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우리나라가 많이 부유해졌고 또 노동조건도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정의라는 말이 쓰이는 것에 낯 간지러운 면이 없지 않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남의 노력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는 사람이 많고 아직도 공무원의 행정이란 기득권을 위한 정책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완벽한 정책이나 완벽한 사회란 이상향일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아름답고 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이유는 우리에게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는 의지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불합리한 것을 불합리하다고 외치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개선하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일 게다.

우리가 젊은이를 아름답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일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존 사회의 불합리를 고치려는 그들의 특성이 그들을 아름답고 인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일 게다. 아마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면을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부유하고 좀 더 쾌적한 사회를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사회에 부조리를 타파하고자 하는 많은 이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그들의 주장이 이미 예전에 생명력을 잃어버린 구호였다고 회피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발전도 없을 뿐더러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난쏘공은 당시 사회상으로 봐서 상당히 기발하고 대범한 글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점을 가장 높이 사고자 한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이 작품에는 문학적으로 봤을 때 많은 허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의 가장 큰 구성은 우선 변형된 변증법적 구도다. 두 갈등 계층의 묘사로 즉, 가해자와 피해자의 갈등이 주요 골자다. 작가는 이 두 계층을 한곳에 묶어 중간자적인 입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두 갈등 사이에 태어난 중간자 역시 해결이 아닌 마치 사생아와 같은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전제의 모순이 충돌하여 그 모순을 가려주는 새로운 명제가 탄생한다는 변증법적인 기법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두 계층의 충돌은 서로 물과 기름 같아서 그 중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두 계층과 그 중간에 매개체 역할을 하는 모든 이들의 폐배로 결말지어진다.

어쩌면 이 글을 조세희는 이런 변형된 변증법적 방법으로 쓸 것이 아니라 정통 변증법적인 접근으로 그렸어야 했을 것이다. 그럼 좀 더 가치있는 글로 이름을 날리지 않았을까. 또 이 글의 특이한 점은 소설이긴 한데 동화적인 느낌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아까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전통과 근대의 충돌 속에서 그가 근대화의 모순을 표현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인 구연동화와 같이 글을 써내려갔다는 점은 참 새로운 접근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슬프고 괴로운 이야기를 마치 시골집 할머니가 그려내는 구수한 옛날이야기 같은 방식으로 쓴 조세희식의 이야기법이 돋보인다.

이런 면들을 보면 조세희의 난쏘공은 참 새롭고 신선한 작품임이 틀림없다. 물론 새로운 것을 개척하면서 실험적인 면들이 많이 보였고 때론 실패로 끝난 듯한 느낌이 드는 구석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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