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데이비드 바사미언.하워드 진 지음, 강주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미국 민중사』,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하워드 진. 그가 쓴 책과 그를 인터뷰한 이 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100만 명이 넘게 듣는 얼터너티브(일종의 독립)라디오 방송 대표이기도 한 인터뷰어 버사이먼 과의 8번의 인터뷰와 강연록을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하워드 진을 발가벗기 듯 다양한 그의 사상의 편린들을 보여준다. 글을 쓸 때와는 달리 인터뷰할 때는 현재의 자신의 생각을 날것으로 그대로 보여주어야 하니까 말이다. 대신 깊은 사색의 과정자체를 향유하기는 힘들다. 나름 잘 요리된 결과물(과정이 아닌)을 뷔페식으로 맛본다고 할까. 

 현재 우리가 겪는 문제점에 대해서 하워드 진은 약자, 빈국, 소수자의 입장에서 비판의 날을 세운다.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불복종 운동의 당위성, 민주적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희망들을 이야기한다. 인터뷰어인 버사이먼은 다소 딱딱하기 쉬운 이러한 내용들을 다양하게 ‘준비된’ 내용으로 접근한다. 풍부한 사례들, 하워드 진에 끌려 다니지 않는 날카로운 질문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전개 등이 인터뷰를 식상하게 하거나 그나저나 한 정도의 내용으로 머무르지 않게 한다. 

 역사학자답게 하워드 진은 자신의 답변을 이론적이거나 난해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구조적인 위기로 보는 하워드 진은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미국의 제국주의의 구체적인 모습을 통해 현재의 자본주의체제를 비판한다. 빈부의 격차, 그로 인해 수억의 민중들의 생존권의 위협에 선진 국가 특히 미국은 어떻게 행동하고, 미국내 기득권층의 행동들, 허구적인 전쟁의 정당화에 동원되는 언론들, 지배 계급의 논리에 저항하려는 로자 파크스나 킹 등 민주 지도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그리고 인권을 위해 자신이 직접 행했던 과거의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전한다.

 인터뷰의 주제는 하워드 진 개인을 향하기도 한다. 그는 책과 문화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까? 많은 책을 낸 만큼 그는 진보적인 책의 출판을 통한 활동에 긍정적이다. 또 대중문화의 시대에도 책은 여전히 가치가 있고, 언제라도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예술가들이 자기의 영역에 종사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보다 한 예술 작품이 여러 번의 강의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예술가들이 마이클 무어처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부시를 비판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영역에서 무언가 할 일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보수 언론에서 좋아하는 사상의 스펙트럼 세우기로 하면 하워드 진은 어느 쯤에 둘 수 있을까?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의문이 들것이다. 무정부주의자. 그는 폭력주의로 정부를 없애려는 의미의 무정부주의자라면 아니라고 부정한다. 민주적 사회주의자. 그는 전체주의 국가가 부르짖는 사회주의라면 자신은 아니라고 부정한다. 필자는 그를 색깔이나 어느 위치로 덧칠하기 보다는 ‘깨어있는 자’라고 평하고 싶다. 정부와 보수언론이 왜곡된 언어로 국민을 속일 때 그 속에 담긴 진실을 알아내고, 밝히고, 이를 널리 알리려는 ‘깨어있는 사람’. 이제 세계는 깨어있는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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