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들
임상수 감독, 백윤식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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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다음 날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이란 영화를 봤다. 연휴라는 기간 때문인지 영화의 특성 때문인지 다른 때와 달리 어르신들이 많았다. 또 영화를 보는 내내 산만했다. 영화를 다 본 나는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나 역시 박정희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이 못 된다. 어쩌면 적대적이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의 경제성장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했던 경제성장을 이룩한 점은 분명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경제발전과는 다른 이야기다. 왜냐하면 경제성장은 단지 국민총생산량이라는 단일 기준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전이라는 것은 단순 생산량뿐 아니라 앞으로의 지속성장가능성 및 자원의 효율적 분배 등과 같은 여러 요소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어쨌든 백번 양보해서 그가 한 경제성장을 발전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치자.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성장이든 발전이든 그 이면에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누나 형의 피와 눈물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성장이 급한 문제라 치더라도 그 성장이 내 형제를 전쟁터에 팔아서 또는 내 누이를 창녀촌에 팔아서 또는 죽여서 이룩한 성장이라면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도둑질을 해서 혹은 강도질을 해서 부자가 된 것을 존경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실 이 영화는 나에게 무척이나 재미있는 유머로 다가와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혼란으로 다가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설마 이 영화의 상영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처럼 나 역시 현실과 픽션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것일까? 그러나 그것 또한 말이 안 되는 것이 판사 영감의 판결로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인 다큐멘터리를 삭제하고 방영한 것이 아닌가?

영화의 혼란은 영화 자체에서 온 것이 아니다. 사실 그 영화는 상영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처럼 명예훼손을 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예훼손을 할까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영화는 줄곳 지루한 톤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만약 한석규와 백윤식이라는 배우가 없었더라면 그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조차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영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를 둘러싼 정치권 및 여러 이해 당사자에게 있다. 영화를 보고 혼란할 수 있느니 없느니를 따지는 것은 과연 그 영화를 보고 하는 소리인지 묻고 싶다. 이미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의미를 부여한 사람들이라면 영화를 본 후에도 똑같은 소리를 되풀이하겠지만 객관적으로 지켜볼 때 요즘 사회에 그 영화 자체가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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