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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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 부러워하던 /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  사람이면 알지 / 노고지리가 / 무엇을 보고 / 노래하는가를 / 어째서 자유에는 /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 혁명은 /  왜 고독한 것인가를 //

혁명은 /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

다소 도발적인 말로 시작되는 이 시는 젊은 날 나를 매혹시켰던 시 중 하나다. 시적 재능이 없는 나는 시를 음미하고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 시만큼은 예외다. 아마 그 이유는 강렬하고 직설적이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이 시의 특징 때문일 듯 싶다.

시를 잘 모르고 아니 좀 더 솔직하자면 관심도 없지만 시는 그 기교보다는 그 시 속에 작가의 터질 듯한 열정과 세상을 보는 올바른 시각이 얼마나 깨끗하게 담겨 있느냐가 생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김수영의 이 시는 단연 최고다.

고고히 나는 노고지리를 사람들은 자유롭다고 부러워하지만 그 자유를 얻기 위해 노고지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쳐야 했는가? 김수영은 혁명의 성공보다는 그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혁명의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희생에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는 시인이 진실을 바로 보는 능력과 그것을 표현할 용기와 무엇보다도 그런 약자 편에 선 혁명가에게 애정을 가졌기에 가능하리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푸른 하늘을이란 이 시지만 이 외에도 좋은 시가 많다. 시 한편 한편마다 민중에 대한 사랑과 혁명에 대한 열망을 그렸던 그는 그 자신도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기에 더욱 시가 빛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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