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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체성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제 치하 이후 미군정 실시 현재는 미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현실에서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대두되어 왔고 또 논란의 핵이 되는 이야기임이 틀림없다. 심지어 우리 역사를 바라보며 주체성의 상실을 이야기 함에 있어 신라가 당과의 연합을 주체성 상실의 증거로 보는 이도 있으며 조선시대 사대정치라는 정치 구도를 주체성 상실의 역사적 증거로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탁석산 씨의 한국의 주체성이란 책은 참으로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친구랑 서점에 갔을 때 내가 책을 유심히 보자 선물로 받은 것인데 지하철을 타면서 쉬는 시간 짬짬이 시간 내서 읽기가 편한 책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허나 책의 내용에 있어서 나와는 많은 차이를 발견한 책이었기에 그리 호응하기는 힘들지만 두고두고 그 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다. 국어를 전용으로 사용하자와 핵무기를 보유하자 그리고 강대국에게 할 말은 하고 살자가 가장 큰 주장들이었는데 물론 그의 주장들이나 몇몇 사례는 지엽적으로 동의하나 대부분의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나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선은 국어를 사용함에 있어 한자 및 영어의 사용을 금지하자는 주장에서는 현실성이 없으며 그가 제시한 안은 지엽적인 몇몇 사례에 불과하다. 한자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를 한다던가 영어를 사용함에 있어 모든 것을 한글화시키자는 주장 등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예를 들면 그는 이 책에서 한글 전용 국어사전 편찬을 제시했는데 가령 사과라는 단어를 찾을 때 사과 : 과실류의 종류 사과 : 자신이 실수를 했을 때 그 실수를 상대방에게 인정하는 행위 이렇게 분류되어 있는 현재 사전편찬에서 사과 : 1) 과실류의 종류 2) 자신이 실수를 했을 때 그 실수를 상대방에게 인정하는 행위와 같이 그 단어의 근원을 구분하지 말고 동음이의어로 보고 한 단어로 보아 사전을 편찬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사전이라 함은 단어의 뜻을 알고자 하는 용도도 있지만 그 단어의 파생의미나 혹은 그 단어의 생성원리도 유추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함을 감안할 때 동음이의어란 의미로 한 단어에다 모든 뜻을 부여할 땐 사전의 유용성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주장함에 있어 동음이의어가 많을수록 언어의 풍부한 의미로 인해 문학적으로 문화적으로 다양한 효용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한자를 사용함에 있어 그것이 과연 불가능한가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가령 피서를 위해 난 피서를 했다 라는 문장을 농담함아 했다 치자. 공부하는 사람이 여름에 피서를 위해 피서를 했다 피서하면 더위를 피한다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서 한자를 변화시켜 서를 책 서로 쓴다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책을 피하다란 뜻이 된다. 한자를 사용함에 있어 더욱더 많은 언어적 유희를 추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한 언어학자는 명사를 제외한 단어는 절대 다른 단어를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약간 극단적인 주장이지만 이 주장을 따르면 단어의 변역이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가령 슬프다란 단어를 들면 영어로 sad가 가장 옳겠지만 그 속에 담겨진 분위기나 의미는 약간 다르다. 이는 영어사전을 유심히 바라보면 쉽겠다. 따라서 일상 언어야 대체되겠지만 가령 섬세한 번역이 따르는 것이나 학술용어일수록 가능하면 억지로 번역을 하는 것보다 차용해서 사용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것까지 부정하고 무조건식 한글 전용 사용을 주장하는 것이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핵무기 보유 주장은 워낙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사리 이야기할 거리가 되지 않아 여기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는 주장 중 또 하나는 정보강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포부를 너무 쉽게 부정한다는 점에 있다. 정부의 정보통신 강국을 위한 계획에 대하여 사소한 오류를 확대 해석하고 어떤 데이타나 혹은 논리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감정이나 짐작으로 부정하는 듯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정보통신망 구축에 대하여 고속도로만 쌓고 실제로 차는 해외차만 다닐 거라며 정보통신망 구축을 돈들여 쌓아 놓으면 그 통신망 이용은 다 외국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이야기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핸드폰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핸드폰이란 하드웨어를 개발하면서 이와 동시에 그 핸드폰 콘텐츠 시장이 발전되었고 또한 핸드폰뿐만이 아닌 다른 산업 전반에 걸친 발전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정보통신망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인 정보통신망 구축은 인터넷 대중화를 이끌었고 따라서 대중화됨으로 인한 인터넷 내에서의 가치시장 규모는 커졌으며 마치 발명가가 발명을 하듯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중이고 이미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콘텐츠가 세계시장에도 모범이 되는 것 또한 다양한 것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각 나라마다 정보통신발달 분야가 다르고 따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분야에서만큼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는 것이 사실이며 또한 그렇지 못하는 것일지라도 적어도 세계 유수의 기업에 도전을 하고 있는 것도 많다는 사실이다. 다만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환할 때 농사짓는 사람이 공장에 가면 막연한 두려움으로 그것이 어떻게 우리 밥벌이를 해주냐며 비관적으로 바라보듯이 탁석산 씨 역시 정보통신에 대한 무지가 이런 어이없는 주장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책에서 논리가 맞지 않는 분야는 철학자가 마냥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이라고 주장을 하다가도 자기 논지를 주장함에 있어 유리하다 싶으면 철학자가 배제된 우리 사회는 잘못되었다고 주장함은 논리의 일관성에서 오류가 있다.
하여간 그의 책에서 드러난 오류는 이와 같다.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이 우러나서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먼저 자신이 제목을 지어놓고 나서 그 제목에 맞는 논지를 수집하고 짜 맞추다 보니 논리를 폄에 있어 매끄럽지 못하고 극단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분명 그의 글은 흥미롭지만 그 흥미가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는 못한다. 못난 사람이 자신의 가족을 흉본다고 자기에 대해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논리로 마냥 근거없는 자기 나라에 대한 혐오적인 접근법은 분명 잘못되었다.
참고로 책에 있는 그 사람의 이력 중에서 학력고사는 잘 나왔는데 내신이 안 좋아서 서울대학교에 떨어졌다는 건 왜 쓴 걸까? 갑자기 궁금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