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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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번 맛깔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서전이라는 적절한 멍석이 캐릭터들을 정확하고 재밌게 보여주었다. 거기다 ‘우리 집 세 남매 모두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성경말씀처럼 알고 있다.’ ‘현대판 홍길동이지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른 점이다.’,‘우리 집에서 할매의 영향력은 할리우드의 안젤리나 졸리만큼 대단하다.’등 유머러스하면서도 슬픔이 베어나는 묘사에 ‘잘 썼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갈수록 처음에 가졌던 흥미는 사라지고 중구난방인 것 같은 인물과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책 읽기기가 재미없어졌다.

내가 소용돌이 속 같은 가족과 섞여 있어서 괴롭고 가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깊이 공감했다. 그런데 막상 모두 외떨어지자 비로소 가족의 존재들을 새삼 애증 같은 감정으로나마 그리워하고 궁금해 하며 문득 ‘가족’을 다시 생각하며, 가족 안에서의 나도 다시 보며 기다림이라는 큰 성장의 씨앗을 거둔 것은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런데 여울의 인생을 보여주기(?) 위해 나타나는 매점 복사권, 마리아 아줌마, 개동구 선생님, 세바스찬, 류은, 참새, 세영,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인물들과 사건을 작가는 왜 만들어 냈을까? 정작 여울의 이야기에는 도입부에 보았던 힘 있는 유머들이 사라져 버렸을까?
마리아 아줌마를 통해 작가는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지만 사랑이 있다는 할머니와 아빠를 두둔하고 싶었을까? 여울의 가족뿐 아니라 가출한 딸이 있는 마리아 아줌마처럼 사실 모든 가족은 불량끼가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을까?
매점복사권과 개동구 선생님은 불량가족의 구성원이 사람들의 동정을 사 무기가 된다는 유머러스?한 상황을 만들고 싶었을까?
세바스찬의 등장은 여울이가 짝사랑의 실패로 성장을 겪기보다는 여울이가 환상을 깨고 지긋지긋하고 초라한 현실을 보는 것에 더 힘이 실리는 듯한데... 작가는 두 가지 의미를 다 갖고 싶었던 걸까? 세바스찬이 여울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잘 모르겠다.
대체적으로 여울이가 단독 컷을 받는 장면에서 왜 여울이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소심하고 착하디착할 것 같은 여울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으면....

생각을 많이 했고, 가족에 대한 새 시도에 공을 들였고, 슬픔도 웃게 하려고 정성을 들이고는 등 작가의 노력이 곳곳에 보였다. 그러나 역시 주인공의 숨결이 빠져서 이야기의 한 축이 빠진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고, 도입부의 반짝반짝 빛나는 힘 있는 유머가 중간부터는 영 볼 수가 없어서 진짜진짜 아쉬웠다.  

그런데 청소년이 이 책을 재밌어 할까?
왠지 질퍽하고 꼬이고 꼬이는 인생의 초입에 서는 20대나 30대가 좋아할 것 같은데.....

가족과 떨어져 살고 싶은데 도통 떨어져 살 수 없는, 여울이처럼 짬뽕탕 집안도 적은 것 같은 아이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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