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토론의 법칙 원앤원북스 고전시리즈 - 원앤원클래식 1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최성욱 옮김 / 원앤원북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일이지만, MBC의 100분토론을 빠뜨리지 않고 즐겨보던 때가 있었다. 격한 말싸움 속에서 드러나는 진정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패널로 배석한 인물들의 달변의 정도라든지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토론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의 입장 차이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사람과 사람의 대화라기 보다는 마치 종을 달리하는 동물들 간의 만남처럼이었다. 최고의 학식과 전문을 자랑하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긍보다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고, 그들의 높이를 훼손하지 않는 자기 주장의 계속적인 나열이었다. 토론은 화형의 박해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의 대립이며, 미드 V속의 윌리가 아닌 외계인를 찾아라일 뿐인지도 모른다.
 

책으로 돌아가보자면, 쇼펜하우어는 토론술을 정신을 들고하는 검술에 비유한다. 마치 생존을 다투는 일에는 그 어떤 비열한 행위라도 그것은 정당하듯이 토론은 그저 인간의 허영심 뒤에 숨어있는 사악함으로 그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되거나, 상대방이 옮은 주장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는 것을 허용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진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기득旣得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정당한 토론술로 이길 수 없다면 비열하고 간교한 인신공격도 서슴치 말아야 할 것이며, 상대의 말꼬투리나 실수에도 엄격해야할 것이다. 살벌하고 냉혹한 경쟁사회에서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언젠가 깨우치는 교훈인 것이다.

다양하게 발전하는 매체의 홍수 속에 대량생산된 굼벵이(소피스트)들은 탈피를 거쳐 한여름 나무그늘 아래로 찾아들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짝짓기가 아니라 단지 데시빌적인 우위일 것이며, 산파법으로 스타가 된 소크라테스가 다시 살아난다해도 그들을 당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여름은 한 철이나 또 다시 돌아올 것이고, 독배(구화지문口禍之門)의 운명도 계속될 것이다. 토론이든 학문이든 결국 차별의 극한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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