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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 세계는 하나의 polder
polder는 네덜란드의 간척지로서 해수면 보다 낮은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국토의 1/5가 해수면 보다 낮아서 고인 물을 양수기로 퍼내야 하는 실정이다. 1953년 큰 폭풍과 해일이 닥쳐 거의 2,000명이 죽고, 그나마 언덕 위에 살던 부자들조차도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 때의 경험으로 네덜란드 사람들은 한쪽에서 양수기를 돌리면 이웃에서도 반드시 양수기를 돌린다고 한다.
환경의 압력을 받고 인구 과잉으로 고생하는 나라(P.707)는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부룬디, 아이티, 인도네시아, 이라크, 마다가스카르, 몽고,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르완다, 솔로몬 제도, 소말리아이고,
정치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P.707)는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부룬디, 아이티, 인도네시아, 이라크, 마다가스카르, 몽고,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르완다, 솔로몬 제도, 소말리아이다. 두 예시들은 똑같다. 환경의 압력을 받고 인구 과잉이 되면 정치 분규가 계속해서 일어난다. 저자는 입을 대지 않았지만, 이들 국가의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이 식민지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불안한 국가들의 특징에 이 두꺼운 책의 알짬이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인구문제와 환경문제가 어디서 오는가 하는 것이다. 인구문제와 환경문제는 한정된 지구 및 자원이 사람의 수를 당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환경문제는 부가적으로 인간이 환경을 대하는 태도의 불량과 미흡에서 더욱 곤란해진다.
세계화된 지금 어느 지역의 문제가 그 지역만의 문제로 끝나지는 않는다. 그러하기에 서로의 협력을 촉구하는【세계는 하나의 폴더polder】라는 슬로건은 진부하지만 아름답고, 비현실적이지만 현명하다. 삼림관리협의회(P.648)나 해양보호위원회(P.659) 등은 그 좋은 예의 시작이 될 것이다.
1인당 화석연료 소비량과 쓰레기 배출량을 평균적으로 계산했을 때 미국, 일본, 서유럽 같은 선진국이 제3세계에 비해 약 32배나 높다는 사실은 문명화될수록 지구를 더욱 오염시킨다는 것을 말하지만, 그것은 또달리 붕괴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화된다는 것은 자원의 섭취와 소비 능력의 신장을 말하기도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오염의 극치를 향해 치달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이스터 섬의 마지막 나무를 벤 사람을 찾고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하고 질문할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한 사람이 있을까. 마지막 나무는, 한사람이 한곳에서 베는 것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마지막으로 베고 있는 사람들을 동시에 보지 못하기에, 벌목꾼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나무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공유의 비극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자원의 사냥과 이용으로 배를 불린 기업가들은 진정 마지막으로 죽게될 행운을 얻게 될 것이다.
환경에 대한 경고가 겨우 119에 장난전화를 하는 효과만을 가져온다는 저자의 생각은 모두를 불안하게 만든다.
덧1 :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걷다보면 복개도로 위의 6차선에 걸쳐진 횡단보도를 지나가게 된다. 도로 위에 나뭇가지처럼 뻗은 신호기에 황색등이나 적색등이 점등되면 차량의 운전자들은 브레이크를 밟아 정지선 앞에 멈쳐서고, 그 이후에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넌다는 것은 대부분이 숙지하고 있는 약속이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조조의 시간대이거나 주말의 도로는 약속이 내팽개쳐지는 일이 간혹 발생한다. 횡단보도을 건너는 사람들의 수효가 적거나 없으면 신호기를 무시하고 달리는 얌체족들이 눈에 띈다. 더욱이 보행자가 있음에도, 정차를 하려다가 옆의 지나가는 차량을 흘깃 보고선 재차 가속페달을 밟는 경우도 있다.
덧2 : 후투족과 투치족의 구별이 어리석은 일이지만 여전히 르완다와 부룬디에서는 소위 먹히는 아이템이다. 안깝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정작 한국의 정치상황에서는 인간을 좌우로 갈라놓는 획책들이 더 잘 통용되고 있다. 그것은 동조하지 않은 죄이거나 침묵하지 않은 죄일 것이며, 통일이 되어도 다른 식의 변형태를 가질 것이다. 인구의 증가와 자원의 부족이 부족 간의 갈등이라는 다른 형태로 표출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