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 시간 빈곤 시대, 빼앗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테레사 뷔커 지음, 김현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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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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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정신없이 살고 있어도, 바쁘면 오히려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라던가 다들 이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에, '지금 모두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라는 의문조차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독일의 저널리스트로 다양한 정치·사회 이슈를 다루며 활발히 활동하는 테레사 뷔커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이 원더박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우리의 시간은 왜 항상 부족한지에 대해 먼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우리가 평소 살아가면서 쉽게 문제 삼지 못 했던 것들을 지적하고 그러한 시간 부족이 다른 어떤 것들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의 노동 시간을 좀 더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일을 많이 하면 좋은 거라고 생각해왔기에 고개가 갸웃거릴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일이란 단순 급료를 받고 끝나는 것만이 일이 아니라 가사 노동, 돌봄 노동까지 포함하는 것이 바로 일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야 비로소 스스로를 위한 온전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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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자리가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근로 시간이 전반적으로 단축되어야 한다.

─ 낸시 프레이어, 미국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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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나 노동이라는 것이 눈에 보여 만지거나 무게를 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칼로 무를 썰듯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문제들에 새롭게 눈을 뜰 수 있었다.

 

 

특히 가족을 형성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돌봄 노동'이라던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응당해야 하는 '가사 노동'에 대해 책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시야를 갖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누군가의 (─주로 어머니) 시간을 희생하길 강요하지 않았나 싶어 반성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혹은 스스로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오며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저자는 매 페이지마다 날카로운 의문을 던진다. 때문에 나 역시도 조금씩 고정관념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느라 읽는 데에 조금 오래 걸렸던 책.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기엔 힘들겠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문제들이 담겨있기에 진지한 마음으로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생각해 보면,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바쁘게 살지 않았나. 최근 들어 그 치열함은 초등학생을 뚫고 유치원생까지 내려간 것 같고,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를 위해 저장할 수 없는 시간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바쁘고 피곤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계속 늘어가는 듯하다. 자신을 위한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져야 우리는 삶의 주도권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 바쁨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바쁨에 익숙해지기 보다 여유로움이 익숙해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 행복은 성공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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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풍요롭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위르겐 린더슈파허, 시간 연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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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주장하는 혁신적인 제안이 적용되는 미래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지 솔직히 큰 기대는 되지 않지만, 만약 언젠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이슈가 공론화가 된다면 이 책의 주장을 떠올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나만 아니면 돼'에 불편했던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던 한나 아렌트의 '인간사의 그물망'

 

 

 

본 서평은 원더박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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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프린세스 베이킹북 - 신데렐라, 인어공주, 백설공주, 엘사, 모아나 등 디즈니 공주들의 특별한 디저트 레시피
디즈니 지음, 김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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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프린세스'라는 콘셉트에 충실한,

디즈니 공식 베이킹 레시피 북

 

 

 

디즈니 프린세스들을 모티브로 한 디저트를 여러 가지 만들어 볼 수 있는, 베이킹 북이 출간되었다. 현익출판의 「디즈니 프린세스 베이킹북」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어쭙잖게 흉내 낸 그런 것이 아닌 무려 디즈니 '공식'이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에서 엄격한 검수를 거쳐 나왔으니, 이 책에서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외관뿐만 아니라 맛도 어느 정도 보장되었을 거라는 기대가 가능한 부분이다.

 

 

 

▲ 책 한 권으로 디자인과 베이킹을 '종결'낸다.

 

 

 

사실 베이킹 관련 책은 많지만, 이렇게 환상적인 동화 속 공주들을 콘셉트로 다양한 디저트들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콘셉트 베이킹 북은 흔하지 않다 보니, 어떤 콘셉트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베이커라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레시피 이전에 이 레시피의 영감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다는 것.

 

 

 

▲ 디저트에 과몰입하기 딱 좋은 분량의 스토리텔링

 

 

 

책의 모든 설명들은 딱딱한 문어체가 아닌, '공주'들에게 알려주는 것처럼 구어체로 나긋나긋하고 세세하게 알려주는데, 악명 높은 난이도를 가진 베이킹의 영역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 맛있겠다.

 

 

 

특히, 책 처음 부분에는 이런저런 팁을 알려주는데, 베이킹 실패의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원인을 알려줘서 아무리 초보자라 하더라도 이 책 한 권으로 베이킹을 취미로 삼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 '공주'들에게 주는 허니버터 팁

 

 

 

또, 못 먹는 재료가 있다던가, 선호하는 재료가 있어 생각나는 경우도 고려하며 몇몇 레시피에는 변형 조리법을 작게 추가해 주기도 했다. 어느 정도 책을 통해 베이킹에 익숙해졌다면, 이런 팁을 통해 레시피에 변주를 시도해 봐도 좋을 것.

 

 

 

 

 

 

디즈니 프린세스를 좋아하는 자녀와 함께 무언가 만들고 싶은 부모라던가, 설령 아이가 없더라도 본인이 디즈니 프린세스를 좋아한다면 베이킹을 위해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 제일 시도해 보고 싶은 피스타치오 허니 바클라바.

 

 

 

사실 프린세스라는 게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보니, 아쉬워할 독자층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침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하기도 했고, 마블이 아니더라도 보편적인 타깃층이 있는 좋은 애니메이션도 많으니 또 다른 콘셉트의 베이킹 북이나, 아니면 더 나아가서 디저트가 아닌 식사용 요리책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아 내심 기대가 된다.

 

 

한 가지 옥에 티를 발견했는데, 표지에 문구로는 이름이 언급되었으나 「겨울 왕국」의 엘사가 일러스트도 없고, 어째 레시피도 없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당한 인기를 끄는 작품인데, 표지에 언급하고서 내용에는 없다면 책에 마이너스 요소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 어떤 시원한 맛의 디저트를 접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아 살짝 아쉬웠던 부분.

 

 

또 하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치즈를 거의 못 먹는데 의외로 이 책은 베이킹 북임에도 불구하고 치즈를 넣는 레시피가 많지 않았던 점이 눈에 띄었다. 만약 치즈를 좋아한다면 변형 조리법을 참고하며, 치즈를 알아서 넣으면 좋고, 나처럼 치즈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책에서 알려주는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어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베이킹 북이었다.

 

 

 

본 서평은 현익출판으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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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패턴 쓰기 노트 - 매일 스페인어 문장 쓰기 루틴
임창희 지음 / 넥서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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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좋아하세요?

 

나는 코미꼬라는, 한국 출신의 코미디언이자 유튜버가 유창한 스페인어로 사람들을 웃기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또, 비정상회담의 멕시코 출신 패널, 크리스티안이 한국의 노래인 「왜 그래」를 스페인어로 일부분 개사해서 부르는 무대도 상당히 좋아한다.

 

이런 매체로 은근히 스며들다 보니, 나에게 있어 스페인어는 어느새 알고 싶어지고, 궁금하고, 언젠가 자기소개라도 유창하게 하고 싶어지는 외국어가 되었다. 하지만 뭔가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비해 기타 다른 언어들은 교재의 가짓 수가 조금 적어 아쉬운 느낌이다.

 

그렇게 미루던 스페인어 공부였는데, 좋은 기회로 스페인어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펜을 쥐고 쓰게 만드는 스페인어 연습장

 

대부분의 외국어 교과서 서적의 큰 특징은 설명을 이루는 텍스트가 주를 차지한다는 것이 아닐까. 물론, 상세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눈으로 글을 따라 읽다 보면 쓰기에 소홀해지는 경향도 생기는 느낌이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책은 다짜고짜 외국어를 손으로 쓰면서 익히는, 넥서스 출판사의 「패턴 쓰기 노트」, 그중에서도 「스페인어 패턴 쓰기 노트」다.

 

 

책은 실용적인 스페인어 문장 패턴을 55종류 듣고 쓰며 익힐 수 있게 되어있다. 쓰기에 치중된 만큼, 이론적이고 자세한 설명이 아닌, 간략한 설명으로 대체되어 있기에 출판사에서도 기초를 어느 정도 다진 스페인어 학습자에게 추천하고 있다.

 

 

때문에 스페인어에 있어 다양한 패턴을 익히고 싶거나, 쓰기가 조금 부족한 학습자가 공부하기 적합한 느낌이다.

 

 

 

 

▲ 쓰기에 집중한 책, 자세한 설명은 다른 스페인어 서적을 참고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 하나의 챕터가 끝나면, 앞서 익혔던 핵심 패턴을 다시 체크할 수 있는 페이지도 나온다.

 

 

 

 

QR이 '단 하나'라서 번거롭지 않은 것도 또 하나의 장점

 

최근 출간되는 외국어 교육 서적들은 부록 CD가 사라지고, 그 대신에 QR 코드로 듣기 자료를 쉽게 받아볼 수 있게 변하고 있는 추세다. 다양한 외국어 서적을 접해봤지만, QR이 CD보다 편하긴 하지만 또 매 페이지마다 QR을 찍는 것도 번거로워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나는 대충 읽는 방법을 알 것 같으면, 듣기 자료는 생략해 버리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래서 이 책에서 제공해 주는 QR은 단 한 번만 촬영해도 책 전체의 듣기가 가능한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부분이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 인터넷만 터지면 책이 없어도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이 외에도 같은 출판사에서 '독일어'와 '일본어'의 패턴 쓰기 노트도 현재 출간되어 있다. 나의 경우, 독일어와 스페인어 사이에서 고민하다 크리스티안 생각에 스페인어로 골랐는데, 받아본 책 구성이 너무 만족스러워 독일어도 꼭 구해보고 싶어진다. 매일 적은 시간, 꾸준히 해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외국어 학습지로, 앞으로도 다양한 외국어의 패턴 쓰기 노트 시리즈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 중국어나 러시아어, 힌디어 같은 것 말이다.

 

 

 

본 서평은 넥서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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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꿈 - 에드거 앨런 포 시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공진호 옮김, 황인찬 해설 / 아티초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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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기 때문에 완성되는 아름다움에 대한 노래,

에드거 앨런 포 시집, 「꿈속의 꿈」

 

 

 

이번 아티초크 출판사의 시집에는 황인찬 시인께서 해설을 맡아주셨다.

 

 

책에는 총 두 번에 걸쳐 에드거 앨런 포의 시를 해설해 주는데, 처음 시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앞서 전체적인 포만의 시의 언어를 해설해 주고, 포의 시가 다 끝난 뒤에 책의 마지막에서 수록된 시들을 하나하나 간략하게 해설해 준다.

 

 

 

 

 

 

책을 페이지 순서대로 읽는다면 처음 해설로 전체적으로 포의 시를 파악하고, 시를 읽으며 스스로 음미해 보고, 잘 와닿지 않은 시는 별도의 해설로 이해를 도움받을 수 있는, 아티초크 출판사의 배려가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우울 #음울 #어두움

 

 

이런 키워드가 에드거 앨런 포를 상징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에드거 앨런 포가 음울하고 어두운 작품을 많이 썼다는 이유를 들어서, 이 시집 역시 그런 것만 노래하는 줄 알았다. 시집을 펼치고 제일 먼저 읽었던 작품이 레이븐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네 눈 속 반짝이는 빛은

(그 빛이 무엇이든)

내 아픈 가슴으로 바라보는

이 세상 아름다움의 전부였다

 

─에드거 앨런 포, 「노래」

 



 

 

 

네가 밤하늘에서

담당하는 당당한 역할은

내 가슴에 기쁨이니까

나는 너보다 차갑고 초라한 저 달빛보다

너의 먼 불빛을 더 사모한다

 

─에드거 앨런 포, 「금성」

 

 

내 편견이 너무 컸던 탓일까,

 

이런 낭만적인 시구절을 발견했을 때, 그런 부정적인 단어들 속에서 찾아냈을 때에 이상하게 더 큰 감동이 몰려온 것 같다.

 

 

그리고 나는 황인찬 시인의 해설의 도움을 받아, 포의 시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 죽음, 소멸, 상실을 하게 된 대상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세히 시를 하나하나 뜯어보니, 그런 어두운 단어들 사이에 대상에 대한 사랑이 꽁꽁 숨어있었다. 에드거 앨런 포만이 노래할 수 있는 사랑의 언어.

 

 

 

 

 

 

에드거 앨런 포는 국내에서는 어쩌면 시인이라는 이미지보다 소설가로서의 이미지가 더 큰 것 같은데, 그런 포의 작품을 평소 즐겨왔다면 소설의 분위기를 잃지 않은 그의 시 역시 접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본 서평은 아티초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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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하우스
안나 다운스 지음, 박순미 옮김 / 그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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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14살 아들 올리와 8개월 된 아기 카라를 키우는 싱글맘 알렉스는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도심과는 다소 멀리 떨어진 파인 리지 생태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다. 올리가 알렉스에게 쌀쌀맞고, 반항을 심하게 한다는 점 외에는, 알렉스에게 이 마을을 소개해 준 매력적인 남자 키트도 있고, 괜찮다고 생각하려던 순간, 새로 이사 온 집 현관에 놓인 수상한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상자 속에는 고양이나 여우가 내장을 파낸 것처럼 짓이겨지고 뭉개져 죽은 새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알렉스는 께름칙해 하면서도, 모처럼이니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려 하지만... 한 아이로부터 자신이 받은 소포 상자와 관련된 마을의 괴담을 듣게 되는데...

 

뼈, 인형 그리고 피

 

"마녀예요. 이거... 마녀의 신호 같아요."

"마녀는 물건을 가져다 두는데 먼저 뼈를 갖다 놔요. 그러니까 죽은 동물이나 물고기 같은 것들 뼈요. 그다음엔 인형을 갖다 놔요. 이제 벽에서 피가 나오고 마녀가 정한 사람 사진에 피를 발라놔요. 그런 식으로 마녀가 누구를 데려갈지 알게 돼요." (P.63)

 

 


 


 

알렉스는 아이가 말하는 터무니없는 괴담에 웃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괴담 속 또 하나의 상자가 알렉스의 집으로 배송되는 일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니었다.

 

십자로 교차시킨 두 개의 잔가지가 거즈로 두껍게 감겨 마치 땅딸막한 인형의 몸 같았던 상자 속 물체. 어설프게 만들어진 인형은 짙은 녹색 천에 밝은 주황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올리가 즐겨 입는 후디 모양이었다. (P.124)

 

그리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는 이 마을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 이야기. 알렉스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이 마을을 떠나는 것이 좋을까?

 

 

 

 

새로운 출판사 '그늘'에서 나온 신선한 스타일의 스릴러 소설

 

안나 다운스의 「섀도 하우스」는 아직 사건이 벌어지지 않은 현재의 알렉스의 이야기와 이미 사건이 벌어진 과거의 르네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진행된다. 르네에게 벌어졌던 일들이 알렉스에게도 동시에 벌어지며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르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책을 놓기가 힘들어질 것. 작가는 적당한 리듬으로 둘의 이야기를 버무려 흥미진진함을 증가시켰다.





 

 

 

마치 데칼코마니같이 주술적이고 끔찍한 저주가 두 사람에게 찾아오고, 조금씩 조금씩 옥죄어오는 공포에 잠식되어갈 즈음에 마을의 진실은 한 꺼풀씩 벗겨져 간다. 그리고 그 괴담이라는 형태로 가려진 진실의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어질러진 모든 퍼즐이 하나씩 들어맞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

 

 

 

익숙하고 자극적인 흐름은 아니지만, 미스터리도 확실하고 떡밥도 잘 회수해 준다.

미스터리 마니아가 이 작품을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전반적으로 소설 자체는 심하게 소름 끼치고 무서운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은 스릴러 초심자가 즐기기에 적당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이미 이러한 작품에 익숙해져 극도로 무서운 이야기를 추구하는 독자에게는 어쩌면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작품은 결말로 갈수록 사춘기 아들 올리와 엄마 알렉스가 이 사건으로 인해 서로가 가진 오해를 풀며 사이가 점점 돈독해지게 되는데, 나의 경우 미스터리/스릴러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매번 파국을 맞는 작품만 접하다가, 이렇게 미스터리 떡밥도 잘 회수되면서 등장인물들이 따뜻한 결말을 맞는 작품은 오히려 신선해서 좋았기에, 등장인물 대부분이 무조건 공포에 떨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독자가 아니라면 한 번쯤 「섀도 하우스」도 읽어봤으면 좋겠다. 미스터리와 감동이 적절하게 배합된 작품.


특히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라면 더욱 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스토리를 통해 사건의 내막과 진실에 다가가는 일,

그늘은 그런 책을 만듭니다.


신생 출판 브랜드 그늘에서 나온 첫 번째 책. 그늘 출판사는 미스터리/스릴러 장르를 전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라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를 책, 영화, 드라마 불문하고 좋아하는 편이라 앞으로의 행보가 꽤 기대된다. 현재 두 번째 책 역시 판매 중이고, 인스타그램에서 서평단 모집을 하고 있으니, 관심이 생겼다면 그늘 출판사의 인스타그램에서 장르 소설의 소식을 빠르게 접해보길 바란다.

https://www.instagram.com/geuneul_book/

 

 

 

 

본 서평은 그늘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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