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평점 :

[예언자] / 칼릴 지브란 지음 /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펴냄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류시화 시인의 번역으로 새롭게 만났다. [예언자]의 원문과 더불어 칼릴 지브란의 생애를 책 한 권에 담았다. 본문을 읽기 전에 작가의 생애 및 사상을 알고 보니 글이 마음에 더 와닿는다.
표지에 적힌 메리 헤스겔의 글은 [예언자]를 단지 글로 읽을 것이 아니라, 영혼의 울림을 들어야 한다고 한다. 지브란 칼릴 지브란의 생애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과 정신적인 동반자였던 메리 헤스겔의 관계는 류시화의 글 <지브란, 사랑과 영혼의 시인>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고독한 시인 칼릴 지브란의 영혼이 담긴 [예언자]는 삶을 읊는다. 인생의 모든 면을 차분한 음성으로 들려준다. 생애 마지막 순간, 배에 오르기 전 현답을 구하는 삶을 향해 담담히 울리는 목소리를 내뱉는다. 사랑으로 이루어진 삶이 갖는 물음은 아름다운 시간을 거치고 고통을 넘어 죽음에 이르는 작별을 노래한다. 신의 목소리로 읊는 인생의 파노라마는 묵묵히 살아온 사람의 생애이다.
잔잔한 타무즈 강 위에 띄워진 뱃머리에 서서 그 목소리를 듣는다. 깊은 밤의 짙은 침묵이 언어로 승화되어 숨결이 내려앉아 마음을 울린다. 흐르는 물결에 속절없이 부딪히는 것이 삶이니 가벼이 흔들리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부르짖는 사랑의 목소리다.
사랑은 사랑으로 충분하며 오로지 사랑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삶에 속한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름다움의 희열로, 때론 고통의 애석함으로 나타난다. 사랑이 낳은 시간을 붙잡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레바논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후 다시 레바논에서 돌아와 프랑스어와 문학을 공부한 칼릴 지브란은 가족들의 잇따른 죽음 속에서 슬픔의 상처를 안고 살았다. 허무한 인생에서 사랑을 노래한 그의 정신은 작품을 통해 쏟아졌다. 길지 않은 삶을 살아가면서 그는 작은 공간에 흩어지는 감정을 글로 배출했다. 문학과 더불어 미술에도 두각을 나타낸 그의 예술혼은 직접 그린 그림을 책에 담을 정도였으나 칼릴 지브란 생전에는 배척을 받았다. 당대의 예술가 및 문학가와 교류를 하며 슬픔을 삶의 사랑으로 승화시켰다.
'앎'이 주는 기쁨은 '자아'를 깊게 한다. 인생의 오묘함에서 홀로 자아의 시간을 깨닫는다. 사랑하여 결혼하고 자녀와 기쁨을 나누며, 일하고 의식주를 해결하고 이성과 감성의 희로애락을 거친다. 자아를 통해 삶이 주는 구속과 자유에서 비로소 가벼워진다. 신성한 삶의 빛이 희미해가는 죽음의 어둠도 감싼다. '그리고 그대는 빛을 축복하듯이 어둠도 축복하리라'(p134 본문 발췌)
지중해의 따스한 빛 속에 스며든 칼릴 지브란의 노래는 바람결에 허공을 향해 손짓한다. 절망 속에 피어난 사랑의 모습으로...
'그러나 나는 말한다. 열망이 없는 인생은 어둠이고,
지식이 없는 열망은 맹목이며,
일하지 않는 지식은 헛된 것이고,
사랑이 없는 일은 무의미하다.'
(p41 일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