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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맥스애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1994년 6월
평점 :
품절
대학에 들어와 부러워했던 것이 자취를 하는 친구들이었다. 혼자 자취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 친구 혹은 선후배와 함께 자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집에 갈 걱정하지 않고 술 마시고 놀 수 있었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함께 지내는 친구와 저녁에 츄리닝 차림으로 편의점이나 동네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씩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부러워서였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한 것이 산업체에 들어가서였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생활했었지만 나이가 같은 친구와 함께 맥주 한 잔 사러 슈퍼에도 가고 늦게까지 이야기도 나누며 회사나 세상에 대한 푸념과 희망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다투기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그때의 경험은 소중하다.
룸메이트는 그런 존재다. 같은 방을 쓴다는 것 자체가 생활을 같이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생활이 거의 대부분 공개되고 또 상대의 장단점이 공개되는 룸메이트이기 때문에 다툼도 많지만 그만큼 가까워지고 나중에는 생각이나 행동이 닮게 된다.
소설 룸메이트는 사실 일반적인 룸메이트와는 조금 다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살면서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고 또 생각을 나누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기 때문인지 편안하고 평범한 문체로 쓰여졌다.
주인공이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룸메이트였던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것이라고 느낀 것인지 질투심도 드러내고 손자 며느리와 자주 다투게 되지만 불치병에 걸리자 자기가 아는 선에서 그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