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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평점 :
우리나라의 정치, 역사적 특수성을 감안하고도 우리 사회의 레드콤플렉스는 지나치다. 물론 소위 말하는 빨갱이에 의해 가족이나 친지가 다치거나 죽음을 겪은 사람의 고통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빨갱이'에 대한 결벽성은 도를 지나쳤다. 진실을 말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것마저 정부의 의견과 일방향을 같이 하지 않는다면 그 색깔을 넘어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마녀사냥을 한 것이 우리네 역사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빨갱이'는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를 폄하해서 부르는 것을 넘어 없어지고 타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빨갱이'인 체 게바라에 대한 지난 몇 년간 우리의 관심은 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제야 비로소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정신적인 여유를 찾았다고 해야 하나? 안타깝게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체 게바라에 대한 지난 열풍의 핵은 역시 20~30대이며 이들은 이념과 정치에 다소 무관심한 계층이다. 이 무관심이 반공주의에서 벗어났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더 지독한 반공주의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도 많다. 다만 이들이 본 체 게바라는 각박해져 가는 우리네 삶 속에 마치 동화나 흥미로운 영화 같은 구실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도시가 아닌 정글을 돌아다니며 강자와 싸우는 체 게바라의 모습에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 아닐까?
따라서 난 체 게바라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하다. 체 게바라의 진정한 저항정신과 못 가진 자와 인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한갖 감상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 같아서이다.
체 게바라 평전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체 게바라라고 할 김산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으면 한다는 생각을 했다.오래 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우리의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주의자, 공산주의자였던 김산의 평전인 님 웨일즈의 <아리랑> 역시 체 게바라 평전과 같은 많은 호응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