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즐겁게 MT 떠난 어느날, 나는 고작 빌어먹을 '개촌'을 잠깐 다녀왔을 뿐이다. 제길! 잘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개촌'견문록'이라고 해야 정확할 듯하나, 우리 동네와도 별 다를 바 없는 풍경에 아직도 혹하여 그냥 간단히 '일기'라 부르기로 한다.

사실 개촌은 그네들 말이고, 정식 명칭은 견촌(犬村)이다. 요즘은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도그빌Dogville'이라는 영어식 이름도 하나 지었나 보더라.

라스베가스에 주로 살다가 '눈을 크게 뜬 후' 요즘은 라스 폰 트리에로 옮겨갔다고 하는 泥骨 氣得滿 (각주1) 이 이곳에 잠깐 머물렀다는 풍문 외에는 그다지 세간에 알려진 바도 없기 때문에 이제껏 다녀간 사람도 별로 없는 듯 하였다.

나 또한 미리 관광 안내책자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소문만 듣고 마지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곳에 대한 확신도 없이.


기차는 우리를 산꼭대기에 데려다 주었고 우선 몇 가지 기본적인 정보를 전해 주었다.

이 길의 끝에 개촌이 있다. 즉 개촌에 들어가던지, 똑같은 길을 거슬러 거기서 나오는 경우만을 상정할 수 있는 닫힌 공간이라는 말이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다보면 몇 가구 되지도 않고 동네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니 애시당초 동네 전체만이 아니라 집안 속속히 다 들여다보인다.

이런 촌동네는 살아봐서 아는데 사실상 있으되 없는 벽이다.

뉘집 자식이 어디서 사고를 쳤는지, 지난밤 부부싸움은 왜 일어났는지, 누구 집에서 오늘 무슨 들일을 할건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꾀고 있다. 담장이라고 해봐야 애들도 손 집고 뒤꿈치를 들면 집안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다.

앗, 잠깐만!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기차가 데려다 준 그 산꼭대기에서 내려와 동네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여전히 벽도 없고 문도 없다. 그러나 개촌 주민들은 그 벽 너머를 볼 수 없는 듯하고, 문여는 동작을 하지 않고는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다.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벽.


변화가 거의 없는 동네지만 泥骨 氣得滿을 둘러싼 전설이 하나 전하긴 한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새로 생긴 五種의 '풀장' (각주2) 을 다녀가라는 광고문안이지만 우리 개촌 홍보용으로도 아주 적당하겠다.

전설 자체는 아는 이도 있고 아예 관심 밖인 사람도 있을 듯하나 그것을 그대로 옮기자면 에이포 한두 장이라는 우리 일기의 약속을 어기는 듯하야 생략하도록 한다.

이 전설에는 몇 가지 독법이 전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미국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속성으로 읽는 것이겠다.

알레고리적 독법도 가능하다.

'개촌 주민-톰-그레이스-갱 두목(그레이스 父)'를 '노동자-지식인-종교-권력'이란 식으로 전치가 가능하다.

기이 전설을 듣고 나면 니체가 무지 읽고 싶어진다.

고진식의 '공동체-타자'의 논의로 들여다봐도 재미있을 법하다(사실은 이 영화를 볼 즈음 주관심사가 고진에 있어 상당히 그쪽으로 혹한 바 있다, 지금 풀어내기엔 고진에 대해서도, 영화에 대해서도 내 고민이 깊지 않다).

하여 짤막하게 우리 '벌거벗은 임금님' 몸매 구경이나 해보자.

....

 

(각주1) 泥骨 氣得滿: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氣得滿'이라는 이름으로 잘 드러난다. 언젠가 인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창기답지 않은 기품 외에 자신의 몸매를 꼽은 바 있다. 때문에 '부드러운 몸매에 인기가 가득하네'는 그녀의 애칭이 되었다. 정확한 출신과 가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각주2) 프랑수와 오종의 '스위밍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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