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초대수상이었던 네루는 간디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정치가로서, 인도의 독립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위인이다. 단, 간디와 다른 점이 있다면 간디는 비폭력독립운동을 주장한 반면 네루는 좀 더 현실적으로 독립을 위해서는 폭력투쟁도 필요하다고 한 점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책을 쓰려고 계획하고 지은 책이 아니다. 그가 독립운동으로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딸에게 편지를 쓰면서 딸의 올바른 세계관과 역사관을 키워주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쓴 것을 엮은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네루의 개인적인 역사관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세계사가 유럽사로 편입되어 그들이 바로 세계 역사의 중심인 듯한 분위기에도 제3세계의 역사 또한 소개하고 글을 썼다는 것은 오히려 좀 더 세계사에 대해 객관적이기도 하지만 또한 네루의 주관적인 사상이 있지 않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역사 책을 읽을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역사를 따분한 옛날 이야기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고 혹은 그냥 다큐멘터리에나 나오는 일부 사건을 전체 역사인양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란 살아 있는 실체이며 또 일부 사건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하나의 큰 물줄기처럼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관망하며 큰 줄기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그 세밀한 곳을 들여다보며 이곳에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고 또 토질은 어떻고 하는 식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겠다.그런 생각에 역사 책을 읽을 때 가장 처음으로는 좀 두껍더라도 전체 역사를 자세히 그리고 빠뜨림 없이 구술한 책을 읽어야 할 듯 싶다. 그리고 큰 줄기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따라서 어떤 일이 발생한 이유를 파악한다면 그 당시에 일어난 사건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차세계대전이 일어났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손을 잡았다 등등의 사건은 몇 년도에 일어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시 그 세계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이런 사건은 금방 생각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차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세계는 피폐해지고 당시 승리국이었던 일본이나 이탈리아는 그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 독일의 경우는 혼란한 틈을 타 정치적으로 강한 힘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런 배경하에 이 삼개국은 손을 잡게 된 것이다. 기타 여러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생략하겠다. 따라서 역사 책을 읽을 때 전쟁사나 사건을 읽는 것보다는 문화사나 그에 대한 의의를 먼저 파악해야 할 듯 싶다. 그다음에 세부적으로 자세히 기술된 역사 책을 읽고 관심을 가진다면 아마 역사에 대한 새로운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여하튼 이런 역사에 대한 개괄서로, 네루의 세계사 편력이란 책은 훌륭하며 또한 개인적으로 네루의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