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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하우스
안나 다운스 지음, 박순미 옮김 / 그늘 / 2023년 9월
평점 :
사춘기 14살 아들 올리와 8개월 된 아기 카라를 키우는 싱글맘 알렉스는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도심과는 다소 멀리 떨어진 파인 리지 생태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다. 올리가 알렉스에게 쌀쌀맞고, 반항을 심하게 한다는 점 외에는, 알렉스에게 이 마을을 소개해 준 매력적인 남자 키트도 있고, 괜찮다고 생각하려던 순간, 새로 이사 온 집 현관에 놓인 수상한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상자 속에는 고양이나 여우가 내장을 파낸 것처럼 짓이겨지고 뭉개져 죽은 새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알렉스는 께름칙해 하면서도, 모처럼이니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려 하지만... 한 아이로부터 자신이 받은 소포 상자와 관련된 마을의 괴담을 듣게 되는데...
뼈, 인형 그리고 피
"마녀예요. 이거... 마녀의 신호 같아요."
"마녀는 물건을 가져다 두는데 먼저 뼈를 갖다 놔요. 그러니까 죽은 동물이나 물고기 같은 것들 뼈요. 그다음엔 인형을 갖다 놔요. 이제 벽에서 피가 나오고 마녀가 정한 사람 사진에 피를 발라놔요. 그런 식으로 마녀가 누구를 데려갈지 알게 돼요." (P.63)
알렉스는 아이가 말하는 터무니없는 괴담에 웃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괴담 속 또 하나의 상자가 알렉스의 집으로 배송되는 일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니었다.
십자로 교차시킨 두 개의 잔가지가 거즈로 두껍게 감겨 마치 땅딸막한 인형의 몸 같았던 상자 속 물체. 어설프게 만들어진 인형은 짙은 녹색 천에 밝은 주황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올리가 즐겨 입는 후디 모양이었다. (P.124)
그리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는 이 마을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 이야기. 알렉스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이 마을을 떠나는 것이 좋을까?
새로운 출판사 '그늘'에서 나온 신선한 스타일의 스릴러 소설
안나 다운스의 「섀도 하우스」는 아직 사건이 벌어지지 않은 현재의 알렉스의 이야기와 이미 사건이 벌어진 과거의 르네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르네에게 벌어졌던 일들이 알렉스에게도 동시에 벌어지며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르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책을 놓기가 힘들어질 것. 작가는 적당한 리듬으로 둘의 이야기를 버무려 흥미진진함을 증가시켰다.
마치 데칼코마니같이 주술적이고 끔찍한 저주가 두 사람에게 찾아오고, 조금씩 조금씩 옥죄어오는 공포에 잠식되어갈 즈음에 마을의 진실은 한 꺼풀씩 벗겨져 간다. 그리고 그 괴담이라는 형태로 가려진 진실의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어질러진 모든 퍼즐이 하나씩 들어맞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
익숙하고 자극적인 흐름은 아니지만, 미스터리도 확실하고 떡밥도 잘 회수해 준다.
미스터리 마니아가 이 작품을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전반적으로 소설 자체는 심하게 소름 끼치고 무서운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은 스릴러 초심자가 즐기기에 적당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이미 이러한 작품에 익숙해져 극도로 무서운 이야기를 추구하는 독자에게는 어쩌면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작품은 결말로 갈수록 사춘기 아들 올리와 엄마 알렉스가 이 사건으로 인해 서로가 가진 오해를 풀며 사이가 점점 돈독해지게 되는데, 나의 경우 미스터리/스릴러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매번 파국을 맞는 작품만 접하다가, 이렇게 미스터리 떡밥도 잘 회수되면서 등장인물들이 따뜻한 결말을 맞는 작품은 오히려 신선해서 좋았기에, 등장인물 대부분이 무조건 공포에 떨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독자가 아니라면 한 번쯤 「섀도 하우스」도 읽어봤으면 좋겠다. 미스터리와 감동이 적절하게 배합된 작품.
특히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라면 더욱 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스토리를 통해 사건의 내막과 진실에 다가가는 일,
그늘은 그런 책을 만듭니다.
신생 출판 브랜드 그늘에서 나온 첫 번째 책. 그늘 출판사는 미스터리/스릴러 장르를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라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를 책, 영화, 드라마 불문하고 좋아하는 편이라 앞으로의 행보가 꽤 기대된다. 현재 두 번째 책 역시 판매 중이고, 인스타그램에서 서평단 모집을 하고 있으니, 관심이 생겼다면 그늘 출판사의 인스타그램에서 장르 소설의 소식을 빠르게 접해보길 바란다.
https://www.instagram.com/geuneul_book/
본 서평은 그늘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