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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
이윤진 지음 / 생각활주로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 / 이윤진 지음 / 생각 활주로 펴냄
삶이 가진 모습을 나지막이 불러본다. 다급한 마음에 둘러보지 못했던 풍경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세상의 앎이 가진 크기에 비해 삶이 부족하다 느낄 때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다른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끄집어 낸 생각을 읽을 때 나는 숨겨둔 마음이 빗장을 연다. 그 순간의 오묘한 깨달음은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어떤 모습이든 어떤 마음이든 간절함에 더해지는 전율이다.
열한 번의 여행과 사색을 통해 완성된 나를 향한 외침, [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은 살아가는 의미, 존재의 유무를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단절되어 버린 삶의 교류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공감, 절망, 희망, 소명, 행복, 죽음, 트라우마, 자아정체감, 고정관념, 고난, 무기력의 모습을 각 여행에서 담아내고 떨친다. 수많은 삶의 애착은 때론 고통을 야기한다. 자신을 향한 담금질을 통해 느끼는 행복과 슬픔, 감사와 용서는 자아의 본 모습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늘진 마음이 머문 곳에서 한 발짝 내딛는 용기는 위로의 글로 다가온다. 자신에 대한 존중이 행복의 시작이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풍족함을 안겨준다. 물질적인 풍요로 이룰 수 없는 가슴 벅찬 희열을 갈구하는 모습은 삶의 소명을 향해 땀 흘리게 한다.
이 책에 적힌 글을 보면서 저자의 독서량이 상당함을 느꼈다. 다채로운 삶에 적용한 각 책의 인용과 저자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명언이 삶에 미치는 영향, 시대에 따라 표현된 삶의 정의와 크기가 변모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를 통해 내면에서 끊임없이 갈망하는 자아와 삶의 무게, 이탈로 칼비노의 <존재하지 않는 기사>로 존재의 유무를 향해 발버둥 치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삶은 죽음과 필연이다. 완벽한 삶이 없듯이 죽음 또한 예상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 순간의 빛남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순간에 표현된 행복의 모습을 봐야 한다. 오직 한 번 뿐인 인생의 여행을 어떤 모습으로 맞이할지 생각해본다. 나 자신을 깨치는 것, 마음 조각을 덜어내고 비움으로서 비로소 그 공간에 채울 수 있는 삶의 시간을 그려본다.
고도를 기다린다. 나를 부르는, 내가 갈구하는 삶을 향해 부르짖는다. 존재의 의미를 찾는 시간이 소중하다. 간직한 마음만큼 이룰 수 있는 자아와 꿈을 향해 손 내민다.
여행에서 만난 기쁨과 슬픔, 행복의 의미를 되새긴다. 유적지에서의 벅찬 가슴 떨림으로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세상이 품어낸 인생의 모습에서 내가 설자리를 가늠하고 마음을 다독인다. 정체된 가슴 앓이가 하릴없이 파고들어 무심함에 길들여진 삶의 창을 연다. 타인의 눈길에 붙든 위선을 떨치고 나를 위로한다. 삶은 흐르니 내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간다.
'짙은 안개 장막 속에 있으면 내게 익숙한 모든 것들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내게 익숙한 존재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지금까지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p.302 본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