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없다 2
전여옥 지음 / 푸른숲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일본은 없다란 제목.. 흥미로운 제목이다. 우선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 대해 전면 부정하는 '없다'란 단어. 주어와 서술어는 있지만 어떻게 없다 혹은 어떤 것이 없다가 아닌 단지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없다라는 함축적 의미를 지닌 이 제목은 도대체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일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책에 핵심이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단지 일본에 대한 개인의 나쁜 감정을 많은 대중에게 수다 떨고 싶었다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하지 않을까? 일본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마치 음식을 가리는 어린아이가 맛도 보지 않고 음식을 가리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분명 일본은 없다라는 베스트셀러는 전여옥을 수많은 독자에게 알렸지만 그의 무지와 무교양 역시 알리는 책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전여옥은 자신이 진보주의자라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가 무엇일까? 누가 과격하고 편협하며 대안 없이 불만만 가득한 자를 진보라고 명하였단 말인가? 그건 진정한 진보를 훼손하는 말이다. 그녀는 단지 이야기의 핵심이 빠진 그냥 남을 헐뜯기나 하는 그런 수다 떠는 자에 불과하다. 다만 칭찬할 만한 점은 숨어서 뒤통수치듯이 뒤에서 헐뜯는 것이 아니라 마치 당당하고 소신이라는 허세를 위시하여 당당히 자신의 무지를 자랑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녀의 가장 큰 장기는 존재하는 상대를 부정하는 특별한 능력이다. 단 몇 년간의 일본 체류 동안 일본의 국가 존재마저 당당히 없다라고 말하던 자가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통령 자체를 부정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후 말 실수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국정수행능력에 큰 무리가 없는 한 그의 실책을 비판을 할지언정 대통령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자가 대통령이 되어서 앞날이 암담하다는 체념은 그저 용기가 없어서 행동하지 못하는 주제에 뒤에서 상대를 욕하는 재미로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밖에 안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전여옥이 노무현 대통령을 욕할 자격이 있는지를 되묻고 싶다.

그녀가 피를 토하듯 열변하던 내용 중 노무현 대통령이 방미간 저자세 및 기타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내뱉은 말실수 등등을 들며 그렇게 함부로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자의 도덕성을 의심해야 하며 그런 자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있느냐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럼 그녀가 지지했던 대통령 후보자는 누구였는가? 정몽준 후보 아니었는가? 정치란 것이 더럽다고 해도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라도 믿음과 신의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국민을 상대로 후보 단일화를 약속하고도 투표 전날 돌연 취소한 사람은 지지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욕할 수 있는 이중적인 자세는 어디에서 온 몰상식인지.. 그런 사람이 책을 쓰고 신문에 칼럼을 쓰는 지금 우리 사회 현실이란.. 그녀는 단지 남을 헐뜯는 데서 쾌감을 얻는 자에 불과하다. 어쩌면 지적성장과정 중 커다란 피해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 무엇이든지 상대를 헐뜯는 데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식받는 자일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누군가 이 사회에서 진정한 비평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텔레비전 토론만 봐도 서로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든가 논점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이끌어 핵심을 흐린다든가 혹은 원론적인 그러니까 누구나 할 수 있는 발언으로 가득한 것을 보면 전여옥 한 사람만 무어라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잘못까지는 부정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부정하는 것이 자신의 특기라 할지라도 편협된 사고라는 주변의 말까지도 부정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말만 많고 이야기에 핵심이 없는, 들을 땐 꽤나 달변이다 혹은 꽤나 흥미롭다 해도 다 듣고 나서 가만히 그녀의 이야기를 정리하고자 할 때 단 두 줄로 그 나라는 없다 혹은 그는 절대 그것을 할 수 없는 파렴치범이다 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왜 없다가 빠진, 왜 그는 잘못했다가 빠진 그런 핵심 빠진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충고마저 부정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진정한 진보란 그런 것이다. 자신이 진보주의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적어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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