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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 정답이 없는 시대 홍종우와 김옥균이 꿈꾼 다른 나라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5월
평점 :

서평-----------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 정명섭 지음 / 추수밭 펴냄
이몽(異夢), 조선의 변화를 절실히 바랐지만 서로의 이상이 달랐던 두 인물, 김옥균과 홍종우의 이야기다. 갑신정변을 주도했던 인물로, 조선의 개화를 꿈꾼 김옥균의 살해범으로 알려진 홍종우를 깊게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 김옥균에 비해 홍종우의 삶은 잘 알려진 바가 없다. 홍종우의 행적은 김옥균 살해 전후로 생각해볼 수 있다. 프랑스로 유학 간 시절 이전의 행적은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어느 곳에서 태어났고 어떤 유년의 삶을 보냈는지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어떻게 그가 개화기 시대에 혼란의 중심에 서 있게 되었는지 그 이유 또한 명확하지 않다. 스스로 자서전을 남긴 일도 그 후대에 그의 일대기를 글로 남긴 일이 없어 정확한 사실보다는 여러 정황과 주변인들의 묘사에 의존한다.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것을 확인에 확인을 거쳐 그가 거쳐 갔던 시대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홍종우 그는 어떤 인물인가. 그가 보았던 조선의 현실과 꿈꾸었던 미래는 어떤 것이었는지 차근차근 저자의 필체를 따라가 본다.
최초의 프랑스 유학인, 조선인으로서 프랑스에 심청전과 춘향전을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계기로 프랑스로 갔는지, 2년여의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김옥균의 암살에 가담하게 되었는지, 그 이후의 조선에서 그가 가진 지위와 왕권 강화를 통한 개혁을 꿈꾼 행적이 나와 있다. 홍종우를 알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김옥균이고 고종이다. 급진 개혁파인 김옥균의 갑신정변은 실패했다. 외세를 등에 업고 이리저리 휘둘린 나라의 중심을 바꾸어 보고자 했으나 섣부른 개혁은 실패를 예견했다. 어찌 모든 것이 주도한 대로 될 것인가. 갑신정변 또한 일본이라는 외세를 바탕에 두고 있었으니 그 개혁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조선은 자유롭지 못 했을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개혁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한없이 나약했다. 왕으로서 현실을 외면하며 권력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고종의 탐욕도 한몫 단단히 했다. 청나라,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행보는 결국 조선의 멸망을 부추겼다. 역사의 갈림길에서 변화를 적극 수용하지 못했으니 어찌 왕의 자리 또한 보전할 수 있었을까. 리더의 결단력이 필요했던 시기이다. 연호를 광무(光武)로 바꾸고 대한 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나 결국 개화기를 지나 을사늑약이라는 굴욕을 맞이하게 되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 조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철저히 조선을 유린했다. 그렇기에 홍종우가 꿈꾼 나라는 왕권 강화를 통한 개혁이었다. 그렇기에 고종의 측근으로 활동했던 그도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김옥균이 꿈꾸었던 나라, 홍종우가 꿈꾸었던 나라는 관리들의 부정을 철폐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을까. 둘의 목표는 같았으나 그 방법은 달랐다. 그랬기에 개혁가와 암살자로, 단지 이분법으로 나눌 성격의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의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역사는 돌고 돈다. 개혁은 쓰다. 단 맛에 취해 외면한 변화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 사실을 조선이 몰랐을까. 단지 외면하고 부정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개항의 시기를 앞당기고 변화의 두려움을 물리쳤다면 조선의 미래, 우리의 모습은 바뀌었을지 모른다. 호기롭게 개혁을 향해 발걸음 한 이들은 애처로운 자신들의 꿈과 끝없이 나락으로 치달은 조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몽(異夢), 정답이 없는 시대. 홍종우와 김옥균이 꿈꾼 다른 나라.(표지 발췌) 군주로서 결단력 있는 선택을 하지 못한 고종. 그들이 꿈꾼 조선은 어느 모습이든 간에 변화되었다. 변화는 쓰다. 구본신참(舊本新參), 옛 것을 보존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했던 조선의 이상은 변화의 물결 앞에서 헤쳐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조선을 버렸다. 아니 조선을 끝내 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