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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오카모토 카노코 지음, 박영선 옮김 / 뜨인돌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농담처럼 하는 말 중 아무리 맹수라도 자기 밥그릇 주는 사람은 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또 자기가 일하고 있는 분야를 들어 언론밥을 먹는다 혹은 자동차밥을 먹는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식구라는 말은 같이 밥을 먹는 가족을 의미한다. 흔히 죽을 때가 다 될 때 밥 숟가락 놓는다란 말을 쓰기도 한다.
우리에게 먹는다는 것은 생명연장의 행위이자 삶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언젠가 우리 인간은 이런 생명연장의 행위들을 쾌락의 요소로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섹스는 단순히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할 자손을 낳는 행위에서 쾌락과 즐거움을 주는 유희의 의미가 더 커졌고 음식을 먹는 행위 역시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행위에서 쾌락과 즐거움을 주는 유희의 의미가 더욱 커졌다.
그런 면에서 섹스와 음식 섭취는 닮은 구석이 많다. 둘 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행위임에도 그 속에 간결하고 강력한 힘과 미학이 숨어 있는 것이 그러하며 둘 다 살아가는 의미이자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예술의 소재로 섹스와 음식은 매력이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음식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모음집이다. 각 단편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현실 세계에서 무언가 부족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자들이다. 문제는 그 외로움의 대상과 부족함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인공들은 음식을 먹거나 만들거나 혹은 보는 것으로 그 부족함과 외로움을 채우려고 한다.
흔히 외롭고 공허할 때 애인을 찾듯 그들에게는 음식이 애인을 대신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음식이 그들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채워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행위를 멈출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런 행위가 그들이 찾은 유일한, 공허함의 해소법이므로..
사람들은 각자의 문제와 외로움을 달고 산다. 그럼에도 그것을 위장하고 또는 거짓으로 그것을 잊으려 하고 또는 과장해서 표현한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음식을 통해 해결하려는 주인공의 노력이 가장 합리적이고 합당한 노력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