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위대한 개츠비는 매력적인 소설이 아니다. 그냥 밋밋했고 또 솔직히 재미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개츠비가 위대한 소설인 이유는 그 소설이 발표되었을 당시 상황이자 소설 속 시대적 배경인 1920년대 중반을 이해하면서 명확해진다는 생각이다. 1920년대는 어땠는가? 우리나라는 일제 치하에 있었다. 그나마 3.1운동을 계기로 일본이 식민지 정책을 문화정책으로 전환하여 어느 정도의 문화예술적 숨통은 트였던 시대다. 세계는 어땠는가? 당시 소위 말하는 제국주의 열풍에 세계열강은 식민지 개발에 힘을 쏟던 시대다. 또한 사회경제 체제는 자본주의가 한창 발전해 가던 시대다.(물론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공산주의 역시 제3국으로 많이 퍼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사항보다 중요한 세계대공황이 있었다.. 물론 위대한 개츠비 발표가 대공황 이후이긴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에 드러난 문제의식과 세계대공황이 일어난 배경이 같기 때문에 작품 이해에 중요하다. 대공황은 1929년 10월 뉴욕의 주가 폭락으로 시작되었고 2차 대전이 일어난 원인 중 하나다. 이 대공황이 바로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 배경이다. 세계대공황은 자본주의에 대한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세계대공황 이전의 자본주의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철저한 맹신이었다. 이들의 국가관은 야경국가! 그리고 도시화, 인구증가, 근대화 등이 진행되었을 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는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큰 구조였다. 이는 생산을 하면 그것이 전부 팔리기 때문에 생산은 가능한 한 많이 하는 것이 좋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영학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하느냐가 핵심 과제였다. 그래서 작업동작을 분석하고 어떤 환경이 생산량이 많은가를 연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는 점점 더 도시화 되어 가고 또한 전통적 가치는 사라지고 금권주의가 만연했다. 개인주의는 심화되었고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도 생겨났다. 도시화가 진행되었지만 도시빈민 역시 생겨난 것이다. 일부 졸부들도 등장하고 사회적 소외현상도 일어난다. 그러던 중 전체 생산량은 소비량을 넘어선다. 그러나 생산자들은 시장이 자동으로 조절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계속해서 생산하고 재고량이 늘어난다. 언젠가 다 팔릴 것으로 믿었지만 점점 재고만 쌓여가게 된다. 그러던 중 뉴욕 증시 주가가 폭락하고 그 여파가 전 세계를 휩쓴다. 엄청난 혼란이 가중되어 회사는 부도나고 실업자는 증가하고 물가는 올라가는 엄청난 고통이 전 세계를 강타한 것이다. 이때 위대한 경제학자가 등장하니 그가 바로 케인즈다. 케인즈의 안은 사실 간단하다. 문제의 원인은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적은 것이니 소비량을 늘리는 것이다. 소비량을 늘리는 것을 시장에 맡길 수 없으니 바로 국가가 개입할 것을 제안하고 미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처음엔 시장에 국가가 개입하는 주장으로 인하여 일부 학자들에게 공산주의자라는 욕도 먹지만 당시 문제 해결안을 제안한 사람은 케인즈밖에 없었다.(여기서 참고할 것은 당시 식민지가 있는 국가들은 식민지의 자원 강탈을 통해서 자국의 경제적 혼란이 그나마 적었지만 식민지가 없거나 적었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고통이 더 컸고 이것이 2차세계대전의 원인 중 하나다.) 위대한 개츠비는 바로 세계대공황이 일어나기 직전의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감각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다. 초기 자본주의(?)의 문제점이었던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와 금권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드러난다.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주인공이 찾고자 하는 것이 사랑이었고 그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물질만능주의자가 추구하는 것이 정신적인 것이라니.. 위대한 개츠비의 문학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완전했던 당시 초기 자본주의 혹은 초기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위대한 개츠비에 완전하게 녹아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 홍길동전이 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