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2disc, dts) - 아웃케이스 없음
장이모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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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전적인 뜻이야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흔히 영웅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을 칭한다. 실존 여부와 상관없이 대표적 영웅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헤라클레스, 나폴레옹, 시이저 등을 거론하고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처한 한계를 뛰어난 의지로 극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지 한계를 극복했다고 모두 영웅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을 유익하게 하고 나아가 인간의 발전에 기여을 한 사람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문제는 인간의 발전이라는 것에 대한 해석이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 난 어린이용 위인전에 나폴레옹이나 처칠 같은 정치가와 군인들이 영웅편에 편집되어 있는 것에 대단한 불만을 갖고 있다. 자칫 잘못된 신념과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독재자로 평가받던 사람을 영웅으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 바로 영웅이라는 영화가 그런 사례가 될 것이다. 흔히들 진시황을 지독한 독재자로 표현한다. 하지만 영화는 진시황을 암살하러 온 주인공이 진시황에게 암살과정을 이야기하는데 두 번의 거짓말과 한 번의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그 진시황의 고민을 관객으로 하여금 함께 고민하게 만들고 그가 진정한 영웅인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함께 던진다.

사실 민주정치와 권력분립이라는 정치 패러다임에 익숙한 우리에게 진시황은 무자비하고 지독한 독재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오래 전 당시 중국의 문화와 정치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우리가 알고 있는 신념으로 그를 평가해 독재자라 한다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런 면에서 영웅이라는 영화는 당시 진시황에게 가족이 희생당해 고통스러워하고 복수를 꿈꾸는 암살자의 입장을 보여주고 또 한편으로 좀 더 넓은 의미에서 혼란스러운 당시 정국을 통일해 보다 많은 사람을 풍족하게 만들고 싶어 했던 진시황의 고민을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진시황의 개인적 잔인성이나 권력 집착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에서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던 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진시황을 영웅이라고 이야기하며 또한 중국의 권력을 쟁탈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 역시 영웅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역사는 단순히 기록을 남길 뿐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 기록 속에서 영웅을 만들고 독재자를 만든다. 따라서 영웅은 역사의 산물이 아닌 우리의 머리와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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