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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세트 - 전3권 ㅣ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학 오디세이>를 읽고 있다. 진중권이라는 작가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인문학의 책이 주는 그런 중압감은 사라지고 흥미로운 이야기와 구성이 상쾌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가볍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난 소위 말하는 쉬운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쉬운 책이라는 단 한 단어로 모든 것을 포함하기는 어렵겠지만 쉽다고 하는 책은 워낙 가벼워 조그마한 바람에도 한없이 덧없이 휩쓸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쉽지 않으면 읽히기가 힘들다. 그게 아마 책이 갖고 있는 오래된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어려운 것은 악이 되는 이 시대에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써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과연 요즘 책들은 어떻게 반영하는가?
대부분의 책은 대중성을 택한다. 흔히 말해 과격한 글이나 어설픈 민족주의로 우리의 감성을 흔들고 때로는 이성보다 광기에 가까운 글들이 난무한다. 쉽지만 난 거기서 예전 독일의 나치즘과 같은 안타까움을 본다. 또 다른 책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다. 그런 책은 한결 고귀해 보이지만 살아 숨쉬지 않는 박제화된 지식이자 책이다. 그것도 타인이 만든 게 아닌 자신이 직접 그 박제화를 만드는 장본인이다. 이런 시대에 그래서 사람들은 출판계의 위기를 말하고 또한 걱정한다.
그러나 이런 흐름 가운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책들이 종종 있으니 그런 책중 하나가 <미학 오디세이>가 아닐까 한다. 철저하게 독자를 배려하는 구성과 문체.. 그러나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으려는 작가의 고귀한 정신이 어울려 인문학 출판물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