은 임신했을 때 친구들과 낙태 수술을 하러 간다는데 헬렌은 용기를 내어 모범적으로
엄마에게 이야길 하고 엄마와 함께 낙태 수술을 받으러 간다.
엄마.. 고민도 없이 낙태를 결정하고 절대 비밀로 부치고 딸과 함께 병원을 가다니... 인간적이라는 들은 냉정해 보이지만 어쩌면 현명하다는 말이 옳을 것인 줄도 모르겠다.
낭만적인 남자 친구 크리스에게 말해 보지만 시원한 대답이 없다. “어떻게 하지?”
크리스는 헬렌이 자기 자신을 떠날 까봐 걱정이고... 아이를 낳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없었으면 하기도 한다
여자 친구도 자신도 대학의 꿈은 사라지고 방에서 애를 보고 있는 신세라니... 정말 맞이하고 싶지 않은 상상일 수밖에.
이렇게 답답한 상황에 헬렌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걸까? 모든 진실을 아고 있는 이름 없는 존재뿐.
헬렌의 앞날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린 아기에게 헬렌은 답답하고, 밉고, 속상한 기분들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점점 모성애가 생겨난다.
헬렌은 정말 용기 있게 똘방하고 야무지게도 셋 다 이룬다. 다만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가족들이 조금씩 도와주어야 하는 상황.
남자 친구 크리스도 대학에 다니고 자신도 대학에 다니고 아기는 엄마가 돌 봐 주고...
헬렌과 크리스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 부모들이 힘들다고? 절대 아니다.
육체적인 노동이 사람들의 시선에 힘들기도 하지.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새로 태어난 아기 때문에 가족끼리 표현하기 참 힘든 ‘사랑’할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과 가족’이라는 단어가 영롱하게 가슴 속에 남는다.
죽고 싶은... 울고 싶은... 살고 싶은... 참으로 인간적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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